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혁의 MLB 톡 칼럼] 가장 멋진 야구를 했던 팀, 워싱턴 내셔널스의 2019 명승부 10선-2편

첫 50경기 19승 31패로 창단 이후 최악의 스타트를 보냈던 팀, 15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최악의 불펜진을 가지고 있던 팀, 최악의 팀 분위기와 감독의 경질설까지 나오며 시즌을 포기하려고 했던 바로 그 팀.

그러나 일말의 빛도 없었던 이러한 상황에서도 내셔널스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역대 최초로 승패마진 -12 이하 팀이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이룩한 기적의 과정을 살짝이라도 엿보고 싶은 팬들을 위해 필자가 올해 워싱턴 내셔널스가 보여준 최고의 명승부 10경기를 선정해 보였다. 이 칼럼에서는 5위부터 3위 명승부를 다룬다.

 

5

09.04 vs뉴욕 메츠

'60년에 한번 방송되는 막장 드라마, 9회 말 7득점 끝내기'

9월 4일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사이영상을 거머쥔 내셔널리그 최고의 투수 제이콥 디그롬과 양대리그 사이영상, 사이영상 수상 3회에 빛나는 원조 최고 투수 맥스 슈어저가 선발 맞대결이 예정된 날이었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관심은 모두 이 경기에 쏠렸고, 류현진과 사이영 경쟁을 하던 두 투수의 맞대결이었으므로 엠스플에서 한국어 중계까지 해 줄 정도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경기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디그롬이 1회부터 실점을 한 것, 스무살의 슈퍼스타 후안 소토에게 선제 2루타를 허용했다.(1-0) 슈어저는 3회까지 안타를 한개도 허용하지 않으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4회 조 패닉에게 허용한 투런홈런 포함 4실점하고 말았다(1-4) .이후에도 불안불안했지만 5회와 6회를 무실점으로 막는 것은 성공했다. 디그롬은 실점 이후 각성하여 4이닝을 연속으로 삭제시키는 호투를 펼치며 메츠의 리드를 지켰다. 디그롬은 이 경기 전까지 후반기에 3점 차 리드를 날린 적이 없었기에 메츠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상황, 그러나 내셔널스(이하 '내츠')는 쉽게 포기하는 팀이 아니다. 6회 커트 스즈키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가더니( 4-2), 결국은 8회 디그롬을 끌어내리는 스무 살 소토의 기적같은 투런 홈런이 터졌다. 하지만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내츠의 불펜은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8회와 9회 홈런 두방 포함 6실점하며 여섯 점 차의 가망이 없는 스코어를 만들었다. ( 10-4 )

모두가 포기했었던 이 경기, 선수들만은 포기하지 않았었다. 6점 차인데도 불구하고 전력질주로 출루해낸 빅터 로블레스를 터너가 2루타로 불러들이며 추격을 시작했고( 10-5 ), 곧바로 카브레라와 렌던의 연속 안타로

한점을 더 따라붙었다. ( 10-6 ) 메츠는 투수 제발트를 내리고 아빌란을 올렸지만, 우리의 소토는 아빌란마저 무너뜨리며 1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 메츠는 작년 마리아노 리베라 상 수상에 빛나는 마무리투수 에드윈 디아즈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리고 내츠 역시 디아즈를 맞아 대타 카드를 기용하는데, 타석에 들어온 선수는 내츠를 상징하는, 아니 내셔널스 그 자체인 전설 라이언 짐머맨. 36세의 노장은 160km의 강속구를 받아쳐 기어코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10-8) 내셔널스의 상징이 만들어낸 이 타구는 내셔널스가 무슨 팀인지 말해 주는 듯 했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커트 스즈키, 짐머맨보다 한 살 많은, 올해 준수한 성적을 내긴 했지만 전성기는 8년 전에 지나가버린, 이제는 극히 평범한 포수였다. 역시 초구에 힘없이 헛스윙하며 160km공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주었지만, 그는 3개의 볼을 골라내고 2개의 공을 커트하며 역부족을 가능성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덟 번쨰 공, 커트 스즈키는 에드윈 디아즈의 160km 패스트볼을 왼쪽 펜스 밖으로 넘겨버렸다( 10-11 ). 기적적인 내츠의 승리. 지고 있는 상황에서 9회 초 5실점 이상을 한 팀이 9회 말 7점 이상을 뽑아내어 승리한 경기는 1961년 보스턴 이후 처음이다. 올해 내츠를 설명할 수 있는 어구인 '포기하지 않는' 이 가장 어울렸던, 9회 말 7득점 역전 경기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4

10.23 vs휴스턴 애스트로스

'게릿 콜을 무너뜨리다, 팀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승리'

