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의 시사칼럼 13] 손가락 살인, 이제 그만!

2019년 10월 14일, 스물다섯의 꽃 같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故 설리 (본명: 최진리)양의 소식이 많은 이들의 충격과 슬픔을 자아냈습니다. 사망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날들 설리에게 쏟아졌던 악성 댓글들과 루머로 인한 우울증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거짓된 소문과 근거 없는 뜬소문이 연예인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이 악플과의 전쟁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악플을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있는 키워드로 뉴스를 확인합니다. 기사들은 키워드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근거 없는 헛소문을 마치 중요한 논란거리인 것처럼, 조그마한 스캔들을 엄청난 소식인 것처럼 표현하기 일쑤입니다. 그러한 인터넷 기사들을 통해 당사자는 자신도 모르는 일에 대한 루머가 자신을 감싸게 됩니다. 기사 뿐 아니라 SNS 등의 공개적 댓글창에서도 사람들은 악의적 표현들과 함께 루머를 만들어냅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대부분 실명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네티즌들은 죄의식이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사실 SNS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자유롭게 업로드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만든 공간입니다. 하지만 왜 자신의 사적인 공간이 다른 사람들의 평가 대상이 되고 비난을 받는 소재가 되어야 할까요? SNS에서 악플을 다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근황을 알리고 소통을 하려는 본래의 목적이 점점 퇴화되고 있습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별다른 생각 없이 다는 경우가 많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정신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악플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면서 국회에서는 일명 ‘설리법’으로 불리는 악플에 대처할 법률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정한 사람을 향하여 혐오 및 차별의 의도를 나타내는 댓글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댓글을 달 때 아이디 풀 네임과 IP를 공개하도록 하여 책임감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법인데, 준실명제 도입을 통해 익명 속에 숨어서 일어나는 손가락 살인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합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다음 연예 뉴스 댓글 칸을 폐지하는 정책을 실시 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안일지는 여전히 의문점이 존재합니다. 인터넷 댓글 창을 폐지하는 것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폐지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악플에 대한 인식을 고치는 것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악플로 생기는 옳지 않은 여론 형성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인이 아니더라도 요즈음 사회에서는 에스크 (asked) 등의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익명으로 질문을 주고 받고, 때론 이것이 악용되어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넷상에서의 에티켓, 즉 네티켓이 현저하게 줄어든 사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자신이 누구인지 공개한 채로 대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죄책감 없이, 껄끄러움 없이 어떤 말이든 올릴 수 있습니다. 처음엔 호기심, 혹은 질투심이나 장난으로 시작한 악플이 점점 심해져서 여론을 형성하여 악플 문화를 만들고, 당사자에게 엄청난 폭탄이 되어 한 순간에 터질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 하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역지사지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악플을 다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버릇이 되어 당연시되기 쉽습니다. 이는 사이버 폭력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적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는 행위임을 알아야 하고, 학생들에게 이러한 내용의 교육을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악플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댓글 시스템에 변화를 주거나 내용 검열을 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보면서 악플 문제가 뿌리 채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회로 네티즌들의 인식이 변하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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