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생명과학 칼럼] 우리의 눈을 속이는 자연의 비밀, 파란색

자, 여기 흔하디흔한 한 색깔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 오늘 먹은 아침식사의 접시부터 휴대폰 잠금 화면의 페이스북 알림까지, 바로 파란색이다.

 

 

이처럼 파란색은 우리의 삶과 아주 가깝고 흔한 색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면서 실제로 본 파란색 동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 팔던 파란색으로 염색된 병아리는 잠시 접어 두고 생각해보자. 곤충 박물관의 파란 나비, 동물원의 파란 눈 백호 등 갖가지 동물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럼 다시 질문해보겠다. 우리가 살면서 실제로 본 ‘진짜’ 파란색 동물은 몇이나 될까? 하나? 둘? 어쩌면 하나도 못 봤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여기저기서 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집 고양이는 파란 눈이고, 분명히 박물관에는 파란 나비가 박제되어 있었다고 말이다!

 

지금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파란색은 그런 ‘가짜’ 파란색이 아니라 ‘진짜’ 파란색, 즉 파란색 색소를 가진 생물들이다.

 

가짜 파란색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앞서 말한 파란 눈 이야기로 물길을 터 보자.

전 세계적으로 17%의 사람들이 파란색 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신비로운 색은 동물과 인간을 막론하고 꽤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눈 색을 만드는 멜라닌 색소는 갈색에서 검은색을 띠는 유멜라닌(eu-melanin)과 황색에서 적색을 띠는 페오멜라닌(phe-omelanin) 두 종류뿐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파란 눈은 빛이 홍채에서 반사되면서 긴 파장의 빛은 흡수되고 짧은 파장의 빛만 반사되는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에 의해 일어난 것이다.

 

 

일부 서양인들의 파란 눈과 당신의(아마 대부분은) 갈색 눈의 차이는 홍채의 갈색 색소뿐이며, 실제로 레이저 수술을 이용해 눈 색을 영구적으로 파란색으로 바꿀 수도 있다. (다만, 이 수술은 아직 그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아래의 사진은 ‘모르포나비’이다. 이 나비는 아름다운 푸른 날개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데, 한때 그 아름다운 푸른빛에 반한 학자들이 이를 염료로 추출하려 시도했었다. 그러나 이들 중 성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실 이 나비는 푸른색 색소를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나비 날개의 미세한 구조가 빛을 산란하고 푸른색만 산란하여 내보낸다.

 

이 아름다운 푸른색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면 이 나비 표본을 옆으로 돌려 보자. 아름다운 푸른색 대신 칙칙한 나방 색의 날개가 나타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에는 (최소한 인간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파란 새는 존재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푸른색 물고기도 빛의 산란이라는 방법을 통해 푸른색의 마법을 부리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푸른 색소를 정말로 몸에 가지고 있는 동물은 없는 걸까?

극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동물들은 른 색소를 몸에 지니고 있다. 정말 극히 일부지만 말이다.

 

아마도 사진으로 본 적이 있을 아래의 개구리는 ‘청독화살개구리’이다. 이 개구리는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푸른 색소를 지닌 종이다.

 

 

또, 아래의 나비는 ‘올리브윙나비’라는 종이며, 역시 푸른 색소를 지녔다. 새삼 특별해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많은 파란색 동물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파란색 동물들 중 푸른 색소를 실제로 몸에 지니고 있는 동물들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동물뿐만이 아니라 자연계 전체에서 파란색은 드물다. 하늘과 바다조차도 진짜 파란색은 아니니까 말이다. 파란색이 이토록 드문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껏 우리 눈을 감쪽같이 속여 왔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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