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현의 정치/시사 칼럼 6] 헌법에 관하여

 

헌법이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에서 제작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국가 통치 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 모든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의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 법이며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한 국가의 최고 법규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전적인 의미이고, 우리의 삶에서 만나는 헌법은 이 멋들어진 그럴듯한 문장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만나는 헌법은 ‘조력자’라는 말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헌법은 쉽게 말해 ‘우리를 위한 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을 살펴보면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권리, 특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우리의 특권 등을 담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우리가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정부는 무엇을 제공해야 하며 그들의 의무는 이러이러하다는 것을 그대로 나열한 것이 바로 헌법이다. 즉 헌법은 말 그대로 국민 친화적, 약자 친화적인 삶의 조력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력자를 악용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구 상에 존재했던 독재자 중 일부는 버젓이 자리 잡은 헌법을 통해 권력을 손에 쥔 사례가 더러 있다. 예를 들자면, 서방 국가들의 영원한 ‘악’인 아돌프 히틀러는 뛰어난 언변술과 선전 능력을 통해 동네의 소수정당에 불과했던 나치당을 독일 제1정당으로 일으켜 세웠고, 총리직과 대통령직을 겸임하는 총통의 자리에 올라 극악무도한 정치를 펼친다. 그러나 이러한 히틀러의 행적은 ‘헌법에 의해’ 정당화되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사회권을 포함했다고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의 엄청난 찬사와 추앙을 받는 바이마르 헌법이다. 히틀러는 자신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준 헌법을 권력을 잡음과 동시에 그 헌법을 제멋대로 뒤집어버린다.

 

이렇듯 권력자가 헌법을 악용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사망했던 지난 군부 독재 시절 동안 독재자들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헌법을 뜯어고치고 이를 이용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탄압하고 억압했다. 하지만 이는 영원할 수 없었다. 그들이 악용한 헌법은 그들의 편, 그들의 조력자가 아니었고, 끊임없이 헌법의 공격을 받았다. 그들이 받은 공격은 단지 상대 정치세력, 즉 야당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손아귀에서 자신들의 조력자인 헌법을 되찾아오려는 사람들 또한 광장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삶의 자리에서 그들에게 저항했고, 그들을 공격했다. 그렇게 우리는 헌법을, 우리의 조력자를 되찾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되찾아온 헌법은 30여 년간 우리의 삶에서 우리를 지키고 보좌했다. 그러나 영원토록, 세세토록 굳건할 것만 같았던 헌법도 시간이 흐르고 강산이 변함에 따라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영역이 생겨났고, 그 결과 개보수를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헌법의 근본적이고 시대 초월적인 정신을 지켜내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삶을 안위하고 지켜내는 것, 더 나아가 삶의 근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권력가들이 우리의 손에서 우리의 조력자를 앗아가려는 시도를 감시하고 이를 막아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이는 우리의 삶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미래의 후손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우리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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