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츠청 사태. 게임계에서의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의 모순

 

2019년 10월 7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후술: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인 '하스스톤'의 대회가 있었다. 이름은 '하스스톤그랜드마스터즈시즌2'. 한국 선수인 'DawN'(본명:장현재)과 홍콩 국적의 선수인 'Blitzchung'(본명:쩡 응 와이)가 만난 대회이다. 이날 Blitzchung(후술 블리츠청)은 DawN과의 경기에서 승리하였지만 리그형식의 경기였기에 결국 탈락 위기에 놓였다. 경기 이후 중계진들은 블리츠청의 이번 대회 마지막 인터뷰라는 언급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화면으로 넘어가고 블리츠청은 방독면을 쓰고 인터뷰 화면에 등장했다. 그런 블리츠청을 본 중계진들은 "인터뷰가 엄청 간단해지겠네요. 그 8글자 말하고 인터뷰 끝내죠. 어때요?" 라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에 블리츠청은 "좋다"라고 이야기 했다. 캐스터들은 "명확하게 말해야 합니다. 그런 뒤에 인터뷰 끝낼게요. 다른 건 솔직히 말할 필요도 없잖아요. 준비되면 말씀하세요. 여러분도 고개 숙이세요"라는 말과 함께 블리츠청의 말을 들은 준비를 했다. 그리고 블리츠청은 마이크 소리가 찢어질 정도로 크게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크게 외쳤다. 이후 화면이 넘어가며 두 캐스터들만 화면에 등장했고 캐스터들은 "이거면 되겠죠?"라며 박수를 쳤고 이어서 "제 생각엔 이 정도면 충분한 거 같아요. 다른 건 물어볼 필요도 없죠. 블리츠청 선수는 오늘 힘들게 싸워서 이겼잖아요. 그럼 우리는 해설로서 선수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해줘야죠. 누구에게 가장 감사한지, 현재의 목표는 뭔지."라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후에 징계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표현했다. "이러다 저희 잘리는 거 아니겠죠?", "아나운서도 아니고 해설은 그렇게 쉽게 잘리지 않을 겁니다.", "잘려도 한명만 잘리는 게 아니라 저희 둘 다 잘리겠죠."라는 대화를 주고 받았다. 이 당시 대회가 중계되고 있었던 인터넷 채팅창에서는 "지지한다."라는 채팅과 블리츠청과 해설진 모두를 우려하는 채팅등 다양했다.


이 인터뷰의 결과는 블리츠청 선수에게는 대회 출전 정지 1년, 그랜드마스터 자격 박탈 그리고 상금 몰수라는 처벌과 캐스터들은 블리자드의 게임 대회 영구제명이라는 강경대응이 이뤄졌다. 예로부터 E스포츠계를 포함하여 스포츠계 선수들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블리자드의 처벌을 과거의 관행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리자드 측은 이러한 강경대응의 근거로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대회 규정을 제시했다. 그 규정은 다음과 같다. 

 

 

"공공의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공공의 일부 혹은 그룹을 불쾌하게 하는 행위 또는 블리자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모든 행위에 대해 블리자드 단독 재량으로 그랜드마스터즈 배제는 물론 해당 선수의 총 상금을 0달러로 만들 수 있다."  


놀랍게도 대회 규정에는 정치적 발언에 대한 항목은 전무했다. 그리고 블리자드가 이러한 처벌에 대한 근거로 저 항목을 제시했다는 것은 블리츠청 선수의 행위가 블리자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공공의 일부나 그룹을 불쾌하게 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대리부정 게임을 일으킨 선수에게는 4경기 출전 금지라는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보이던 블리자드가 블리츠청에게 내린 이러한 강경한 처분은 이례적이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대회가 끝나고 이 대회의 다시보기를 삭제하는 등 이 사건에 대해 무마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제 블리츠청 사태와 홍콩 사태를 연관지어보자. 블리츠청이 방독면을 쓰고 나온 것은 중국이 내린 복면 금지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중국은 10월 5일 홍콩에 복면 금지법을 내렸다. 시위대의 익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시위대의 복면을 없애려는 의도였다. 그로인해 시위대들은 마스크를 포함한 일체의 복면을 사용할 수 없었고 검정색 옷도 입지 못하게 되었다. 이 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블리츠청은 복면을 찾았고, 그중 중국의 강경한 시위 진압의 표본인 최루탄도 함께 표현하기 위해 방독면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그가 외친 '광복홍콩시대혁명'이라는 슬로건은 현재 홍콩 민주화 운동의 구호일 뿐만 아니라 홍콩 독립운동의 구호로써 사용되고 있다. 그는 홍콩 사람이지만 광동어가 아닌 보통어 즉 베이징말을 사용하며 이 말을 외쳤는데, 이것은 홍콩을 제외하고 다른 중국인들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이 이후 블리츠청은 인벤글로벌에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지금 내 나라에서는 심각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스트리밍에서 내가 한 요구는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시위 참여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시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때때로 그랜드마스터즈 시합을 준비하는 데 집중할 수 없을 정도로. 스트리밍 당시의 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고, 실생활 속 개인적인 안전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서 뭔가 말을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라고 밝히며 자신의 신념을 이어갔고 자신의 트위치 개인 방송에서도 "나는 하스스톤에 4년을 썼으니 나의 4년만 잃었을 뿐이지만, 홍콩이 진다면 그건 영원할 거야."라고 언급했다.  게이머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블리자드 측에서는 중국 웨이보에 사과문을 올렸다. 

