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의 음식과 기억 칼럼] 음식과 기억의 연결점

사람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의 뇌는 모든 걸 기억하지만, 매체가 없으면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선사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고 현재까지도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 모든 동물, 모든 식물,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은 양분이 필요합니다. 그 양분의 역할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 음식의 비중이 작다고는 못하실 겁니다. 저희는 어릴 때부터 음식을 먹으며 자라 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먹어왔던 것만큼 음식에 대해서는 모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이상은 꼭 있을 것입니다. 생일 때 먹었던 케이크라던가, 어릴 적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사 왔던 시장 통닭이라던가 말이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음식을 보고 같은 추억이 있는 건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과거 헤르츠 박사는 “향기는 감정이나 향수와 깊이 연결돼 있다” “추수감사절 때 오랜만에 찾은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이나 거실의 양초에서 나는 냄새가 없다면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01년 헤르츠 박사는 향과 감정의 관계를 한 실험을 통해 입증했는데요.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향을 함께 제시한 다음, 나중에 향만 맡게 했을 때 사진을 볼 때의 느낌을 훨씬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헤르츠 박사의 실험 참고(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227291&cid=40942&categoryId=31531)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작품 속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기를 통해 그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일리에-콩브레(Illiers-Combray) 마을에서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뇌에 입력되어 있던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기가 당시의 다른 감각 기억들과 함께 사건에 대한 기억으로 연결되어 있다가, 향기 기억이 자극되자 이와 연결된 다른 감각 기억들이 함께 반응을 일으켜 과거의 기억이 온전히 되살아난 것입니다. 참고: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la recherche du temps perdu)

 

위와 같은 실험과 책 내용은 후각과 기억의 연쇄적 작용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미각은 후각을 통해 완전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후각은 기억을 불러올 힘이 있다면, 미각 역시 기억을 불러올 힘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음식을 먹는 것으로 추억이 되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요? 포털사이트 N 사에서 연재하던 ‘낢이 사는 이야기’ 중 한 에피소드에서 작가님이 어렸을 적 추억이 있는 음식을 남편분에게 만들어 주며 소개해주지만, 남편분은 그러한 추억이 없어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에 작가님은 “추억은 레시피에 없는 재료인 것 같다”라고 하십니다. 이처럼 추억이 음식 맛을 변화시킨다면 음식이 추억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앞에서 본 것 같이 인간의 심리는 지각, 인지, 성격, 행동, 학습, 기억, 정서 등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요소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인 요소들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연쇄적으로 움직입니다. 어릴 적 물에 빠진 적이 있다면 그것을 기억하고 물에 빠질뻔한 상황을 학습하며 그것이 물을 피하는 행동으로, 또는 수영을 배우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면 성격이 좋은 사람은 가정환경이 좋기에 그런 환경이 성격에 반영되었을 수도 있고, 오히려 가정환경이 나쁘다면 오히려 자기는 같은 사람이 되기 싫기에 성격이 좋은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그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입니다.

 

유달리 토마토를 싫어하는 제 친구가 있습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유달리 토마토를 싫어합니다. 저는 그래서  그 친구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토마토를 왜 그리 싫어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친구의 답변은 단순하게 맛이 없다, 촉감이 싫다 그런 것이 아니라 '토마토를 강제로 먹었다가 토한 적이 있다'라는 트라우마가 있던 거였습니다.

 

이런 부정적인 사례 말고도 긍정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저 또한 특정 음식에 긍정적인 기억이 있습니다. 유치원에서 중국인 선생님께서 오셔서 다 같이 화전을 부쳐 먹었던 적이 있고 그 기억이 제게는 너무나 좋은 추억이 되어서 지금도 환전만 생각하면 그 당시 상황이 생각나고 화전 또한 제게는 동심의 음식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심리는 과거가 현재로 이어져 미래까지 이어지는 연쇄적인 작용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위처럼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오늘날의 자신이 오늘날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이 되는 뒷받침이 됩니다. 하루 정도는 당신을 뒷받침해 주었던 음식을 찾아서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만의 추억의 음식이 되어 남들은 못 느낄 맛을 선물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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