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예진의 국제 이슈 칼럼] 홍콩에 부는 민주화 바람

다음 사진은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총 받침대로 쓰는 모습이다. 지금 홍콩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홍콩 시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과 홍콩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홍콩은 원래 중국의 영토였지만 19세기 중반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영국에 패한 후 영국에 할양되었다. 156년 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홍콩은 1997년 다시 중국에 반환되었다. 중국은 사회주의 정치 체제 내에 자본주의 경제 체제도 공존하는 정치 제도인 1국 2체제를 유지하며 홍콩의 독자적인 입법, 사법, 행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에서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대규모의 시위는 왜 벌어졌을까?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범죄인 인도 조약’에 대한 반발이다. 범죄인 인도 조약은 어떤 국가에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다른 국가로 도주하였을 때 그 국가로부터 외교상의 절차를 통하여 범인을 인도받는 것을 말한다. 한겨레 TV에 따르면 몇 달 전 홍콩의 한 청년이 대만에 여행을 갔다가 여자 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했다고 한다. 대만은 홍콩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협정이 맺어지지 않아 범인을 송환하지 못했고 이 사건을 계기로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와 관련된 새로운 법률을 마련하는 중이다. 범죄인 인도 조약은 한국은 물론 여러 나라들이 서로 맺고 있기 때문에 법률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홍콩의 한 서점 주인이 SNS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활동을 하다 실종되고 이후 그가 중국 본토로 잡혀가 구금된 것이 밝혀지면서 반중국 활동을 한 사람들이 중국에 강제 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위는 지난 6월 9일 시작되었다. 첫 시위임에도 홍콩 전체 인구의 7분의 1이 시위에 참여하였고 동참 인원은 일주일 만에 두 배인 약 200만 명으로 늘었다. 홍콩 민간 인권 전선과 야권은 정부와 홍콩 경찰청장을 향해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1.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을 완전히 철회할 것

2. 홍콩 시위대에 대한 폭도 지정을 철회할 것

3. 홍콩 경찰의 시위대 무력진압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고 독립적 조사위원회를 설치할 것

4. 체포된 시위대를 전면 석방할 것

5.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및 홍콩 입법회 보통선거/평등선거를 실시할 것

 

7월 7일 행정장관 캐리 람은 ‘범죄인 인도 조례는 사망했다(Bill is Dead)’라고 선언했지만 공식적(법적) 표현인 ‘철회’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홍콩 시위대에서는 법안 사망 선언을 믿지 않고 시위를 계속 진행했다.

 

시위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7월 21일 시위대는 처음으로 무차별 테러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에 설치된 국가 상징물에 먹칠하며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홍콩 전철인 MTR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사주를 받은 흰 옷을 입은 남성(삼합회 조직원)들이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홍콩 경찰들은 삼합회 조직원들이 시민들을 각목으로 폭행하는 것을 목격하고도 방관과 침묵으로 일관했고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다. 8월에는 대규모의 총파업, 홍콩 국제공항 시위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1달 만에 평화 시위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홍콩 민간 인권 전선은 평화 시위를 강조하며 현지 시간 오후 10시에 시위를 종료하겠다고 발표했고 홍콩 경찰 또한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시위대를 진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평화시위 이후 경찰의 최루액 분사 등의 강경 진압으로 유혈 사태가 있었다. 9월 4일, 마침내 시위대의 5대 요구 중 하나인 송환법이 공식 철회되었다. 법안 철회 이후 송환법 반대 시위는 종결되었고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전환되었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이 잦아드는 것 같았으나 정부는 긴급 조치 발동 결정, 시위대 임시정부 선언, 복면금지법 시행으로 시민들을 억압하고 있다. VOA에 따르면 긴급조치로 인해 다음과 같은 8가지 상황이 가능해졌다.

 

1. 영장 없이 최대 96시간 체포

2. 영장 없이 피의자 압수수색

3. 홍콩 경찰 외에 중국인민해방군 주 홍콩부대에 치안유지 요청

4. 22시 이후 야간 통행금지 명령

5. 추후 홍콩 입법회의 승인을 얻을 때까지 적용되는 임시적인 치안유지법 추가 제정

6. 조처를 따르지 않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72시간 내 추방명령

7. 행정장관 직권으로 범죄인 재산 몰수

8. 영장 없이 전국적인 언론, 통신 검열

 

홍콩의 이러한 상황을 많은 나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7월, 유럽 연합 의회에서는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중앙 정부의 간섭이 1984년 홍콩 반환 협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홍콩 범죄인 인도 조례를 철회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과거의 천안문 사태에 빗대어 중국 당국을 비난하였다. 또한 한국, 미국, 독일 등 12개의 국가에서 홍콩에 연대하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금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한국의 5.18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 한국 국민들도 홍콩 시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연대의 물결에 힘입어 홍콩에서도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되면 좋겠다.

 

참고 문헌: 

나무위키 2019 홍콩 민주화 운동(https://namu.wiki/w/2019%EB%85%84%20%ED%99%8D%EC%BD%A9%20%EB%AF%BC%EC%A3%BC%ED%99%94%20%EC%9A%B4%EB%8F%99?from=%EB%B0%98%EC%86%A1%EC%A4%91%EB%8C%80%EC%9C%A0%ED%96%89),

유튜브 한겨레 TV(https://www.youtube.com/watch?v=vK8NuKGAH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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