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빈의 과학 칼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인공생명체, 세포자동자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작은 전자 게임기가 붙어있는 필통을 갖고 싶어 했을 것이다. 같은 반에 한 명쯤은 그 필통을 가지고 있었고 친구들은 게임 한 판만 시켜달라며 그 아이의 주변으로 몰려가곤 했다. 게임 속 작은 격자판 위에 특정 패턴이 무한히 반복되어 총알이 되기도 했고, 점프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격자판 위에서 무한히 움직이는 이 패턴은 수학자 존 콘웨이의 생명 게임으로 만든 인공생명체이다. 인공생명체 하면 누구나 공상과학 영화 속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고작 격자무늬가 생명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체는 제 4차 산업혁명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1940년 헝가리 수학자, 폰 노이만은 생명을 장기판과 같은 수많은 격자 상의 공간에 위치한 코드로 보고, 몇 가지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장치를 생각해 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다룰 인공 생명체, ‘세포자동자’이다. 세포자동자란, 격자 칸 하나하나를 세포로 보는 일종의 모형이다. 세포들은 주변 세포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즉 다음 단계에 이르면 스스로 세포의 상태가 변하는 알고리즘을 따른다. (참고: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2158 )

 

폰 노이만이 죽고 난 후, 이를 존 콘웨이가 이어받아 생명 게임을 창시하였는데 생명 게임의 규칙은 이러하다. 주변에 살아있는 이웃 세포가 1개 이하면 죽는다. (표-1번 참고) 살아있는 이웃이 4개 이상이면 죽는다. (표-2번 참고) 살아있는 이웃이 3명이면 다시 살아난다. (표-3번 참고) 나머지 경우에는 삶을 유지한다. (표-4번 참고) 이러한 규칙으로 격자판 위의 세포가 죽고 살아나며 격자판 위에 특정한 패턴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규칙을 이용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필통 게임 속에서 볼 수 있는 ‘글라이더 총’으로, 끊임없이 총을 쏘는 패턴의 인공생명체이다. 

 

 

 

이 생명 게임은 매우 단순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상의 모든 패턴을 담아낼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특히, 수학과 컴퓨터과학에 아주 큰 공헌을 하는데 이는 컴퓨터의 알고리즘 처리 방법과 생명 게임에서의 특정 패턴의 움직임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포 각각에 연산자를 적용하면 컴퓨터 알고리즘을 계산하고 처리할 수 있다. 수학과 컴퓨터 과학뿐만 아니라 이 생명 게임은 도시공학, 생명과학, 뇌 과학 등 여러 곳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 일기예보와 같이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카오스적인 현상. 생명현상에서 보이는 복잡성 등을 모델화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도구로서 큰 가치가 있다. 이제  세포자동자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우리는 쉽게 양치를 하고 신발을 신지만 이를 인공지능에 구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간단한 일에도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를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가 수학적으로 해결 가능해야 한다.  수학적으로 해결가능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해의 존재가 보증된다.(존재정리).

2. 해가 일의적으로 존재한다. (해의 유일성과 알고리즘의 존재)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문제를 불량설정 문제라고 하며 양치를 하거나 신발을 신는 등의 일상적인 일들도 불량설정 문제에 해당한다. 불량 설정 문제를 컴퓨터로 프로그램화하려고 하면 첫째, 해의 존재가 보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하고, 존재해도 일의성이 보증되지 않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경우의 수의 증가는 알고리즘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에 컴퓨터로는 불량설정 문제를 풀 수 없다. (인용: http://www.aistudy.com/biology/alife/cell_jang.htm하지만 경우의 수를 줄인다면 충분히 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패턴인식이다.  패턴인식은 정보 압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우리는 말티즈, 불독, 이웃집 개...등등을 모두 개라는 한 패턴 속에 넣어 압축해 기억한다. 하지만 컴퓨터는 패턴인식을 하는데 많은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 자동자를 도입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세포자동자는 다양한 패턴을 생성할 수 있다. 세포 자동자의 조건이나 이웃의 수등을 바꾸면 더욱 다양한 패턴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의 패턴인식 능력에 세포자동자를 도입한다면 불량설정 문제의 하나인 패턴인식을 해결할 수 있다. 세포자동자로 인공지능이 양치를 하고 신발을 신게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생활 곳곳을 포함해 제 4차 산업 혁명 핵심 기술이라 불리는 인공지능에서도 세포자동자가 활용되고 있다. 오직 0과 1의 상태만을 갖는 격자 점 위의 작은 인공 생명체, 세포자동자 그 크기는 매우 작지만 그 위상과 잠재력은 전혀 작다고 볼 수 없다.  필자는 작지만 큰 세포자동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주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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