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혁의 독서칼럼] 오늘도 당신은 누군가에게 우아한 거짓말을 건네지 않았습니까?

'우아한 거짓말'이 비추는 우아한 거짓말의 뒷면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항상 공부도 잘하고 착하던 천지의 죽음은 무뚝뚝했던 언니 만지와 항상 바쁜 삶에 치여 살던 엄마인 현숙의 일상을 뒤바꿔놓는다. 그리고 천지의 죽음에 언니 만지는 의문을 품는다. 그러다가 만지는 우연히 천지가 화연이라는 애와 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천지의 죽음에 '화연'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천지가 다섯 사람에게 쪽지를 남기게 되었다는 것을 만지가 알게 된다. 그러면서 만지는 진실을 알게 되고 이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책은 보여지는 사실과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진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만지네 가족의 이야기와 천지의 죽음에 얽혀 있는 사람들과 천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로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옳다' 라는 말은 이 책과 딱 맞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화연'이 천지에게 겉으로는 잘해주는 척 하지만, 뒤에서는 천지를 은근히 따돌린다. 선의의 거짓말과 우아한 거짓말은 다르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인다. 선의의 거짓말은 남을 생각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우아한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처럼 말 자체는 같지만 결국, 자신에게 뜻하지 않게 위기가 찾아오거나 자신이 불리하다고 느낄 때 자신을 포장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우리 사회에는 '화연' 같은 사람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누구나 그런 친구를 한 번 쯤은 만나 보았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 남을 깎아 내리고, 은근히 괴롭히고,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잘못인 줄 모른다. 아니, 알지만 모르는 척 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 모든게 '화연'의 책임이고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천지를 괴롭힌 건 '화연' 뿐만 아니라 반 친구들 모두의 동조와 침묵으로 일관한 방관도 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같다. '화연'이 매번 '우아한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하고 남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는 것도 분명히 학교폭력이고, 이러한 일들이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생각해 보면 결국, '우아한 거짓말'도 거짓말이다. 물론 같은 거짓말이라고 해서 거짓말을 했을 때, 결과가 같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떠한 거짓말이든 상대방의 기분, 상대방이 처해진 상황 등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말은 한 번 뱉으면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다. 상대방이 처해진 상황에 따라서 '우아한 거짓말'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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