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연의 시사칼럼] N번방,숨겨져 있던 지옥의 실체가 드러나다

벌거벗겨진 채로 사람들에게 내던져진 그들은 26만명의 사람들이 시선에 난자당해 죽어갔다.

코로나로 시끄러운 대한민국의 3월, 청원 하나가 대한민국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합니다.'의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의 내용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SNS의 일종으로 사용자들끼리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텔레그램'에서 벌어지는 N번방의 끔찍한 성 착취를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서서히 알려지는 N번방은 차마 입 밖으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했다. '박사'라는 익명의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만든 영상들에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이 보기 어려울 정도의 끔찍한 성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칼로 허벅지 등에 박사라는 닉네임을 새기게 하고, 여러 명의 남성이 여성 한 명을 강간하고, 여성의 성기에 애벌레를 넣는 등 인간이 했다고는 믿을 수 없게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영상 속 여성들은 모두 새끼손가락을 들어 이것이 박사의 영상임을 밝히고 있다.

 

현재 추정되는 N번방 참여자 즉, 이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는 26만 명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금 전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가 22만 명인 것을 생각하면 실로 놀랍고 참담한 숫자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현재까지는 76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중 미성년자 또한 16명 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수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여성에게 신상에 문제가 생겼다며 해킹링크를 보낸 후, 확인하게 하여 해킹을 한 후 성적 요구를 들어주면 해킹한 기록을 지워주겠다는 명목으로 성을 착취하거나 금전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에게 고액알바를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성적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순간에 피해자가 된 여성들은 끔찍한 성 착취를 당했다. 이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성인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했다. 동영상의 수위에 따라 급을 나누고, 최소 20~25만 원에서 150만 원짜리의 방까지 만들어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영상을 판매했다..[출처:3월 26일 자 한겨레 폰터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4252.html ]

 

사건이 알려지고 청원이 시작된 이후, SNS 등을 통해 급격하게 퍼진 N번방 사건의 청원링크에 N번방의 청원은 현재까지 올라온 청원 중 가장 많은 사람이 동의한 청원이 되었다. 이에 화답하듯 수사에는 박차가 가해지고 있고, 3월 23일 N번방의 주인인 박사의 신상까지 공개되었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끔찍한 곳에서 끔찍한 짓을 당하며 그들에게 죽어갔을 여자들이 안타깝고, 그들을 일찍 도와주지 못하여 이제서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청원 동의 밖에 없는 현실이 죄스러웠다. 우리는 오랫동안 각종 사건에 대해 청원을 했고, 동의했고, 그때마다 전혀 바뀌지 않는 세상에 절망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런 사건과 직면했다. 어쩌면 예정된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게 잘못을 묻고, 그동안 빈번하게 일어난 집단 성폭행 혹은 강간의 사례들에도 가해자들이 확실히 처벌받은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한 번의 실수로 창창한 사람의 미래를 망치지 말라고. 하지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한순간의 '실수'로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인간이 아닌 그저 자신의 성욕을 풀기 위한 고깃덩이 정도로 인식되어 사람들의 시선에 내던져진 그들은 사람이 아닌 누군가의 성욕 풀이로 죽어 가야만 했다. 피해자들의 간절한 외침과 씻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이루어진 이번 청원이,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로 이어져 부디 피해자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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