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 평범하게 써서 빅클럽 되겠어?

이적시작의 기본부터 시장 개척까지

'평범하게 벌어서 부자 되겠어?'
올해 초, 스크린을 달궜던 박누리 감독의 영화 '돈' 포스터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문구입니다.

 

이번 류축르는 이적 시장의 기본을 다지면서 19/20 시즌 유럽 축구 5대 리그 간략 정리 그리고 리그앙 이야기와 '축구계의 불어오는 돈바람, 고비용 = 고효율만이 옳은 공식일까?'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사실 이번 주제와 관련된 칼럼(기사)은 이미 현직에 계신 기자분들께서 너무나도 자세하게 써두신 터라 무슨 의미가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또래의 눈에서 바라보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생각과 길더라도 하나하나 알아가보자는 마음 하나로 쓰게 된 이번 류축르,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용어정리

가장 먼저 이적시장의 본격적인 내용을 알아보려면 용어들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용어 정리를 먼저 하려고합니다.

 

우선 지금부터 소개될 모든 내용에서 이적하려고 하는 상황일 때, 그 특정 선수를 K라 하며 K 선수의 원소속 구단을 A, 이적하고자 하는 구단을 B 그리고 이 외의 구단을 C라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① 이적료 : 선수를 이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순수하게 양 구단 사이에 오가는 돈.

 

② 메디컬 테스트 : 선수와 양 구단이 상호 합의된 상태에서 선수의 몸 상태에 이상이 없는지를 B 구단에서 확인하는 것.

 

③ 오피셜 : 선수의 영입이 최종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B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

 

④ 바이아웃(Buyout clause) : 선수와 구단이 계약할 때 K 선수를 영입하려는 B 구단이 이전에 A 구단이 K 선수에 대해 책정한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면 B 구단은 A 구단과의 협의 없이 바로 K 선수와 직접 협상할 수 있는 조항.

▶ 지난 2017년, 바르샤는 네이마르를 지키고자 천문학적인 바이아웃 금액을 제시했는데 당시 중동의 자본이 한창 유입되며 몸집이 커지던 파리 생제르맹이 그 금액을 지불하고 네이마르를 PSG 소속으로 만든 것이 바이아웃 사례의 예시이다.

 

⑤ 바이백(Buyback clause) :: A 구단이 K 선수를 B 구단으로 이적 보낼 때 포함시켜 계약하는 조항으로 훗날 A 구단이 조항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불하면 K 선수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조항.

▶ 많은 주목을 받으며 2018년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은 정우영(19)이 지난 6월 SC 프라이부르크로 완전 이적했다. 이 과정에서 뮌헨은 바이백 조항을 포함시켰는데 이는 뮌헨이 정우영의 잠재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⑥ 자유계약(Free agentl) : K 선수가 A 구단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타 구단이 이적료 없이 K 선수들 데려갈 수 있는 상태의 이적 방법. 

 

⑦ 스와프 딜(Swap-deal) : A, B 구단에 서로가 원하는 선수가 있을 때 이적료 없이 선수만 바꾸는 이적 방법.

 

⑧ 하이재킹(Hijacking) : K 선수가 B 구단으로 이적하는 것이 거의 확실해지는 상황에서 C 구단이 K 선수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 B 구단으로 가려던 선수를 C 구단으로 데려오는 이적 방법.

 

⑨ 보스만 룰 : 모든 선수가 소속 구단과의 계약 만료가 6개월 미만이 되는 시기부터 자유롭게 타 구단과의 계약이 가능하다는 조항.

 

 

# 19/20 유럽 5대 리그 이적시장

하다못해 해외축구 커뮤니티 계정 하나만 팔로우해놨어도 한 번쯤은 접했을 내용들이기에 간단한 기본 개념과 흐름 정도 훑고 간다는 느낌으로 판세 정도만 정리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현지 시각을 기준으로 19/20 시즌의 이적 시장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이미 지난 8일 18시에 닫혔고 독일 분데스리가는 다음 달 2일 20시까지 열려있습니다.  또 이탈리아 세리에와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앙은 분데스리가와 같은 날인 2일 23시 59분까지 입맛에 맞는 선수들을 보유하기 위한 구단들의 전쟁이 이어집니다.

 

 

#19/20 유럽 축구 이적시장 하이라이트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만든 기준에 따라 류축르가 선정한 이번 유럽 축구 이적시장 하이라이트 선수를 몇 명 소개하려 합니다. 어디까지나 류축르에, 류축르에 의한 랭킹입니다.