와일드카드와 디비전시리즈를 기적적인 역전으로 승리한 내츠는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를 4연승으로 격파하며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짓게 되었다. 6일의 달콤한 휴식 후 갖게 된 월드시리즈, 그러나 상대는 (사인을 훔쳤지만) 올 시즌 107승으로 2010년대 최다승 신기록을 경신한 팀인, 의심의 여지없는 메이저리그 최강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경기장은 휴스턴의 홈 구장 미닛메이드 파크, 밀폐된 돔 구장 안에서 6만명의 애스트로스 팬들이 상대 팀을 압박하는 곳이다. 실제로 올해 휴스턴의 홈 성적은 60승21패, 무적에 가까운 성적으로 마이애미, 디트로이트, 캔자스시티, 볼티모어의 전체 승리보다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거기에 선발투수는 게릿 콜, 올 시즌 33경기 20승 5패, 212이닝, 평균자책 2.50, 326탈삼진이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성적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다.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는 22.2이닝 35삼진 평균자책 0.39(;;)의 말도 안되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슈어저-스벅-코빈-산체스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이 있지 않은가, 1차전 선발은 맥스 슈어저였고, 슈어저와 콜의  WS 1차전 맞대결은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경기 시작과 함께, 콜은 내츠가 자랑하는 강타자인 소토와 렌던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삭제시켰다. 그러나 슈어저는 미닛 메이드 파크에 적응하지 못하고 휴스턴의 1루수 율리 구리엘에게 선제 2타점 2루타를 내주고 만다( 2-0 ) .한 이닝만에 슈어저가 두 점을 내주고 말았지만, 내츠는 곧바로 짐머맨의 솔로 홈런으로 월드시리즈 첫 득점이자 첫 홈런을 기록한다. (공교롭게도 타자는 라이언 짐머맨이었다) 이후 슈어저가 호투를 펼치며 4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고 잘 막아낸 사이, 4회 초 후안 소토가 천금같은 동점 홈런을 쏘아올린다( 2-2 ). 내셔널스의 과거이자 이미 전설인 사나이와, 내셔널스의 미래이자 곧 전설이 될 사나이가 나란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와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을 무너뜨리는 순간, 어쩌면 그때 이미 내츠 팬들은 내셔널스의 우승 장면을 봤을지도 모른다. 다시 경기로 돌어가서, 동점을 만든 내츠는 곧바로 경기를 뒤집기 시작했다. 5회 초 스즈키와 로블레스의 연속 안타로 잡은 기회에서 아담 이튼이 역전을 성공시키는 적시타를 때려냈고( 3-2 ), 또다시 4번타자 후안 소토가 이튼과 로블레스를 불러들이는 쐐기 2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5-2 ) . 승패마진 -12를 기록하며 꾸역꾸역 올라온 와일드카드 팀이 ,후반기 무적 그 자체였으며 5실점 이상 경기가 한번도 없었던 게릿 콜과 그의 소속팀인 현재 시점 메이저리그 최강팀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첫 경기부터 원정에서 무너뜨린 것이다! 슈어저가 5회도 무실점으로 막으며 내려간 후, 내츠는 패트릭 코빈을 불펜투수로 사용했다. 코빈이 일단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믿었던 레이니와 허드슨이 각각 1실점씩 헌납하며 ( 5-4 )경기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고, 휴스턴의 기회에서 내츠가 꺼내들은 카드는 션 두리틀이었다.

2017시즌부터 팀의 마무리를 담당하며 든든하게 뒷문을 지킨 그였지만, 전반기 심각한 부진으로 팬들에게는 애증의 존재였던 두리틀(https://www.goeonair.com/news/article.html?no=12795 제가 6월에 내츠 불펜과 두리틀의 부진에 대해 쓴 칼럼입니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으시다면 읽어주세요!)이었다. 그러나 두리틀은 팬들도 전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졌고, 1.1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팀의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승리를 지켜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더 드라마틱했던 경기, 역사상 첫 WS 승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명승부였다.

