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원의 연뮤칼럼]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갈거야. 준비됐어

뮤지컬 <사의 찬미> -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천재 극작가 김우진 두 사람의 의문의 정사를 노래하다.

뮤지컬 <사의 찬미>를 보기 위해 8월 25일과 10월 11일, 두 번 대학로 티오엠(TOM)을 방문하였다.  뮤지컬 <사의 찬미>는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인 윤심덕과 천재 극작가 김우진의 의문의 정사를 모티브로 일부 창작적 요소를 가미한 뮤지컬이다. 윤심덕과 김우진, 그리고 의문의 사내, 110분이라는 시간 속 세 남녀는 가장 비극적일 수도,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시대와 사상을 초월한 삶과 죽음의 대립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926년 8월 4일,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 윤수선과 김수산이라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현해탄으로 뛰어들었다. 목격자도, 증거도, 시체도 발견되지 않은 의문의 정사.

윤수선과 김수산의 정체가 알려지자 조선과 일본 전역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그 두 사람의 정체는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과 천재 극작가 김우진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비화되었다. 당시 도쿠주마루에는 윤심덕, 김우진 그리고 한 의문의 사내가 타고 있었다. 그는 이 두 사람의 투신과 어떤 연관이 있는것인가?<프로그램 북 참조>

 

 

윤심덕과 김우진의 동반자살이라는 실제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그들이 왜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사내’라는 가상의 인물을 넣어 극을 전개해나간다.

 

뮤지컬 <사의 찬미>는 사내와 김우진이 같이 지필한 ‘사의 찬미’라는 희곡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희곡이 바로 윤심덕과 김우진의 운명이었고, 희곡의 결말은 정해진 그들의 죽음이었던 것이다. 김우진은 자신과 윤심덕의 정해진 결말, 즉 정해진 죽음을 피하기 위해 윤심덕과 함께 자유를 갈망하며 배 바깥으로 뛰어내리는 투신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뮤지컬 <사의 찬미>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배우들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각 배역에 네 명의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 천재 극작가 김우진에는 김경수, 정동화, 정문성, 주민진 배우가. 조선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에는 정연, 안유진, 최수진, 최연우 배우가. 사내 역할에는 김재범, 김종구, 에녹, 정민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 각 배우들마다의 배역에 대한 해석과 표현이 다르기에 당일 캐스팅 그리고 당일의 조합에 따라서 같은 공연이지만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각 배우들마다, 그리고 배우들의 조합마다 다른 애드립과 다른 대사가 나오기에 관객들은 <사의 찬미>의 매력에 더욱 흠뻑 빠질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로 이 뮤지컬의 매력은 시대적 고증이 잘 되었다는 것이다. 1920년, 한창 조선은 일제강점기의 시대였다. 특히 극에서 언급되는 자유시 참변이나, 당시의 도쿄의 정세와 도쿄의 문화 그리고 조선의 고루한 사상에 대한 비판은 관객들에게 당시 시대상황에 대한 흥미를 이끌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북에는 이러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나와있어 관객에게 역사적 배경도 제공한다. <사내의 제안> 이라는 넘버에선 ‘스스로를 구해야 해.’라는 계몽사상적 요소가 들어가있고, ‘빼앗긴 조국. 억눌린 삶.’이라는 식민지 시대의 식민지 국민의 삶에 대한 언급도 있다.

 

뮤지컬의 러닝타임은 110분, 초반 30분 정도는 사내와 김우진의 첫 만남, 그리고 윤심덕과 김우진의 첫 만남을 그리고 있어서 극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밝다. 특히 김우진과 윤심덕이 만나는 <도쿄찬가> 넘버 사이에는 배우들 특유의 재치있는 애드립이 녹아있어 관객들의 재미를 자극할 뿐더러 배우들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극이 후반으로 치닫을수록, 극의 분위기는 그 시대처럼 긴박감이 고조된다. 김우진을 죄여오는 사내와, 그런 김우진을 지켜보는 윤심덕. 세 사람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가고 김우진의 감정은 <저 바다에 쓴다> 넘버에서 최고조를 찍는다. 윤심덕을 대표하는 곡인 <사의 찬미> 역시 매우 강렬한 인상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김우진을 쏜 후 죄책감에 시달리는 윤심덕은 <사의 찬미>를 부르며 절규한다. 특히 모든 윤심덕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광막한 황야를' 이라는 구절을 부르며 발을 구르는 액션을 보여주며 윤심덕의 절망을 한층 더 고조하여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윤심덕과 김우진은 사내와 대치하다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이 세상엔 없는 곳, 자유를 찾아 떠난다. 특히 "난 단지 자유롭고 싶을 뿐이야." 라는 윤심덕의 대사는 관객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명예와 찰나의 미를 추구하는 윤심덕이였지만, 평생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사내라는 죽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그녀는 결국 자유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가진 <사의 찬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대학로 티오엠으로 발길을 옮긴다. 2019년 5번째 <사의 찬미>는 10월, 전 좌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20일, 마지막 관부연락선의 출항으로 약 3개월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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