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문화 칼럼]일상, 그리고 새로움

영화 「패터슨」

우리는 삶을 살면서 평범한 일상이 주는 잔잔함에 익숙해지고 결국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반복되기만 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지금도 삶이 지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미국 뉴저지 주의 패터슨 시로 이곳의 버스 기사 패터슨이 주인공이다. 장소와 맞물려 재치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규칙적인 일상을 담담하고 착실하게 살아간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매일매일 만나는 일상의 작은 부분들, 예를 들어 성냥갑의 메가폰 모양 문구 같은 것을 자신이 쓰는 시의 소재나 문구로서 노트에 쓰는 것. 이런 주인공의 일주일을 지켜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사실 이렇게만 본다면 영화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큰 사건이 없어 보이는 잔잔한 일상에서 나오는 것이라곤 시뿐이라니. 하지만 영화에서는 우리가 평소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던 사소한 일들을 놓치지 않고 관객에게 보여준다. 패터슨과 함께하는 일상의 여러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소중한 순간들은 지루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던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그렇게 영화는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낸다. 


패터슨과 일주일을 같이 살아가다 보면 처음엔 그저 그랬던 그의 일상을 지켜보는 것이 점점 재미있게 느껴진다. 매일 일어나면 패터슨의 아내 로라가 말해주는 꿈 얘기가 궁금해지고 시를 쓰는 장면에서 패터슨이 잔잔히 읽어내리는 나레이션을 기다리게 되고 오늘은 또 어떤 따뜻한 시를 장착할지 기대가 되며 오늘은 또 어떤 작지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가 된다. 이건 그가 단순히 영화 필름 안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느껴져서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가는 일요일이 다가오면 그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일주일의 끝 무렵 패터슨은 일주일 중 가장 큰 위기를 겪는다. 자신이 써 내려간 시가 담긴 노트가 키우던 불독에게 그만 갈가리 찢긴 것이다. 패터슨은 상심하지만 결국 일본에서 온 시인을 따라 '아하!'를 외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아하!'는 일상에 숨어있는 감탄사 '아하!'를 외칠만한 아름다움을 찾아내라고, 그것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영화가 끝나고 남는 생각의 조각은 나의 일상도 어쩌면 내가 무심히 지나쳤을 뿐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패터슨의 것처럼 작아 보여도 따뜻하고 즐거운 일들이 생겼으며 지금도 생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오늘도 패터슨은 평범한 일상을 보냈으며, 내일도 보낼 것이다. 하지만 '아하!'를 외치며 그 속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그저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아하!"

-Pat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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