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현의 웹소설 이야기 5] 웹소설 미디어믹스, 어디까지 왔을까?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메이비>에 달하기까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라는 말을 아는가? 때로는 '미디어믹스'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용어는 대한민국의 매체 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원래 OSMU라는 용어 자체는 일본의 전자공학계에서 사용되었는데, 대한민국으로 넘어오며 하나의 영상을 다양한 종류의 매체로 가공하여 제공하는 행위를 말하게 되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이를 2003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우수한 기획을 통해 제작된 1차 콘텐츠를 시장에 성장시킨 후 재투자 및 라이선스를 통해 2차, 3차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전략”으로 정의하였다.

 

예를 들어보자. <구르미 그린 달빛>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작품은 배우 김유정과 박보검을 주연으로 한 사극 로맨스 드라마로 방영 당시 상당한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드라마는 여타의 드라마들이 흔히 그렇듯이 원작이 존재하긴 하지만, 다른 드라마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구르미 그린 달빛>이 네이버 플랫폼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웹 소설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시장성 검증에 성공한 1차 콘텐츠(<구르미 그린 달빛> 웹 소설)을 바탕으로 약간의 각색을 거쳐 2차 콘텐츠(<구르미 그린 달빛>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인터넷에 연재되었다가 드라마로 제작된 첫 번째 사례는 아니지만, (완결 후 단행본 출간을 통해 이익을 얻는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돈을 받고 연재하는 방식이 정착되고, '웹 소설'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이후 '웹 소설 미디어믹스'의 성공 가능성을 보인 첫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 <김 비서가 왜 그럴까>,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그녀의 사생활> 등 많은 웹 소설이 드라마화되었다.

 

웹 소설의 원 소스 멀티 유즈는 드라마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카카오페이지를 필두로 한 <김 비서가 왜 그럴까>, <나 혼자만 레벨업>, <달빛 조각사> 등의 웹툰화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웹 소설'이라는 용어를 처음 정착시켰던 네이버 또한 <뱀파이어의 꽃>, <금혼령-조선혼인금지령> 등을 개시하며 자사 플랫폼의 웹 소설을 웹툰화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무료 게임 다운로드 순위에서 각각 5위와 1위를 기록한 <MAYBE-메이비 : 내가 만드는 이야기>는 네이버 플랫폼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웹 소설과 웹툰을 게임으로 재현한 비주얼 노벨 게임이다. <메이비> 전에도 조아라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 소설을 바탕으로 한 MMORPG 게임인 <메모라이즈> 시리즈 중 한 앱은 구글플레이에서 9위를 기록했던 적이 있으며, 자타공인 게임 판타지 소설의 베스트셀러인 <달빛 조각사>는 현재 게임 사전예약을 받으며 유저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웹 소설의 인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이미 한 차례 인기가 검증된 원작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제작자의 흥행 부담을 덜어주며, 종종 '원작보다 더 성공한' 사례가 등장하기도 한다. 원작 소설에 애정을 가진 독자들이 웹툰화, 드라마화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가 하면 2차, 3차 콘텐츠를 먼저 접하고 역으로 원작 소설에 유입되는 인구도 만만치 않은 편이다. 

 

물론 모든 웹 소설의 미디어믹스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그녀의 사생활> 등의 드라마는 시청률이 부진한 편이고 드라마화, 게임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정이 복잡하지 않은 탓에 활발히 이루어지는 웹툰화는 많은 물량만큼 시원치 않은 성적을 내는 웹툰도 즐비하다. 그러나 이러한 면만을 보고 웹 소설의 미디어믹스에 대해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

 

웹 소설 시장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그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웹 소설 연재 사이트인 조아라가 유료 연재 시스템인 노블레스를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고, 또 다른 웹 소설 플랫폼 문피아가 정액제에 익숙해진 독자들을 상대로 '편당 결제' 시스템을 꿋꿋이 밀고 나가던 초기에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반응은 꾸준히 있었다. 현재는 어떤가? 두 플랫폼 모두 유명 웹 소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편당 결제' 방식은 보편적인 시스템이 되었다. 웹 소설의 가능성은 아직도 크다. 비록 모든 웹 소설 미디어믹스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계속 기대해볼 만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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