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서의 인문 칼럼] 영화의 팩션(Faction), 작품성을 위한 허구인가, 역사왜곡인가

 

 

팩션(faction)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를 뜻한다. 소설에서 시작하여 영화, 드라마, 연극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팩션의 영향력은 커져가고 있다.

 

팩션은 역사적 사실과 창작자의 새로운 관점을 통하여 역사를 재해석함으로써 주는 장점이 있지만, 허구의 내용이 사실과 정반대이거나 원래의 역사적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머릿속에 심어줄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러한 팩션이 작품성을 위한 허구인가, 역사왜곡인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최근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我殿下創制正音二十八字 略揭例義以示之 名曰訓民正音 象形而字倣古篆 因聲而音叶七調 三極之義 二氣之妙 莫不該括 以二十八字而轉換無窮 簡而要 精而通 故智者不崇朝而會 愚者可浹旬而學”우리 전하께서 정음(正音) 28자를 처음으로 만들어 예의(例義)를 간략하게 들어 보이고 명칭을 훈민정음이라 하였다. 물건의 형상을 본떠서 글자는 고전(古篆)을 모방하고, 소리에 인하여 음(音)은 칠조(七調)에 합하여 삼극(三極)의 뜻과 이기(二氣)의 정묘함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어서, 28자로써 전환하여 다함이 없이 간략하면서도 요령이 있고 자세하면서도 통달하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다.

『세종실록(世宗實錄)』 권113, 28년(年) 9월(月) 29일(日)(갑오(甲午))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한글을 창제한 문화 군주 세종 [-世宗]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컬렉션 : 한국의 위대한 인물)

 

위의 세종실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한글창제는 세종대왕의 큰 업적이다.

그런데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이 영화 '나랏말싸미' 에서는 신미스님의 주도 아래 이루어진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감독은 이와 관련해 허구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막을 영화 시작 전에 넣었다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화 초반에 나오는 짧은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 많다.

 

팩션이라는 장르가 만들어진 것은 우리는 역사 책에 기록된 자료에 넘어서 새로운 창작과 그러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에 주의해야 할 점은 역사적 사실로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우리가 보고 있는 작품들이 역사왜곡이 있는지의 여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역사왜곡과 팩션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영화에 나오는 내용이 모두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따라서 관객으로서 영화를 볼 때에 갖추어야할 태도는 영화 속 역사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에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역사는 민족의 근간이다. 현재 우리의 생활은 결코 우리의 선조들이 남긴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점점 더 커져간다면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의 과거 역사에 바탕을 둔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으로 감상해야 하며 역사에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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