 

3

10.10 vsLA다저스

'38년만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1981년은 워싱턴 내셔널스의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37년 역사(1969~2005) 중 유일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해였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스티브 로저스(캡틴아메리카 아닙니다)를 중심으로 한 엑스포스는 막강했으나 아쉽게도 챔피언십시리즈에서 LA 다저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랬기에 2019년 디비전시리즈가 더 특별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유일한 챔피언십시리즈 무대 상대였던 LA 다저스를 38년만에 무너뜨림으로써 그들을 밟고 다시 CS(Championship Series) 무대에 서게 됬으니 말이다. 그리고 배경만큼 시리즈 내용 또한 특별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기적적으로 승리하고 디비전 시리즈에서 106승 팀인 LA 다저스를 만난 내츠는 첫 경기를 무기력하게 패배했었다. 불펜은 어느때나 다름없었고, 믿었던 타선마저 다저스의 워커 뷸러에게 꽁꽁 묶여버렸기 때문에 더욱 절망적이었다. 모두가 다저스의 승리를 점쳤었고, 실제로 그래 보였다. 그러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6이닝 1실점 10삼진 호투와 맥스 슈어저의 깜짝 구원 등판으로 내츠는 희망의 끈을 다시 조여맸고, 다음 경기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 류현진이 소토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할때만 하더라도 시리즈의 주도권이 넘어온 줄 알았었다. 그러나 믿었던 패트릭 코빈이 0.2이닝 6실점하며 홈에서의 첫 경기를 내준 후 4차전을 슈어저의 역투와 짐머맨의 쓰리런으로 가져오며 결국 승부는 벼랑 끝 5차전까지 가게 되었다. 양 팀 선발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워커 뷸러, 두 명의 데이브( 내츠의 데이브 마르티네즈 감독,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는 총력전을 예고했고, 선발투수도 에이스를 출격시켰다.

시작은 충격적이었다. 1회 말 다저스의 1번 타자 작 피더슨이 홈런을 쳐버린 것, 다행히 이 타구는 비디오 판독 결과 2루타로 번복됬다. 그러나 안도하는 내츠 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2번 타자 맥스 먼시가 진짜 홈런을 때려버렸다( 2-0 ) 이후에도 비티와 J.터너가 출루했지만 스트라스버그는 불안불안하게 막아냈다. 그러나 2회말이 시작하자마자 엔리케(키케) 에르난데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버렸고( 3-0 ), 순식간에 경기는 석 점 차가 되버렸다. 이후 스트라스버그는 6회까지 실점 없이 막아냈지만, 워커 뷸러는 그야말로 랜디존슨 모드에 들어갔었다. 5회까지의 이닝을 전부 삭제시켜버렸고, 6회 '후안 소토'에게 허용한 2루타로 한 점을 내준 것만 제외하면( 3-1 )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7회에 들어서며 체력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하자 총력전을 예고했던 로버츠 감독은 클레이튼 커쇼를 등판시켰고, 2사 1,2루 위기에서 커쇼가 아담 이튼을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만 해도 다저스의 승리는 거의 확정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츠는 이렇게 쉽게 포기할 팀이 아니다(이말만 몇번을 쓰는지 모르겠다). 마르티네즈 감독은 패트릭 코빈을 불펜등판시키며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직전 등판에서 심각하게 부진했었던 코빈은 각성한 후 1.1이닝을 삭제시킴으로써 마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어진 내츠의 8회 초 공격, 앤서니 렌던은 '가을 커쇼'의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기가 막히게 걷어올려 추격하는 홈런을 때려냈다( 3-2 ). 그리고 다음 타자는 후안 소토, 거짓말처럼 초구를 받아쳐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리는 기적적인 동점 홈런을 만들어낸다.( 3-3 ) 경기 내내 끌려가던 워싱턴 내셔널스가 가장 자신다운 방법으로 극적인 드라마를 만드는 순간이었고, 가을 커쇼가 가장 자신다운 방법으로 상처를 입은 순간이었다.

이후 양 팀은 8회와 9회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은 연장전으로 접어들게 된다. 10회 초, 이튼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고 곧바로 렌던이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떄려낸다. 무사 2,3루에 다음 타자는 후안 소토, 다저스 배터리는 소토와 승부를 보기보다는 소토를 피한 후 다음 타자 하위 켄드릭과 승부를 보는 편을 택했다. 켄드릭은 이번 시리즈 최악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병살타 2개, 수비 실책 2개 등 성적이 바닥을 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켄드릭은 지난 4경기 동안 쌓아올린 마음의 짐을 담아 있는 힘껏 스윙했고, 켄드릭의 마음의 짐과 함께 날아간 타구는 다저 스타디움의 중앙 담장을 넘는 역전 만루홈런이 된다 ( 7-3 ). (학교 도서관 컴퓨터로 경기를 보고 있던 필자는 이 순간 기쁨을 참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눈물을 쏟았다) 켄드릭은 이번 포스트시즌 처음으로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만루홈런이라니, 켄드릭의 기적적인 만루홈런으로 내츠는 그 스코어를 유지하며 10회 말을 막았다. 그리고, 치열했던 디비전시리즈는 결국 내츠가 승리하고, 내츠는 38년 먼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이제 소개해 줄 마지막 명승부 두 경기가 남았다. 필자의 워싱턴 내셔널스의 명승부 3편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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