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윤의 시사칼럼] 가장 불신하지만, 가장 많이 보는 뉴스

황색 언론을 대하는 태도변화의 필요성

‘황색 언론(yellow journalism)’이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흥미 위주의 저속하고 선정적인 기사를 주로 보도하는 언론을 말한다. (1)  멀게만 느껴졌던 황색 언론이라는 개념이 사실은 다른 어느 것보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 있다면, 나아가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믿어지는가? 현재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다.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리다 보면 인사이트나 위키트리 같은 사이트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들은 이른바 황색언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소년들의 좋아요와 관심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에서의 인사이트 페이지 좋아요 수는 무려 642만여 개에 이른다.(2020년 2월 기준) (2)

 

 

인사이트나 위키트리가 속하는 ‘뉴스 큐레이션 웹사이트’는 뉴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선별해 제시하는 형태를 가진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뉴스, 보고 싶었던 뉴스를 골라 제시해준다는 의도는 좋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대부분 타사의 보도를 짜깁기해서 뉴스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내용과는 별 상관이 없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클릭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자극적인 제목을 클릭해 내용을 보았을 때는 제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글이 나온다거나, 몇 줄도 되지 않는 부실한 내용만이 있을 뿐이었다.

 

또한 이들 사이트는 사회 전체적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들은 몇 주, 몇 달간 그 이슈만을 한정적으로 보도한다. 다른 뉴스를 보지 않는 청소년들이라면 sns에서 본 내용들만이 사실이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정준희 교수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이러한 유사 언론들은 “단편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낳는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큰 화두로 떠오른 ‘코로나 19’, 연예 부문 기사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기사가 코로나 19 관련 글이다. 이 사이트들은 중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기사들도 서슴지 않았다. 확진자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거나 중국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인들을 입국 금지시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기사 제목들을 보면 말이다. 정부의 대응이 미숙했거나 잘못되었다면 비판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사들은 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킨다. 인사이트는 이러한 자극적인 기사제목을 붙여 혐오감을 조성하고 클릭을 유도해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염병과 같은 범국가적 범위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국가의 방침을 침착하게 따르는 것이 중요한데, 이들은 클릭 수 높이기에 국민들의 불안감을 이용하고 있다. 혐오는 또다른 혐오를 낳을 뿐이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기사를 쏟아내는 유사언론 사이트들, 이들이 많은 기사를 써야 하는 이유는 ‘기사 정량제 시스템’ 때문이다. 하루에 몇 건씩 자신에게 배당된 일정 기사의 양이 있고, 이것을 채우지 못하면 퇴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3) 현실이 이러하기에, 기자들은 제대로 된 취재를 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인터뷰 중,과거 인사이트에서 일했던 기자는 일하면서 ‘나는 기사를 양산해내는 로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기사를, 수 채우기와 조회 수 높이기에만 급급해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놓은 기사를 청소년들은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가장 불신하지만 가장 많이 보는 뉴스’

이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가장 불신하는 사이트지만(미디어오늘이 대학생 4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사이트와 위키트리가 나란히 1,2위를 차지-저널리즘 토크쇼 j 참고)  sns를 통해 다른 어떤 언론보다도 쉽게,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계속해서 노출되다 보니 본인도 모르게 동조하고 신뢰하는 경우도 많다. sns를 사용한다면 이들 사이트와의 접촉은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sns에서 접하는 정보를 무조건적으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

 

“전체주의 지배가 노리는 가장 이상적인 대상은 확신에 찬 나치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니다. 사실과 허구 혹은 참과 거짓을 분간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이다.” -한나 아렌트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만큼 그 정보를 선별해내는 능력도 굉장히 중요해졌다. 우리가 비판 없이 황색 언론들을 받아들인다면 이들은 더 자극적인 기사, 선동적인 기사로 사람들을 현혹시킬 것이다. 정확한 사실 판단 없이 sns에서 제시하는 정보를 무조건 믿는다면 우리는 그 내용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자극적인 제목에 현혹되지 않고 사실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일이 절실하다. 각종 정보에 끌려다니는 사람이 아닌, 정보를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1)출처:https://dict.naver.com/search.nhn?dicQuery=%ED%99%A9%EC%83%89+%EC%96%B8%EB%A1%A0&query=%ED%99%A9%EC%83%89+%EC%96%B8%EB%A1%A0&target=dic&query_utf=&isOnlyViewEE= (네이버 어학사전)

(2)본인이 직접 페이지에서 조사 

(3)출처:http://vod.kbs.co.kr/index.html?source=episode&sname=vod&stype=vod&program_code=T2018-0345&program_id=PS-2019146526-01-000&section_code=05&broadcast_complete_yn=N&local_station_code=00&section_sub_code=06

(27분 20초부터)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