[고권의 독서칼럼]달과6펜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추구하는 꿈과 이상향을 갖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꿈과 이상은 사전적인 의미에 걸맞게 그만큼 경제적인 능력, 사회문화, 환경적인 구조와 같은 여러 현실적인 제약과 맞닥뜨리게 된다. 자동적으로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권이 주어지게 된다. 하나는 자신을 둘러싼 현실적인 제약을 인정하며 환경에 맞추어서 최선을 다해 사는 선택이 있고, 다른 하나는 현실적인 제약과 역경들을 감수해서라도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좇으며 사는 선택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과 명망을 신경 쓰며 사회의 짜인 틀 안에서 순응하면서 산다. 이러한 사람들은 인간이 그동안 구축해온 사회구조와 관습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경외하거나 손가락질한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가슴 속 상자에 고이 담아둔 채 타성에 젖어간다.

                                       

소설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에게는 증권 중개인이라는 괜찮은 직업이 있었고 나름대로 부유했으며 가정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그동안 쌓아왔던 세속적인 관계들을 모두 정리하고 자신의 새로운 삶을 구축해 나갔다. 그의 도전이 가져온 삶은 물질적인 궁핍과 육체적인 고통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가정, 경제적인 안정, 인간관계를 버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삶을 포기한 사람이라며 멸시를 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조롱을 했다.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보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한 방향대로 인생을 사는 것이 그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성은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모든 일의 우선 순위는 예술을 하는 것이었다. 예술에 방해되는 관능적인 욕망과 예술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물질적인 욕심도 부리지 않았다. 오로지 순수하게 예술을 좇았던 그의 모습에서 이토록 사람이 열정적일 수 있는지에 대해 감탄했다. 그에게 예술은 곧 사람이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되었고 자신의 전부가 되었다. 스트릭랜드는 죽을 때 까지도 자신이 살아온 삶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고 후회하지도 않았다. 그는 인생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인생을 살았던 것이다.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는 인생을 말이다.

 

물론, 스트릭랜드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에는 문제점도 많았다. 자신의 인생을 추구하기 위해 꾸려놓은 가정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아내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자신을 간호해준 친구의 부인과 함께 살다가 자신의 예술적인 욕망만 채우고 버려서 자살하게 만들고 친구에게는 전혀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자신을 호의적으로 대하려는 사람에게까지 냉소적인 모습으로 일관하는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 가정, 직업, 세속적인 관계는 전부 자신이 꿈을 이루는 것을 속박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떠나보내야 하는 필연적인 것들이었다. 오히려 조금만 더 붙임성 있고 윤리적인 자세로 예술 활동에 임했더라면 고독하고 힘들게 활동하지 않고 더 쉽고 편하게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인생은 결국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인생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사회가 흔히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원하는 조건에서 살기를 추구하는 것이 과연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그것은 사회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소설의 세속적인 사람들처럼 남들이 알아주는 직업을 갖고 인간관계를 쌓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것이었을까. 파란만장했던 찰스 스트릭랜드의 생애를 보고 나는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그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맞춰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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