 

 

"저희는 그 이벤트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굉장히 화나고 실망했으며, 어떠한 식으로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개인의 정치적 사상을 이런 식으로 전파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우리는 즉시 해당 선수를 이벤트에서 추방했으며 진행자들과의 계약을 종료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나라(중국)의 자긍심을 존중하며 수호할 것입니다."

 

위 사과문을 보면 이 또한 그저 중국에게 사과하는 내용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유저들이 더 크게 분노한 것은 이 중국 하스스톤 웨이보의 사과문이 초래한 것도 있다. 당장 상술한 Blitzchung의 처벌 사태만 하더라도 모호한 처벌 사유와 지나친 처벌 강도로 인해 유저들에게 '블리자드가 중국을 일방적으로 편든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Blitzchung의 사태는 Blitzchung 본인과 캐스터진들도 인식하고 있었듯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발언인 것은 확실했으며 스포츠 판에서 정치적 메세지를 처벌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긍정하는 유저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과문이 올라온 이후 블리자드 본사는 중국 하스스톤 웨이보의 사과문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블리자드가 싸늘하게 식어 가는 여론을 보고 Blitzchung의 상금 박탈 조치를 취소하고 출전 정지를 6개월로 완화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온 12일 시점까지도 말이다. 침묵은 곧 긍정이라는 논리에 따라 블리자드 본사가 이 사과문에 대해 암묵적인 긍정을 한다고 여겨졌기에 유저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블리자드는 현재까지 정치적 올바름 즉 'PC'를 외쳤던 회사이다. 회사 내에서 여성의 일자리 창출, 블리자드의 다른 온라인 게임인 '오버워치' 캐릭터들의 성소수적 취향과 장애 등을 스토리 적으로 추가하여 리메이크 했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도 이러한 PC적 요소를 다량 추가했다. 또한 본사의 슬로건과 동상에는 '글로벌하게 생각하자, 모든 목소리는 중요하다'라고 적혀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블리츠청 사태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이에 블리자드 직원들도 위와 같은 퍼포먼스로 회사의 결정에 반발했다. 또한 게임 성우들이 블리자드를 보이콧 했고, Epic gamings의 CEO인 팀 스위니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회사는 미국의 지분이 중국보다 많기에 자신의 회사 게임인 포트나이트 선수나 스트리머 심지어 일반 선수가 홍콩을 지지하는 발언이나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하더라도 처벌이 없다고 언급했다. 

 

게임업계의 사람들 외에도 이러한 블리자드의 행동은 미국의 정치계를 일시적으로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다. 미국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론 와이든은 'Blizzard shows it is willing to humiliate itself to please the Chinese Communist Party.' 라고 언급하며 중국의 공산당에 하수인이라고 이야기 하며 공화당 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와 함께 블리자드를 질타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치적올바름을 중시하는 블리자드가 왜 이번 사태를 이렇게 처리한 것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바로 중국과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모든 산업의 주요 소비자이다. 그리고 특히 게임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수립되면서 시진핑은 모든 외국 게임의 검열을 요구하는 게임검열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블리자드는 매번 그 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워크래프트와 오버워치 등등 몇몇 게임의 여파는 대단하다. 또한 중국은 대량의 자본을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회사인 '텐센트'는 대부분의 기업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거대 회사이다.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블리츠청의 말을 동의하거나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으로 블리자드는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게이머들과 업계 관계자들 심지어는 자신의 국가인 미국 정부에게까지 질타 받고 외면받아버렸다. '보이콧 블리자드'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이 사건의 여파로 블리자드가 입은 피해는 막심하다. 주가는 폭락했고 기업의 이미지조차도 회생 불가 상태로 이어졌다. 

 

우리는 게임업계가 아닌 영화 더 나아가서 사회적, 문화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듣는다.  그리고 우리는 쉽게 업계에서 행하는 보여주기식 '정치적 올바름'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문화 업계에서 행해지는 '정치적 올바름'의 모순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한 회사의 신념과 개인 그리고 넘어 소비자들 전체와 대립하면서 일어나게 된 참사이다. 그리고 한가지를 더 확인해 낼 수 있었다. 자본과 회사의 가치관의 대립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본을 선택해야하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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