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의 사회 칼럼; 언어의 힘] 03.. PC하다; Political Correctness, 도의적 공정

'씨발'과 여혐 PC운동

'피씨충', '피씨 한 척 한다.' 이게 무슨 뜻일까? 자주 쓰지 않는, 생소한 말이다. 그런데도 하나는 추측해볼 수 있다. 벌레라는 의미의 '-충'과 주로 비꼴 때 쓰는'~한 척한다.'. 우리는 모르긴 몰라도 '피씨'라는 말이 좋은 의미는 아니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검색창에 '피씨 하다'라고 검색하면 따라오는 주된 의견은 "현대 사회를 망친다"라는 것 이다. 과연 '피시'는 무슨 말일까?

 

PC하다; Political Correctness

 

'피씨 하다'의 피씨는 Political Correctness의 약자, PC를 뜻한다. Political Correctness를 직역하면 '정치적 올바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는 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The term political correctness (adjectivally: politically correct; commonly abbreviated PC) is used to describe language, policies, or measures that are intended to avoid offense or disadvantage to members of particular groups in society*

 

Political Correctness라는 용어는 사회구성원(특히 사회적 소수자)을 향한 편견과 차별, 혐오 등을 피하는 용어와 정책, 또는 그러한 수단들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다시 말해 PC는 차별과 혐오를 덜어냄으로써 사회의 부조리함을 줄이기 위한 운동이기에 우리의 상식상으로는 분명 "올바른 것" 이다. 하지만 왜 PC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일까?


PC 주의는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PC 주의는 다민족국가인 미국의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된 운동으로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는 물론이고 세계의 문화 및 언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그리고, 특히 미국에서, PC 주의는 너무나 강력하게 작용한다. (물론 이는 미국 사회에 백인우월주의와 남성우월주의 등의 고질적 문제로 인한 테러나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PC 주의에 어긋나는 말을 하면 여지없이 인종차별주의자, 또는 남성우월주의자 등의 차별주의자로 낙인찍혀버리고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이 때문에 PC는 두 가지의 치명적인 단점을 피할 수 없다. 우선, PC 주의는 발화자에게 피로감을 부과한다. 화자는자신이  PC 주의에 어긋나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끝없는 자기검열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그런 실수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발언 소극적으로 된다. 소수자들을 위한 PC 주의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논의를 축소하게 된 것이다. PC 주의가 주는 피로감과 그 강압적인 성격 때문에 이에 대한 반발심으로 소수자 집단을 향한 혐오가 심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또한, PC 주의는 대화의 논점을 흐리기도 한다. 발화 내용과 그 맥락보다 화자가 PC 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단어 사용을 하지 않는지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발화내용이 소수자의 권익을 위한 것이더라도 그 내용에 집중하지 않게끔 만든다.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인 언어(단어)의 올바른 사용에 집착해 목적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PC; 시발. 그리고여혐

 

이런 전개 양상은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글을 시작하며 인터넷 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이라면 '피씨 하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우리나라에서 PC 운동은 온라인상에서 비교적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트위터상에서 '시발'이라는 욕설을 쓴다면 곧바로 "시발 쓰지 마세요."라는 리트윗이 달렸다. 왜일까? 단지 요설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시발의 어원은 씨방이며 이는 자궁, 즉 여성성을 뜻한다. 이 때문에 시발을 욕설로 사용하는 것은 여성 혐오적 행위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주장에 수긍했다. 여성 혐오적 발언은 옳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무엇인가 이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이상함'의 정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어떤 트윗에서 작성자가 미취학 아동이 친아버지에게 성 학대를 당한 사실에 대한 말해며 '시발'을 사용했다. 역시나 리트윗이 달려있었다. "시발 쓰지 마세요." 작성자는 분개했다. 이런 끔찍한 범죄에 대한 코멘트가 고작 "시발 쓰지 마세요" 냐고. 다른 트윗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트윗의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시발'의 사용 유무뿐이었다. 글 속에 담긴 필자의 생각과 주장보다 그것들을 전달하는 수단인 '단어'가 올바른 것인지에만 관심을 둔다. 목적 전치가 일어난 것이다. 더불어 시발의 경우 국립국어원에서도 그 어원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근거해 볼 때 '시발'이 여성 혐오적 표현이라는 규정하는 것은 속단이 아닐까 싶다.

 

PC 주의 운동, 꼭 나쁜 것 일까?  ;피씨운동이 우리에게 말하는것.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앞선 사례들로 보아 비난받지 않기 위한 PC는 거부감만 불러일으킨다. PC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PC 운동을 전개하고 그런 사람들이 늘어간다면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은 곧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를 규정하고 우리 자신을 이룬다. 고로 차별적 용어를 쓰지 않는 것에서부터 차별하지 않음으로 나아가본다면 어떨까.

 

 

참고자료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olitical_correct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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