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린의 시사 칼럼] 가요계의 끝 없는 서바이벌

"Top star with that spotlight, ay. 때론 슈퍼히어로가 돼."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노래 Idol의 가사 중 일부이다. 우리 기억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돌은 이 가사처럼 항상 웃음을 띠고 팬들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춤추고 노래한다. 팬들에게 수많은 응원과 선물을 받는 아이돌은, 어느 누가 보아도 행복하게 보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즐거워 보이는 직업일지 몰라도, 최정상 아이돌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제대로 알면 마냥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 실체를 알기 전에, 먼저 데뷔하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아이돌 가수 되려면 먼저 소속사에 들어가야 한다. 소속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소속사나 학원 내에서 개최되는 오디션을 보고 경쟁을 뚫고 소속사에 들어가는 것이고, 둘째는 캐스팅되어서 들어가는 것이다. (참고: https://namu.wiki/w/%ED%95%9C%EA%B5%AD%20%EC%95%84%EC%9D%B4%EB%8F%8C#s-3) 후자는 오늘날 흔하진 않지만, 그래도 중소 기획사에서는 여전히 쓰이는 방법이다. 물론 이 과정을 완전히 거치지 않고 데뷔하는 특수한 예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많이 들어본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프로듀스 101과 아이돌학교, 그리고 대세 걸그룹 트와이스를 배출했던 식스틴 등의 프로그램이 모두 아이돌을 배출하는 서바이벌에 속한다. 물론 빠르게 데뷔하고 인지도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요즘 많이 거론된 프로듀스 101의 조작 논란처럼 프로그램 담당 PD가 특정한 연습생을 몰아주거나 투표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제 소속사를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데뷔를 위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이 사실상 제일 중요하고 제일 힘든 과정이다. 이 트레이닝 체계를 통해 연습생들은 댄스 및 보컬 실력뿐만 아니라,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웬디를 비롯해 많은 연예인이 언급했던 혹독한 다이어트도 거치게 된다. (참고: http://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1701020347&resource=) 더불어, 매월 실행되는 월말평가를 통해 그 연습생이 기획사에 잔류할 것인지 말 것인지도 결정된다. 이 중 눈에 띄게 향상한 연습생들은, 데뷔 조에 들어가 더 강한 시스템으로 훈련받는데, 이 경우 다른 멤버들과 합숙을 하기 시작하고, 평균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데뷔를 위해 준비한다. (참고: https://namu.wiki/w/%EC%97%B0%EC%8A%B5%EC%83%9D#s-2.2.3) 하지만 이 데뷔 조마저도 소속사의 사정으로 무산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차례의 경쟁을 거쳐 마침내 데뷔하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그룹이 되면 다행이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데뷔하고 나서부터가 진짜 경쟁의 시작이다. 채널A 뉴스에 의하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걸그룹만 300에서 400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중들의 기억에 남는 것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중소 기획사에서 크게 성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방탄소년단과 여자친구를 예로 들어 반박할 수 있지만, 그들은 엄청난 운, 실력, 그리고 노력이 있었던 특수한 사례이기 때문에, 모든 무명 그룹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무명 아이돌은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거나, 심지어 술집이나 룸살롱으로 전향하기도 하는 안타까운 결과로 끝을 맺는다고 한다. (참고: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092091

 

이 과정을 알게 되고, 지금도 수많은 무대를 서고 있는 아이돌들과 똑같은 노력, 어쩌면 몇 배의 노력을 더 투자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위치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좋아 시작한 순수한 꿈이, 기획사 하나로 그 무대의 장소가 대형 콘서트장에서 동네 술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 잔혹했다. 마치 대학의 명성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정해진다는 사람들의 말과 겹쳐지는 것 같아 더욱 동질감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데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아이돌에겐 무명 유명 상관없이 근거 없는 악성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샤이니 종현, f(x) 설리 등의 최정상 아이돌들이 악플로 하늘의 별이 되었음에도 피드백으로 위장한 비난들은 좀처럼 줄어드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누군가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원래 악플을 감당하는 직업이기에, 그냥 과민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악성 댓글과 비난을 합리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무심코 던진 한마디일지라도, 그들에겐 크나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소설가 리타 메이 브라운은 '달이 조류에 영향을 미치듯, 언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힘을 발휘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누군가의 따뜻한 한 마디가 당사자에겐 엄청난 힘이 된다. 그러니, 끝없는 경쟁을 뚫고 온 그들에게 근거 없는 비난보다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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