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웅의 스포츠 칼럼] 우리에게 플랜A가 있었는가?

 지난 7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호주의 평가전에서 한국대표팀은 1:0 신승을 거뒀다. 전후반 모두 점유율에선 우위를 점했지만 공격 전개에 있어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축구 팬들과 다수의 사람은 벤투의 고집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호주와의 평가전 전까지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 포메이션을 지켜왔다. 우루과이와 콜롬비아 등의 강팀과 싸움에 있어서 이 포메이션은 절대 밀리지 않았으며, 우리에게 승리도 가져다줬다. 이번 호주전에서는 3-5-2 형태였는데, 이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새로운 전술을 들고나왔음을 증명한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신태용 전 감독 때부터 쓰리백 활용에 의구심을 품었고, 양쪽 윙백의 기량을 탓하며 쓰리백 운영을 비난했다.

이뿐만 아니라 파울루 벤투 감독의 선수 운용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축구 팬들은 손준호, 백승호, 이승우, 이강인 등 새로운 얼굴에 목말라 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답답한 중원에서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항상 중원에서의 싸움에서 밀리고, 압박을 당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일까?

 

우리는 항상 성적 부진을 최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감독의 무능력으로 몰아갔다. 물론 실제로 무능력했던 기대 이하였던 감독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이번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우리 대표팀의 조직력은 정말 최악이었다. 언론상에선 1.8군으로 나왔다는 호주에게 계속해서 중원을 내줬고 그 결과 주세종 황인범은 말 그대로 개처럼 뛰어다녀야 했다. 장지현 해설위원이 중계 도중 이야기한 것처럼 양쪽 윙백(김문환, 김진수)은 공격할 생각만 하고 내려오지 않았다. 즉 애초에 능동적인 움직임을 가질만 쓰리백 전술 이해도도 부족하고 주세종, 황인범 이 선수들이 압박을 피하고 타이밍을 빼앗긴 질 안 좋은 패스를 넘기면 김진수나 김문환이나  주위에 공을 건네줄 선수도 없으니까 압박이 들어올 시 바로 빼앗겼다.

몇차례 숨통이 트는 장면 대부분은 중원에서의 빌드업이 호주가 압박을 들어오기 전 논스톱 패스로 이어졌고 원활하게 김진수 김문환까지 공이 배달됐다. 물론 골까지 모든 게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중원에서의 빠른 전개가 해답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즉 그러려면 이재성 주세종 황인범 김진수 김문환 이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빈 공간을 찾아서 뛰어 들어가야했다. 우리가 느꼈던 답답함은 이런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의 부재를 단순히 선수의 기량 탓으로 몰아가기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모두가 알듯이 팀 스포츠다. 더군다나 홀딩 역할을 하는 처진 미드필더들이 볼을 배급할 때는 패스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를 데려와도, 오늘 같은 움직임과 패스 속도를 보여준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조직력은 팀원 간의 신뢰도가 밑바탕이 안 된다면 절대 이뤄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소집 기간이 적은 대표팀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기 위해선 완벽한 '플랜A' 이자 '베스트 일레븐'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베스트 일레븐은 서로를 잘 알고 서로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력을 만들어야 한다. 큰 변화는 없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조금씩 선수 선발이나 포메이션에서의 변화는 플랜B도 놓치지 않으려는 생각인 것 같은데 계속 새로운 선수 기용 안 한다고 비난하는 건 매우 짧은 생각을 가진 팬이다.

베스트일레븐이 만들어진다면, 오늘 같은 고구마 경기력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후로 백승호는 물론이고 손준호 등 빨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우리에겐 아직 낯선 선수들도 기용될 거라고 생각한다. 파울루 벤투이 목표로 하는 카타르 월드컵은, 이영표 해설위원이 말했듯이 경험하는 곳이 아니라 증명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