 

ⓐ 앙투안 그리즈만 (Antoine Griezmann, 프랑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FC 바르셀로나

이번 이적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남자였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FC 바르셀로나행을 택한 그리즈만, 그의 이적료는 1억 2천만 유로(한화 약 1,574억 원)에 달하는 거액입니다.

 

ⓑ 다비드 루이스 (David Luiz Moreira Marinho, 브라질) / 첼시 FC → 아스널 FC

잠시 PSG에 몸 담기는 했지만 첼시의 상징과도 같던 선수,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부임한 첼시에 유독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런던 라이벌 아스날로 깜짝 이적한 다비드 루이즈입니다. 2년 계약 조건으로 800만 파운드(한화 약 118억)의 이적료를 기록하였습니다.

 

ⓒ 로멜루 루카쿠 (Romelu Lukaku, 벨기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인터밀란

나름 맨유의 주포였던 루카쿠가 솔샤르 감독 체제로 접어들면서 래시포드의 원톱 기용에 밀려 이적을 선택했다. 이로써 첼시를 지휘할 때부터 루카쿠를 원하던 콩테 감독은 인터밀란의 지휘봉을 잡은 뒤에서야 그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루카쿠의 이적료는 5년 계약 조건으로 7,300만 파운드, 한화로 약 1,070억 원입니다.

 

ⓓ 니콜라스 페페 (Nicolas Pepe, 프랑스) / 릴 OSC → 아스널 FC

다음은 구단 사상 최고 이적료를 갱신하며 아스날 유니폼을 입은 니콜라스 페페입니다. 오바메양, 라카제트 등과 함께 아스날 대포에 불을 붙일 페페는 지난 시즌 리그앙에서 22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득점과 도움 모두 2위에 이름을 오르는 활약을 펼친바가 있습니다. 페페의 이적료는 분할 지급 조건으로 8,000만 유로, 한화 약 1,050억 원입니다.

 

ⓔ 해리 맥과이어 (Jacob Harry Maguire, 잉글랜드) / 레스터 시티 FC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지막은 역대 수비수 최고 이적료를 갱신한 해리 맥과이어입니다. 레스터 시티에서 미친 활약을 펼친 맥과이어는 기존 반 다이크(리버풀 FC)의 7,500만 파운드 기록을 갈아치우며 맨유로의 이적을 확정 지었습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잉글랜드 산 벽으로도 불리고 있는 맥과이어의 이적료는 계약기간 6년에 8,000만 파운드(한화 약 1,175억 원)로 알려졌습니다.

 

 

# 고비용 = 고효율은 옳은 공식?

이번 칼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효율을 내는 선수는 고비용이다.' 혹은 '고비용의 선수가 고효율이다.'는 공식인듯 공식아닌 뉘앙스의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옳지 않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19/20 시즌 이적시장 사례를 예시로 단편적인 이해를 이끌어내보겠습니다.


위에서 두 번째로 소개된 다비드 루이스 선수가 첼시를 떠나 아스널로 향할 때 아스널이 첼시 측에 지불한 이적료는 800만 파운드, 한화로 약 118억 정도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첼시에서 PSG로 떠날 때의 4000만 파운드에 비하면 1/4도 안되는 수준이죠. 루이스는 전술적인 측면에서 불안했던 아스널 수비 라인을 보강해줄 수 있는 선수를 넘어 한 명의 수비 선수 그 이상의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부주장을 지니며 검증된 리더십은 물론 큰 무대에서의 큰 경기로 다져진 감각까지 아스널에게는 중요한 자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지난해 1월 겨울, 아스널에서 미친 골폭풍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맨유로 트레이드 된 알렉시스 산체스는 어떨까요? 맨유에서 그가 기록한 골은 41경기(PL, UCL, ICC) 고작 5골에 불과합니다. 그가 맨유로부터 받은 돈을 골 수로 나누면 1골 당 약 121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오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직전에 언급한 고비용 = 고효율 공식은 모순 그 자체임을 알 수 있습니다.

 

 

# 한국 선수의 새 리그 진출? ▶ 국내 시장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황의조는 지난 7월 감바 오사카(J리그)를 떠나 FC 지롱댕 드 보르도(리그앙)에 둥지를 틀며 유럽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워낙 황의조가 소속팀 감바 오사카와 대표팀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던 터라 황의조의 보르도 이적은 축구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했죠. 

