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나의 시사 칼럼7] 품격있는 전쟁

그 밤 그 방에서의 전쟁

정몽주와 이방원의 시조는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시간에도 배우는 유명한 시조들이다. 필자는 이 시조들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아직까지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지 궁금해졌다. 또 이방원과 정몽주가 어떠한 상황에서 서로의 시조를 주고받았는지 궁금해져서 칼럼을 쓰게 되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반란이 시작되었다. 이 때 이미 고려는 부패하였고 이성계는 강력한 군사권과 그리고 정도전이라는 뛰어난 전략가를 편으로 두었기에 이성계의 난은 단지 난에서 끝나지 않고 혁명이 되어 새로운 왕조를 세웠다. 많은 활약을 했던 이성계의 아들 중 다섯째가 훗날 태종, 이방원이다. 몰락해가는 고려에도 왕조를 끝까지 지키려고 몸부림치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하나가 정몽주였던 것이다.

 

이러한 정몽주에게 이성계 일파를 제거할 기회가 딱 한 번 있었다. 이성계가 해주에서 사냥을 하다가 말에서 떨어져 몸을 크게 다쳐 개경에 오지 못하고 벽란도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던 때였다. 이때 정몽주는 이성계 일파를 제거하려 하였다. (참고 자료: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384568&cid=47322&categoryId=47322)그러나 위기를 느낀 이방원이 한밤중에 벽란도로 달려가서 이성계를 개경까지 데려오면서 정몽주의 계획은 실패한다.

 

그러나 정몽주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계획을 세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성계의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다음 일을 계획할 수 있기에, 병문안을 핑계로 이성계의 집으로 스스로 찾아갔다. (참고 자료: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384568&cid=47322&categoryId=47322) 이때 이방원이 정몽주에게 시를 한 수 들려 주었는데, 그게 바로 유명한 ‘하여가(何如歌)’이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한마디로 말해서 고려 왕조에 대한 절개를 굽힐 것을 권유하면서, 자신의 뜻에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참고 자료: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384568&cid=47322&categoryId=47322) 그러자 정몽주가 이방원이 따라주는 술 한 잔을 받아 들고는 ‘단심가(丹心歌)’로 화답하였다.

 

이 몸이 죽어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고려 왕조에 대한 정몽주의 일편단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였다. 이 시를 들은 이방원은 더 이상 정몽주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심복 조영규를 통해 선죽교에서 정몽주를 살해하였다.

 

 

이성계는 결국 난을 일으켜 왕이 되었다. 어쩌면 난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반란 무리의 회유를 거부하는 정몽주는 충직한 신하였다. 그러나 당시 고려의 상황을 본다면 이방원은 영웅이었을지 모른다. 오히려 정몽주는 왕좌를 잇는 것에만 매여 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옳은 것이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밤 그 방에서 오고 갔던 시조 두 편은 지금까지의 어떤 전쟁보다 가장 수준 높고 기품있는 전쟁으로 남아있다. 하여가와 단심가 만으로도 이방원과 정몽주가 당시에 얼마나 뛰어난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시대에 감히 그들과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서로 다른 입장에 있었으나 기품있는 전쟁을 했던 이방원과 정몽주의 단심가와 하여가는 현재 우리의 정당들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를 유지하고 약간의 변형만을 허용하고자 하는 보수 진영과 혁신과 개혁을 외치는 진보 진영은 단심가와 하여가로 답했던 그들처럼 품격있는 정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방원과 정몽주는 나라와 백성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려는 마음은 통했다. 우리나라 정당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옛적 그들은 방법이 달랐을 뿐 목적은 같았고 그 목적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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