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의 독서 칼럼]「진이, 지니」를 통해 깨닫는 공존의 아름다움

우리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따뜻한 이야기

자신의 삶에 온전히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때로 자신의 불행에 괴로워하고,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죽음 앞에 놓인다면 우리는 미련 없이 삶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음에 도달하고 나서야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 전에, 책 「진이, 지니」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느껴보자. 진이, 지니, 민주, 이 셋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지친 마음에 깊은 울림을 만들어낼 것이다.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사육사 ‘진이’는 킨샤사의 어느 상점에서 위험에 빠진 보노보와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밀렵꾼에게 잡혀 온 보노보를 구해낼 수 없었다. “나는 친구야. 네 친구, 진이.” 이 말을 남긴 채 상점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보노보를 두고 도망쳤다는 ‘트라우마’에 진이는 사육사의 길을 포기하기로 다짐한다. 그런 그녀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에는 킨샤사의 그 보노보를 무사히 구조해내고 ‘지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런데 둘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겪게 된다. 그 순간, 진이는 커다랗게 벌어진 지니의 검은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보노보 지니의 몸에 들어가게 된 진이. 그녀는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청년 백수 민주가 그녀와 동행하게 된다. 민주도 죽음의 위기에 있던 마을 노인의 부름을 모른 체했다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즉, 이 모험은 서로 다른 트라우마를 가진 진이와 민주가 함께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여행과도 같다.

 

필자는 진이와 민주의 동행에서 공존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한번 떠올려보자. 살면서 타인으로부터 진심이 담긴 도움을 받아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이 사회는 항상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이다. 이유 없는 호의가 존재하지 않고 마음이 담긴 배려를 보기 힘든 사회이다. 그래서 필자는 민주가 진이에게 베푸는 친절에 감동을 하였다. 민주와 진이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심지어는 나이조차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이름밖에 없다. 그런데도 민주는 진이의 친구로서 마지막 사흘을 함께해준다. 진이가 죽음을 앞둔 순간, 민주가 그녀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렇게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의 슬픔까지도 위로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또한 진정한 공존을 위해서 필요한 공감과 이해를 보여준다. 진이는 지니의 몸에 들어가 있는 동안, 지니가 겪어온 모든 것들을 지니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녀는 인간이 지니에게 얼마나 무자비했는지 깨달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위중한 상태에 있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간다면 자신이 죽음에 이르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진이는 지니에게 그녀의 삶을 돌려주고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다. 진이는 지니의 고통에 온전히 공감함으로써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도 타인을 위한 선택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진이가 만약 지니의 삶을 빼앗는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진이는 절대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의 행복을 빼앗아 억지로 취한 이득은 기쁨을 줄 수 없다. 이기적인 선택 대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아름다운 배려가 넘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죽음을 앞둔 생의 마지막 사흘을 보여주는 「진이, 지니」. 사실 책을 읽으면서 기적 같은 엔딩을 바란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필자도 주인공 진이가 살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 책은 죽음에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물론 진이도 죽음을 두려워했고, 자신과의 작별을 피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부정하고 지니의 삶을 빼앗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죽음을 통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룬 것이다.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면 죽음 또한 가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죽음 또한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죽음의 순간에 미소 지을 수 있도록 후회 없는 삶을 살아보자.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순간이 온다. 운명이 명령한 순간이자 사랑하는 이와 살아온 세상, 내 삶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치열하게 사랑하기를, 온 힘을 다해 살아가기를…….                     - 「진이, 지니」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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