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우의 심리 칼럼] 혼자 있고 싶은데 혼자 있기 싫어요..

고슴도치 딜레마

 

당신은 친구가 당신에게 목욕탕을 가자고 했는데 괜히 꺼려져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거절해본 적이 있는가?

 

대인관계에서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욕구가 공존하는 모순적인 심리상태, 이것을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한다. 출처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435137&cid=58345&categoryId=58345

 

우선, 이 용어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자신의 저서에 고슴도치와 관련된 우화를 소개하는 데서 유래했다. 추운 겨울, 고슴도치는 가까이 다가가면 바늘이 서로를 찌르고, 멀리 떨어지면 추위 때문에 다시 모여들게 되었다. 가까이 있을 수도, 떨어져 있을 수도 없었던 고슴도치들은 서로 최소한의 거리를 두는 것이 최선의 방안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고슴도치는 겨울 같이 추울 때, 서로 머리를 맞대어 체온을 유지하고 잠을 잔다고 한다.

 

 

친구가 당신에게 목욕탕에 가자고 했을 때, 갑자기 이유 모를 불편함이 생기고 가기 싫어지기도 한다. 이것은 고슴도치 딜레마의 한 예시이다.  친하기에 목욕탕은 자주 가던 사이인데도 어색하고, 조금 거리를 두어야하나 싶기도 한 이런 이상한 기분을 느껴본 건 한두번이 아닐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을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깊게 의심해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럴 때 자신에게 조금의 휴식시간,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회에서 살아가며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다 보면 어느덧 '나'라는 인격체는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원한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적당한 외로움을 원하는 '나'에게 잠깐이라도 자기 자신을 존중해주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말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지칭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우리는 태어난 지 8년이 되었을 때, 즉 8살 때 처음 학교에 가고 처음 대인관계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각자의 인격체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우리는 자기를 배려해주는 사람들만 만난다. 엄마, 아빠, 또 가족들. 모두 나를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내가 마음대로 행동해도 그들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는 한 사람이 아닌 서로를 위해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배려와 이해를 주고받는 관계가 나는 바람직한 대인관계라고 생각한다. 이런 대인관계에서 우리는 서로를 놓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놓쳐지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또한, 이런 과정에는 상대방도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숨어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에게 항상 이해와 지지를 주지는 않으므로 지치기도 한다. 그렇기에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친밀감을 쌓아가지만 그 친밀감이 한계에 다다를 때쯤 이런 고슴도치 딜레마 현상이 일어난다고 본다. 이런 친밀감이 한계에 임박하지 않게 하고, 고갈되지 않게 하려면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을 때처럼 자신에게 지지를 보내주되, 남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바라는 것은 피하는게 좋을 것 같다.

 

우리 각자가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자신과 다른 사람 사이의 관계인 친밀감,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감정도 있을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존중받고 싶은 감정도 있을 수 있다. 그 딜레마에 빠져 자신을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두 감정들을 다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존중해준다면 더 좋은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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