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의 의학/수의학/시사 칼럼 2] 시대를 역행하는 동물병원비

농림축산부의 2015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내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국내 인구가 5천만이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 명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동물 양육비, 특히 치료비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반려동물의 진료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에 의하면, 국내 동물병원 진료비는 최대 18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렇게 진료비가 제각각인 것은 동물의료비가 의료보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고, 진료부터 치료까지 발생하는 비용을 체계화하여 질병마다 수가를 정하는 ‘동물의료 수가제’가 1999년 폐지되었기 때문이다. 수가제 폐지는 병원들의 담합을 막고 경쟁을 통해 병원비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병원들은 각종 명목을 붙여 진료비를 올렸고,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진 것이다.

 

동물 진료비에 대한 경제적인 부담은 병이 든 동물에 대한 의료방임 또는 유기로 이어지고 있다. 견종이 매우 우수한데도 버려진 개를 확인해 보면 병들었거나 다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경제적인 부담의 현실 앞에 반려인은 생각지 못한 고민에 부딪히고, 가족인 반려견을 유기하거나 치료를 방임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반려인을 울리는 고액의 동물 병원비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최근 어느 방송사에서 방영했던 '반려인 울리는 동물 병원비'의 내용에 따르면 반려견 중 80%는 일 년에 한 번 이상 동물 병원에 가고 연평균 30~40만 원을 치료비로 쓰고 있다고 한다. 수술이나 입원을 하게 되면 수백에서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사람보다 비싼 동물치료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사 한 대에 50만 원, 입원할 경우 수백만 원은 기본이라고 한다. 비싼 치료비를 내면서도 정말 필요한 치료인지, 또 적정한 가격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000만명 시대를 역행하는 동물병원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동물병원에도 표준수가제를 도입하여 진료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자가진료 금지는 원칙적으로 옳지만 사람도 감기약이나 구충제 정도는 직접 약국에 가서 사 먹을 수 있듯이 동물도 주인이 반려동물을 직접 치료할 수 있도록 자가진료 허용범위를 넓혀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치료비가 없어서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애완과 반려의 의미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애완견이라고 불렀는데 어느 때부터 인가 반려견이라고 불린다.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동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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