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의 생명과학 칼럼] “피터 래빗”속에 숨은 지의류 이야기

작은 시골 마을에서 주인공 피터 래빗과 친구들이 써내려가는 소박한 이야기, “피터 래빗과 친구들”

탄생한 지 100년도 넘은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이 아름다운 동화의 작가가 원래는 과학자였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피터 래빗의 작가인 베아트릭스 포터가 밝힌 과학적사실은 바로 지의류에 관한 것인데, 지의류란, 산 속의 바위, 나무의 껍질과 잎을 비롯해 심지어는 극지방에서까지 번성하는 강인한 생명체이다. 모르고 보면 평범한 이끼처럼 보이는 지의류는 그 강인한 생명력만큼이나 많은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약용으로 쓰이는 ‘석이’와 ‘송라’, 리트머스 종이의 추출물, 당뇨병의 치료제로 쓰이는 극지방의 지의류 등, 지의류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지의류에 대해, 베아트릭스 포터는 지의류가 균류와 조류의 공생 관계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곰팡이가 균사를 길게 뻗어 물과 미네랄을 구해 오고, 조류가 광합성을 하는 것이다! 이런 과학적 사실을 밝혀낸 베아트릭스 포터는 정말이지 대단한 과학자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책장에는 표창이 넘쳐나고, 저서는 불티나게 팔리지 않았을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과학자로서 그녀의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여성의 과학적 업적을 인정하지 않았던 당시 과학계가 그녀의 논문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상심한 그녀는 과학계를 떠나 동화작가로 전향했다.

 

 

이런 서글픈 사연에도 불구하고 동화작가로서의 재능을 꽃피우는 데 성공한 그녀의 작품, “피터 래빗과 친구들” 속에는 피터 래빗과 친구들의 발길이 닿는 마을 곳곳마다 지의류가 푸릇푸릇 피어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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