 

'물 들어올 노 젓는다'더니 이달 초, S사의 스포츠 전문 채널은 보르도가 속해있는 프랑스 1부 리그 리그앙의 19/20시즌 중계권 계약을 채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S사가 지난 18/19 시즌을 앞두고 비싼 중계권료와 그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시청률을 이유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포기한 이후 한 시즌만에 있는 일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을 품어보려 합니다. 과연 국내에 있는 축구 팬들의 취향 등을 고려해봤을 때 과연 프리미어리그보다 리그앙의 현재 시장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 명백히 아닙니다. 축구계와 방송계의 내부 사정을 할 수는 없는 터라 세세한 내용까지 언급할 능력은 못되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클럽, 그리고 그 클럽들이 즐비해있는 리그는 프리미어리그입니다. 리그앙과 비교할 때만큼은 확실하게 말이죠.

 

그렇다면 S사의 리그앙 중계권 채결은 무모한 도전이었을까요? 류축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황의조의 보드로 이적과 동시에 S사가 리그앙의 중계 계약을 채결한 것은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S사가 파격적인 행동을 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무엇을 보고 S사는 리그앙의 중계권을 사들였을까? (류축르피셜)

첫 번째는 단연 황의조입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자 소속팀 감바 오사카에서도 핵심 자원으로 손꼽히며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황의조가 유럽 리그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리그이자 시즌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 선봉장 역할을 S사가 자처한 것이죠. 게다가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도 리그앙 무대를 누비고 있으니 S사의 도전은 충분히 그 이유가 있다고 여겨질만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와 연관 지어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축구 5대 리그라 불리는 프랑스의 리그앙이라지만 PSG와 같은 리그 내 빅클럽이 UCL 무대에서 경기할 때를 제외하면 사실 국내에서 접하기는 힘든 리그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위 내용을 해석하면 결국 리그앙은 국내 축구계에서는 원석과도 같은 존재였다는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팬층도 워낙 두껍고 관련된 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스페인 라리가는 흔히 3대장이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AT 마드리드 그리고 바르셀로나가 자리 잡고 있어 인기몰이를 하기에는 충분하고 독일 분데스리가에는 꽤나 많은 코리안 리거들이 뛰고 있으며 이탈리아 세리에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혹 국내에서 중계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리그 자체를 가지고 생산해낼 수 있는 콘텐츠는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계약 조건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알지 못해 자세하고 완벽에 가깝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저 경기 중계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해당 리그의 로고 사용권, 공식 이미지 사용권 나아가 선수들의 초상권 등 사용할 수 있다면 방송사가 가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새로운 시장의 확실한 개척이라 생각합니다. 황의조가 새로운 무대의 발을 내디뎠고 그 무대가 아직 국내 시장에 자리 잡지 않은 원석 같은 존재이기에 S사는 잠재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선점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S사의 과감한 도전이 옳은 도전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리그앙은 이제 막 첫 라운드를 마쳤고 주 이유라고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 황의조는 아직 적응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S사의 예상이 적중만 해준다면 상상할 수 없는 새 시장이 개척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주제가 너무 포괄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축구에 처음 입문하는 팬들의 정확한 기초 지식을 위해 서두부터 장황하게 개념만 설명하기도 했고 그래도 트렌드에 발맞춰가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에 새 시즌 정리도 하이라이트라며 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S사의 리그앙 중계 계약 채결까지 언급했는데 뭔가 하나를 전문적으로 파헤치는 느낌이 들지 않아 스스로도 많이 아쉽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쉽게 접하고 편하게 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넓고 얕은 지식이더라도 전하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한 칼럼이 어느새 여기까지 왔습니다. 항상 부족함 투성이고 심지어 팩트마저도 어긋나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뭐 한 달에 한 번 새롭고 신선한 주제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해왔는데 지켜지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런 약속 안 하고 여유가 될 때마다 열심히 준비해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는 경기와 관련된 내용은 물론 축구계의 트렌드를 알기 쉽게 읽어주는 축구 전문 칼럼입니다.

 

글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센스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발전하기 위해 저자세로 배워나가고자 합니다. 읽으면서 불편하셨던 부분이나 잘못된 내용, 다음 주제 추천 등을 메일(vamos_2002@daum.net)로 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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