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연의 사회 칼럼] 누구나 겪게 되는 지극히 당연한 갈등

사람들은 누구나 "꼰대"가 된다

요즘 들어 "꼰대"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인터넷의 몇몇 사이트만 보더라도 이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꼰대라는 단어는 주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젊은 층의 고민을 단순한 투정으로 치부시키는 나이 든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그렇다면 꼰대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 꼰대란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다. 또 꼰대질은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여 젊은 사람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 방식 따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인용:https://dict.naver.com/search.nhn?dicQuery=꼰대&query=꼰대&target=dic&query_utf=&isOnlyViewEE=) 이 단어가 자주 쓰이고 있다는 것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다른 세대들 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꼰대는 도대체 왜,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과연 세대 갈등을 막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먼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없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의견임을 우선 밝힌다. 하지만 전혀 근거 없이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첫 번째 근거는 바로 시대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과학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기술들이 혁신적으로 발전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물건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 되었으며 현재는 인터넷 없는 삶을 단 하루도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인터넷을 비롯한 현대 기술은 사람들의 삶을 모든 분야에서 바꿔놓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70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다. 휴전이 선언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본적인 인프라도 제대로 못 갖추고 있던 개발 도상국에서 70년 만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이렇게나 달라진 사회에서 다른 세대끼리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설령 가능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극히 일부에 드물 것이다. 사람은 경험에 의존해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전혀 다른 경험과 상황에서 살아온 사람의 가치관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 근거는 사람들의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먼 과거에는 각종 차별이 만연에 퍼져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신분제 사회, 흑인 노예 제도, 제국주의만 보더라도 이와 같은 인식들이 얼마나 사람들 사이에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 잘 보여준다. 최근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이와 같은 차별은 끊이질 않고 있다. 가부장적인 사회인식 때문에 남아선호사상이 무척이나 강했으며 이 인식은 몇몇 나이 드신 분들께 여전히 존재한다.

 

여름이 되면 크롭티나 돌핀 팬츠와 같이 짧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쉬운 지금과는 달리 1967년 윤복희라는 가수가 처음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온 것이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1970년대에는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규제되기 시작하며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단속하려는 경찰들 사이에 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참고: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31487&cid=62011&categoryId=62018) 이뿐만이 아니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페미니스트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여자들의 인권에 관해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게이, 레즈비언과 같은 동성애자가 등장하고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수호 운동이 펼쳐졌다.

 

이처럼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다양하고 열린 사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전혀 다른 인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기성세대들이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자신의 사고방식대로 일평생을 살아온 사람에게 그 상식을 뒤집는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질 리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의 가치관은 절대로 쉽게 변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굳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변화시킬 이유 또한 없다. 그 과정에서 세대 간 장벽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Team Spirit, Cohesion, Together, Generations, Family

 

 

시대는 계속 변화한다. 기존엔 맞았던 것들이 이젠 옳지 않은 것들이 되었고 신문물이라 여겼던 것들이 점차 구식이 되어간다. 과학적 사실과 같이 영원불변한 진리로 여겨지던 것들도 계속해서 바뀌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인식이라고 변하지 않겠는가? 현대 기술, 문화, 가치관 등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다. 시간이 흐르는 이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가치관을 버리고 새로운 사고를 추구하느냐, 자신의 사고방식을 고수하느냐가 흔히 말하는 "꼰대"를 좌우하는 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자신의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실 대부분은 자신이 오래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잘 인지하지 못한다. 개방적 사고를 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잘못된 일일까? 필자는 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기원전 1770년경 수메르 시대에 쓰인 점토판 문자를 해독하자 그 당시의 젊은이들은 버릇이 너무 없다는 내용이 나왔다고 한다. (인용:https://namu.wiki/w/요즘%20젊은%20것들은%20버릇이%20없다)  심지어 조선왕조실록, 카타리나 탄핵분, 방법서설 등의 여러 과거 시대의 문헌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세대 간 갈등은 아주 오래된, 인류 역사상의 난제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세대 간 소통이 사고방식이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이 없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모든 측면에서 변화가 지나치게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대 갈등이란 변화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갈등이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고 해서 기존의 것이 무조건 구식이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만의 생각, 가치관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은 그들 개인의 신념이다. 아무리 잘못된 것이고 구식이라고 한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닐뿐더러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게 아닌 이상 그들이 바꿔야 할 이유는 없다. 그저 그들은 그 시대에 전반적으로 통용되었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우리는 그저 "그렇구나"라는 태도를 보이면 된다. 새로이 생겨나는 인식과 변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판단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생각이듯이 상대방의 의견 역시 그렇다. 상대방의 의견 역시 존중받아 마땅한 의견이고 우리가 감히 왈가왈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설령 아무리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고 한들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여기고 넘기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물론 모든 의견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분명 도덕적으로 잘못되었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등 인간의 아주 기본적인 규율을 어기는 것에 대해선 비판적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순한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우리가 우리의 생각을 그들에게 주입할 자격은 없다. 그저 각자가 바르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면 된다. 세대 간 갈등을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를 '갈등'이 아닌 '조화'의 시선에서 보면 어떨까. 서로 온전히 이해할 순 없더라도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고 조금만 시야를 달리해서 상대방을 바라보자.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방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 사회에서도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며 새로운 사고방식이 생겨날 것이다. 역시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며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든 어떤 문화가 등장하였든 간에 우리는 서로 존중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를 늘 염두에 두고 우리가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서로 존중하며 신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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