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의 시사칼럼 14] 우리 모두 '김지영'이 될 수 있다

 

지난 달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사회적으로 여러 비평과 논란들이 쏟아지고 있어 큰 목소리를 내기도 두렵지만, 여자이니까, 당연히, 알면서도 지나쳐 온 수많은 여성들의 눈물을 우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성 외에도 사회에는 여러 종류의 약자가 존재합니다. 아이가 될 수도 있고,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다문화 가정이 될 수도 있고,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82년생 김지영”, 우리가 그 이야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딸로, 누군가의 엄마로 살아가는 대한민국,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 중 낯선 사람이 쫓아와 한 어른의 도움으로 간신히 도망쳐 울면서 집에 온 어린 지영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 때 지영이의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은 ‘그러게 교복 치마는 왜 그렇게 짧게 입고 다녀?’, ‘여자애가 일찍 일찍 다녀야지.’ 였습니다. 또, 명절만 되면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온갖 힘든 일을 다 해야 했습니다. 아이를 돌보느라 자신이 원하는 일은 모두 그만둬야 했습니다.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고충을 없애고 사람들의 어긋난 시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성별’이 권력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성차별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는 가게에서 ‘노 키즈 존’이라는 팻말을 보았습니다. 뜻을 알아보니 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아이의 울음소리 등 아이가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서 였습니다. 물론 불편해하는 손님이 존재할 순 있지만, 이건 엄격히 아이들의 인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아이가 소란을 피우는 것도, 모든 부모가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나이가 어리다고 입장을 아예 막는 것은 일종의 에이지즘으로 보입니다. 또, 뉴스에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아이들을 향한 물리적 폭행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심각한 고통을 줍니다.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도 많고, 어린이를 향한 범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가장 먼저 보듬어 주어야 할 아이들 또한 사회적 약자에 속합니다. 우리 모두 한 때는 아이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따뜻한 관심과 배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소외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장애인입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편견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집단 속 따돌림과 놀림 뿐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해서 이동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존재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긴 쉽지 않습니다.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장애인이라고 하면 피하거나 동정합니다.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닙니다. 편견 없이 바라봐주고, 경사로 및 편의 시설이 조금 더 안전해지길 원합니다. 또, 학교에서부터 장애 이해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 등의 이유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리, 피부 색깔 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의 양육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일쑤입니다. 그런 다문화 가정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우리 문화에 적응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하고 문화 행사를 지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009년 만들어진 레인보우 합창단은 국내 최초로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차별받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어떠한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누구나 사회적 약자, 소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모두 같은 사람들입니다. 차이가 있을 뿐,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복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학교에서부터 학생들이 차별 없는 세상에 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캠페인이나 모금 운동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관심과 편견 없는 시선입니다. 모두가 하나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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