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의 시사 칼럼] 백신, 잘못된 오해

 

 

백신이란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위해 생체에 투여하는 항원이다. 지구상 공식적으로 박멸된 최초의 질병인 천연두도 제너가 고안한 천연두 백신(용어는 파스퇴르가 고안)으로 박멸되었다. 기원전 3세기부터 1980년 5월, WHO가 천연두 박멸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 전까지, 이 질병은 천문학적인 수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진일보는 이러한 의료 기술의 발전, 특히 그중에서도 여러 백신의 개발과 발전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백신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참고:  http://scienceon.hani.co.kr/37905 )

 

백신 반대론은 1990년대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홍역, 볼거리 예방 백신에 쓰이는 수은 보존제가 아이들에게 자폐증을 일으키는 등의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이 주장은 2010년 기준 의학 저널 랜싯이 개재를 철회함으로써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여전히 많은 부모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신 반대론은 우두 접종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 반대론의 시각은 현재 백신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당시에는 천연두가 매우 위협적인 질병이었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의무였으며 처벌이 강했다. 게다가 항체나 항원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생백신을 사용하였고, 이에 따른 사망자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에 대해 질병의 발생이 반드시 백신 접종 여부에 의해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라, 영양, 위생 상태를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당대 백신 반대론의 입장이다. 즉 백신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불신하는 것이 아닌 총체적 관점에서 질병을 예방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참고: http://scienceon.hani.co.kr/37905 )

 

그러나 현대 백신 반대론은 백신이 일으키는 부작용에 대한 과한 공포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왜곡된 통계에 의한 오해에서 비롯된 공포다. 백신 시대 이전, 전 매년 30만 명의 아동이 소아마비에 걸렸으나 2019년 기준 백신 때문인 소아마비 확진은 전 세계 누적 26건이다. 이 또한 비용 등의 문제로 생백신을 사용하는 저소득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도 소아마비 백신이 도입된 1962년을 기준으로 연간 2,000여 명을 웃돌던 소아마비 발병 건수가 84년 기준 0에 수렴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백신 도입 이후 우리나라에서 풍진은 91% 감소, 홍역은 99% 감소, 디프테리아는 박멸되었다. 다수의 백신 반대론자는 소아마비가 백신이 상용화되던 시기부터 이미 감소 추세를 보였으며, 오히려 백신에 의한 부작용 사례가 더 많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자료를 보면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소아마비가 감소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백신 접종이 확대되었기 때문이지, 자연적으로 감소한 것이 아니다. (참고: https://youtu.be/dabDYH 9_wdc )

 

백신 접종은 자신의 자유라고 여기는 것이 백신 반대론자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자신의 몸에 대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백신은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작업이다. 더 많은 이들이 백신을 맞아 항체를 만들면 그만큼 해당 질병,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떨어지고,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질병으로부터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백신을 거부한 개인의 선택이 타인의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정복된 것이나 다름없는 질병인 홍역도 백신 접종 시대 이전에는 매년 7~800만 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만약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백신 접종에 의한 소수의 부작용 사례를 맹신하고 접종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백신 접종 시대 이전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다. 그렇기에 백신이 만든 안전망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 미국에서는 코로나 19 방역을 위한 제재 철회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지난 5월 1일,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 일어난 시위의 배후가 ‘백신 접종 반대’ 단체임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주 정부의 방침에 반발한 것이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백신 반대의 패러다임이 지속하여 발생할 공중 보건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밝혔다. (참고: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html?no=783835선택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개인의 선택의 결과의 책임은 그 사회 전체가 지게 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코로나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위협이다. 따라서 이번 대유행이 잠식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코로나 19사태의 종식은 백신 개발과 함께 사회 구성원 다수의 접종을 통한 항체 안전망이 형성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확진자 수가 1만여 명인데, 대부분 국민이 코로나에 대한 항체를 지니지 않고 사태가 잠식된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2차 대유행이 시작되면 방역에 더욱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결국, 이후의 코로나 대유행을 막을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코로나 백신 접종이다. 

 

기존 백신에 대해서도 불신이 존재하는 만큼 새롭게 개발되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수의 부작용 사례로 평가하기에 백신이라는 기술은 질병 치료에서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예방책이다. 우리의 몸이 질병에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질병의 독소를 약화하는 백신에 대해선 더욱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질병이 두렵다면 또한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내 몸의 백혈구와 항체가 몸을 지키는 군대라면, 백신은 적과의 실전 연습이다. 연습으로 인한 부상을 피하다가는 언젠가 다가올 실제 적과 싸움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막연하고 왜곡된 공포에서 벗어나 인류 지성의 결과인 백신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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