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의 시사 칼럼] 틀에 박힌 개성의 의미

MBTI 검사에 대해 알고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이 적어도 한 번쯤 들어는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로 집중된 요즘,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여러 심리검사와 테스트들이 덩달아 유행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그중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MBTI 검사에 대해 심도 있게 파헤쳐 보고자 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검사가 갑자기 생겨난 뒤 유행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MBTI 검사가 만들어진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MBTI 검사(Myers-Briggs Type Indicator,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와 캐서린 쿡 브릭스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유형 검사이다. 그들은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인 카를 융(Carl G. Jung)의 성격 이론 유형을 기반으로 실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이 성격 지표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개발이 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MBTI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고 검사자의 숫자는 매해 전 세계적으로 약 2,500만 명이 넘어간다. (출처: wikipedia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C%9D%B4%EC%96%B4%EC%8A%A4-%EB%B8%8C%EB%A6%AD%EC%8A%A4_%EC%9C%A0%ED%98%95_%EC%A7%80%ED%91%9C )

 

 

이 지표는 사람의 성격을 총 네 가지의 척도를 통해 16가지 유형으로 구분 짓는다. 대립하는 유형 중 개인의 성격에 맞는 알파벳을 총 4개 부여받으며, 이 네 글자를 조합하면 자신의 성격 유형이 정해지는 것이다. 필자가 직접 제작한 표를 참고하면, MBTI는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 '현실적인 사람과 직관적인 사람', '사고적인 사람과 감정적인 사람', '계획적인 사람과 즉흥적인 사람'을 기준으로 인간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A라는 가상의 인물로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A 씨는 여러 친구와 어울리기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늘 경험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일을 처리할 때 사고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계획 세우는 것을 즐긴다. 위의 MBTI 유형에 따르면, A 씨는 ESTJ라는 성격을 가진 인간이라는 결과가 도출되게 된다.

 

필자는 여기에서 의문이 생겼다. MBTI 검사가 개인의 성격을 단순화해서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사람을 찾거나 다수의 성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성격을 정형화된 틀에 한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르고 정확한 행위일까? 우리는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개개인이 전부 다른 외적, 내적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다 보니 눈으로 볼 수 있는 외양조차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해 유형으로 구분 짓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눈으로 볼 수조차 없는, 우주와 같이 무한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고작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MBTI 검사가 지닌 극단성을 비판하는 심리학자들은 이 검사의 질문들이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하여 구분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https://www.psychologytoday.com/intl/blog/give-and-take/201309/goodbye-mbti-the-fad-won-t-die)

 

그리고 MBTI 검사의 문제점은 단지 성격을 구분 짓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MBTI 검사자들은 자신의 진정한 성격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성격' 또는 '사회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성격' 이 포함된 답변을 고를 수도 있다. 그리고 검사 결과가 자신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빈번히 일어난다. 애초에 자신의 성격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부터가 오류 발생의 가능성을 높이고, 왜곡된 답변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검사의 신빙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아까 A 씨의 경우를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A 씨가 대체로 외향적인 성격이라고 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늘 활발하게 사람들과 어울릴까? 또는, A 씨가 자신의 현실주의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검사에 반대로 대답한다면 어떨까?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이러다 보면 점차 MBTI 검사의 순수한 의미와 이점은 변질할 것이고, 결국 우리는 자신이 부여받은 성격 유형에 자신을 욱여넣고 끼워 맞추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필자는 MBTI 검사를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작은 경고를 하고 싶다. 검사 결과만을 바라보고 성격 유형에 맞추어 자신을 억지로 바꾸거나 나아가서는 그것을 악용해 인간관계를 어지럽힌다면, 성격 유형은 본질을 잃고 치졸한 변명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사람의 성격은 한순간에 완성된 뒤 불변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때와 상황에 따라 우리의 성격은 바뀔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성격과 남이 보는 나의 성격이 크게 다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개성은 간단히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천, 수억 가지의 전부 다른 성격들이 모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만든다. 만약 정말 이 세상에 딱 16가지 성격 유형을 가진 사람들만이 존재한다면, 우리의 사회가 지금처럼 다채롭고 풍요로울까?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성격과 개성은 틀에 맞춰 정형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틀에 박힌 개성은 더 이상 개성이라고 불릴 이유도 가치도 없다. 개개인의 성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주체는 이러한 검사가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든 인간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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