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완의 시사 칼럼 4] 환경정책, 제도보다 의식부터

제도도 중요하지만 의식을 갖는것이 더 중요하다

주인이 없는 공유지가 있다. 사람들은 하나 둘씩 자신이 기르는 소를 데리고 와서 목초지의 풀을 뜯게 한다. 그러다 점점 경쟁적으로 소를 데리고 오기 시작한다. 더 많은 소를 데리고 오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며 마구잡이로 풀을 뜯게 하다가 결국 목초지는 황폐화 되고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었다.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야기다. 바로 생물학자인 개릿 하딘(Garrett Hardin)이 1968년 〈사이언스(Science)〉에 실은 그의 논문에서 밝힌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공동체의 구성원이 자신의 이익에만 따라 행동할 경우, 결국 공동체 전체가 파국을 맞는다는 원리를 보여 준다. 경제학 용어로도 자주 쓰이는 이 이론은 환경 생태계와도 연결된다.

 

전 세계에서 무분별하게 지구 자원을 사용하는 등 국가에서부터 기업, 단체, 개인까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무책임하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쉬운 예가 바로 명태이다. 한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의 마구잡이식 명태남획이 명태의 개체 수 감소에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연적으로 명태가 번식하고 풍요로워지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너도 나도 명태를 잡는 것에만 집중한 결과, 동해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추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공유지의 비극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공공화장실은 금방 더러워지고 휴지가 빠르게 사라진다. 또 카페에서도 휴지와 빨대가 순식간에 없어진다. 사람들은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정말 조금이라도 신경 써서 배려한다면 더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선한 의도의 선택이지만 공유지의 비극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고효율 가전제품이 늘어나면서 이런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용하면 소비총량을 줄여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에너지 절감이 예상 목표에 도달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반발효과(rebound effect)’라고 부른다.

 

미국의 씽크탱크 'Breakthrough 연구소'가 출간한 보고서는 기존의 연구논문 분석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오히려 에너지 소비량을 늘리게 되면,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온실가스 저감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출처:기후변화행동연구소http://climateaction.re.kr/index.php?document_srl=13752&mid=news01)

 

이를 이해하기 위한 사례로 형광등을 들 수 있다. 백열등 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형광등으로 교체하게 되면 에너지가 더 절약되고 돈이 덜 든다는 생각에 이전보다 전등을 잘 끄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 효율이 좋은 냉난방 기구들은 동일하거나 적은 돈으로 따뜻하고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오래 사용하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연비와 가전제품의 효율 향상으로 절약되는 에너지의 10-30%는 리바운드 효과에 의해 상쇄된다고 한다.

 

환경 문제는 효율이 높은 제품을 출시하고 매번 지루하고 똑같은 이론 교육을 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물론 고효율 제품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진지한 실천’이 뒤따라 와야 한다는 점이다. 사소해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큰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대해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순간적인 이득에서 만족을 느낄지 모르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눈앞의 욕심에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수 있다. 개인에서부터 단체, 기업, 국가까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배려와 노력으로 평화로운 생태계와의 공존을 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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