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의 시사/과학 칼럼 4] 33년 전 미제사건을 밝혀낸 열쇠

DNA 분석으로 드러난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전말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미제 사건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지목돼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다. 1986년 9월을 시작으로 1991년 4월까지 약 5년간 경기도 화성시 일대에서 무려 열 차례의 범행이 발생해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이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10건의 사건 중 5차(1987년), 7차(1988년), 9차(1990년) 사건의 유류품 DNA를 분석한 결과 수감자나 전과자들의 DNA가 보관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사람을 찾아냈다. 그는 1994년 처제를 강간 및 살인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이춘재(56)였다. 추가로 4차 사건 피해자의 속옷 등 5곳 이상에서 그의 DNA가 발견되었고, 모방 범죄로 밝혀져 범인까지 검거됐던 8차 사건 또한 자신의 소행이라는 자백이 나왔다.

 

첫 사건이 발생한 지 33년이 지난 지금,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을 줄로만 알았던 이 사건의 단서가 밝혀지게 된 결정적 열쇠는 바로 DNA 분석 기법이었다. 그렇다면 DNA 분석 기법이란 무엇일까?

 

 

 

 

지구상에 단 한 명뿐인 신뢰도, DNA 분석

DNA는 한 생물이 지니는 유전정보인 유전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유기분자로, 모든 생물의 유전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염색체에는 STR(Short Tandem Repeat: 짧은 연쇄 반복)이 존재하는데, 2∼4개의 염기가 반복되는 특성을 갖고, 이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므로 개인 식별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DNA의 사람마다 변이가 심한 HV1 및 HV2 부위를 분석하기도 한다. 한 세포 안에 많은 수의 복제 수를 갖고 있으며 원형의 작은 유전자로 되어 있어 STR 분석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시료의 분석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이춘재의 DNA 분석 작업을 이끌었던 국과수 법유전자과의 강필원 과장은 JTBC와의 9월 19일자 인터뷰에서 DNA 분석이 ‘지구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훨씬 그 이상의 신뢰도를 지니고 있다’라고 밝혔다,

 

 

DNA 분석 기법의 원리

DNA는 같은 사람에게서 유래한 모든 생물학적 시료의 유전자형이 같고 이는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이 덕분에 이춘재의 경우처럼, 같은 사람이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범행하고 다른 증거물이 발견되어도, 그 증거물에 스치기만 했다면 세월이 많이 흘러도 범인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기법은 부패하엿거나 적은 양의 시료로는 분석이 어려웠는데, 이와 달리 부패하거나 1ng(10억 분의 ·1g)의 DNA만 있어도 증폭 과정을 거쳐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DNA 분석에서 신원 확인까지

먼저 경찰에서 보관 중인 속옷이나 겉옷 등의 현장 증거물을 국과수에 DNA 감식을 의뢰한다. 국과수는 전달받은 증거물에서 혈액, 타액, 정액 등의 시료를 채취하여 DNA를 추출한다. 추출한 후 특정 DNA 부위를 증폭하여 전기영동으로 분리해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DNA가 있는지 대조하면 된다. 이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할 DNA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해 채취한다. 경찰은 구속된 피의자와 범죄 현장 유류품에서 나온 신원 미확인 DNA를, 검찰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수형인의 DNA를 각각 관리한다. DNA 신원확인정보 데이터베이스 연례 운영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DNA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범죄자의 수는 총 197,039명이다.

<인용출처: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5072323788>

 

 

 

 

그 당시에는 밝혀내지 못한 이유

경찰은 당시 과학수사 기법이 뛰어나지 않았다는 불가항력적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한 DNA 분석을 90년대 초 일본에 의뢰한 적은 있지만, 국과수에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용의자 DNA 증거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 DNA 대조로 시료 자체가 사라질 위험이 있어 맡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9년 'DNA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후 미제사건 용의자의 DNA도 보관하게 되었지만, 이때는 이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모든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된 뒤였다. 또한 2016년 국과수가 꾸린 '장기미제 강력사건 지원팀'에서 공소시효가 폐지된 장기 미해결 살인사건 현장의 DNA에 신기술을 적용해 재분석하였지만, 이마저도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살인사건이 대상이었다.

<인용출처: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882682, https://www.yna.co.kr/view/AKR20190919123300061>

 

10월 7일 기준, 이춘재가 자백한 범행은 화성 연쇄살인 10건을 비롯해 수원에서 2건, 청주에서 2건의 살인과 34건의 성범죄이다. 1994년 처제를 강간 및 살인해 검거된 것까지 합하면 모두 15건의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도 그가 피의자가 아닌 용의자 신분인 까닭은 공소시효에 있다. 경찰이 그를 피의자로 입건한다는 것은 형사소송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형사소송은 수사-기소-재판-선고의 절차를 거치는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는 범행 당시의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2001년 9월 14일 ~ 2006년 4월 2일 사이에 만료되어 수사 후의 절차를 밟을 수 없다. 신상공개 또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을 때 경찰이 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하는 사안이므로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의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임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착한 성격이었고, 순박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다는 것이다. 그의 자백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수사 선상에 혼란을 주거나 영웅 심리에 자백했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가 그런 심리로 자백할 이유도 없고 그러한 위치에 있지도 않는다고 보기도 한다.

 

30년도 더 지난 사건이기 때문에 당시 상황과 사건 관계자를 되짚어보며 조사해야 할 것이 많다. DNA 분석 결과와 자백이 나왔음에도 한 건 한 건을 가벼이 할 수 없고 경찰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사건이므로 수사의 장기화가 전망되는 상황이다.

 

 

<참고자료 출처>

http://lg-sl.net/product/scilab/sciencestorylist/INSC/readSciencestoryList.mvc?sciencestoryListId=INSC2009100002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0/20190920018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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