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지의 과학 칼럼2] 혜성, 지구 생명체의 기원

 

빛 공해가 심한 요즘에는 도심에서는 별을 두어 개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은 과거, 지금의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만 해도 밤하늘은 별뿐 아니라 신기한 천체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미지의 장소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밤하늘을 수놓는 빛무리, 즉 별똥별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별똥별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떨어지는 유성우는 신비할 뿐 아니라, 우주를 향한 경외마저 들게 할 듯하다.

 

화려한 경관에 비해 이들의 정체는 꽤 소박하다. 태양 주위의 궤도를 따라 공전하는 혜성은 이온 꼬리와 가스 꼬리를 지니는데, 지구가 혜성의 궤도를 지나며 꼬리가 남긴 흔적을 통과하게 되면, 남아있던 입자들이 지구와 충돌하여 대기와 마찰하며 빛과 열을 낸다. 이것이 유성, 다른 말로는 별똥별이다. 별의 똥인 별이라는 이름이 그 정체를 잘 설명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혜성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일부 과학자들은 생명의 시초가 혜성으로부터 전해졌다고 주장한다. 혜성이 원시 지구의 표면에 충돌하며 단백질 같은 생명체의 기본 단위가 지구에 전달되었거나, 지구 생명체의 필수 요건인 물을 주었다고 말이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혜성이 우주의 비밀을 풀 실마리를 지닌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래서 실마리를 얻어내기 위해, 수행성을 분석하거나 혜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등의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았을 것은 아마 로제타 탐사선일 것이다. 로제타 탐사선은 2004년 발사되어 10년의 비행 끝에 2014년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에 도달하게 된다. 이윽고 탐사로봇 필레를 투하하였으나, 역분사 엔진이 작동하지 않아 착륙 지점에서 튕겨 나와 실종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필레가 최종적으로 착륙한 위치가 배터리 충전이 불가능한 음지여서 교신마저 끊겨버린다.

 

이렇게 로제타 탐사선과 필레는 기억에서 잊히는 듯했다. 그러나 1년 후인 2015년, 혜성이 공전하며 필레의 위치에 태양 빛이 비쳐 필레가 충전되었고, 과학자들은 필레의 탐사자료를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받은 탐사 자료는 놀라웠다. 산소와 더불어, 신경전달 물질로 작용하는 단백질인 글리신이 발견된 것이다. 복잡한 고분자 단백질인 글리신의 존재한다는 것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한다.

 

10년에 걸친 여행치고는 사소한 결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도, 지구의 생명체 기원을 단언할 수 있게 된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우주를 알아가는 것은 인내를 동반하는 일이다. 어떤 것조차 간단하게 답을 얻을 수는 없다. 우리와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조차 약 4광년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4년을 가야만 얻을 수 있는 거리이다. 혜성을 하나 탐사하기 위해서도 10년가량이 걸리고, 탐사가 성공할지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이, 사소한 결과가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천문학적인 액수와 시간을 들여서라도 외우주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데에는 자신의 기원을 탐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질이 내재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명의 본질을 향한 탐구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의 제목을 향한 근본적인 대답을 고대인들은 신화로부터, 중세인들은 종교로, 이제 현대인들은 과학으로써 설명하고자 한다. 탐사를 이어나간다면, 그 답을 혜성으로부터 알게 될거라고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