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안의 교육 칼럼1] 갑작스런 온라인 개학, 교육부 허둥지둥

오전 9시, 온라인 수업을 위해 교과서를 챙겨서 컴퓨터 앞에 앉는다.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해 강의를 듣는 중에도 우리 반 단체 채팅방에는 알람이 끊이질 않는다. 출석 체크는 제대로 되었는지, 과제는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는지 등등 선생님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학생들이 많은 탓이다. 온라인 개학 열흘째, 초기보다는 많이 안정되었지만, 학생들이 겪는 불편과 혼란은 여전하다.

 

 

 

코로나19 사태로 교육부는 사상 최초의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다. 그러나 학습 공백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온라인 개학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지는 의문이다.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 등은 접속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제공하는 플랫폼 ‘위두랑’은 사용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사이트 접속이 아예 막히는 경우도 잦았다.  실제로 내 경우만 해도 영상 강의가 10초 간격으로 끊기거나 느려져서 수업을 듣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일방 수업도 문제다. 마인드 마이스터나 뮤럴 등 다양한 협업 툴을 활용하면 토론이나 조별 활동도 충분히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다. 실제로 ‘거꾸로 캠퍼스’라는 대안 학교에서는 철저한 준비와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거쳐 학생들끼리 소통하는 협업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의 질을 보장하는 데 미흡했다.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를 거두려면 학생들의 집중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유동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교사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형’ ‘콘텐츠 활용형’ ‘과제 수행형’ 세 가지의 수업 유형만 제시했을 뿐,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을 위한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아 학교별, 교사별 수업의 질적 편차가 커졌다. (참고: https://www.etnews.com/20200318000156)

 

또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수강했는지 교사가 판단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동시에 접속해서 두 과목을 동시에 듣거나, 부정적인 루트를 통해 학습을 시작함과 동시에 학습종료가 되거나, 30분짜리 강의를 5분 만에 이수 완료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EBS 온라인 클래스에는 '부정적 수강 의심 내역확인' 탭이 생겼지만, 사실상 학생들의 모든 부정행위를 적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학생들이 의도하지 않은 부정행위가 생활기록부에 원격수업 미수강으로 처리되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실제로 교사들이 부정적 수강 학생 목록을 확인해 본 결과, 시스템의 오류로 재수강하는 과정에서 창을 여러 개 띄운 것이 부정행위로 간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참고: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767575&plink=ORI&cooper=NAVER )

 

코로나19와 같은 긴급 사태는 앞으로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전염병 뿐 아니라 미세먼지, 태풍, 폭설 같은 자연재해로 전국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교육부는 학습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까.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 삼아 발상의 전환을 시작할 때다.  

 

첫째,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안정적인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학생과 교사의 불편함을 꼼꼼히 조사하여 트래픽 폭주와 잦은 접속 장애 등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하여야 한다. 둘째, 교사들이 온라인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힘 쏟아야 한다. 이제는 기존 판서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온라인 툴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기술이 교사에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재난상황에서 오프라인 수업을 '때우는' 방식으로의 온라인수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온라인 공간에서 협업과 토론 수업 등을 구현하는 데 전문가와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질 높은 온라인 수업 체제가 마련되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학교 밖 청소년 등 공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게도 충분한 대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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