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속기사로 일하며 당당한 "나 자신"를 찾는 방법

여기, 대통령과 아주가까운 곳에서 일할수 있는 직업이 있다. 만약 그 직업을 가진다면 아침에 대통령 옆에서 함께 러닝머신을 뛰고,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에 타며, 청와대에 들어가서 일을 할 것 이다. 이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당신은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번쯤 상상해본 적 있는가?

 

물론 청와대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 이전에, 청와대에서 일을 하는 고위급 공무원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가까울 수 있는 직분은 고위급 공무원뿐일까?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직업은 속기사이다. 속기사는 대통령의 모든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의 연설내용, 발언내용 등을 녹음하여 타이핑하는일 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보다 필요한 조력자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속기사는 백악관에서 절대로 높은 지위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속기사인 주인공 "벡"을 중심으로, 그녀가 백악관에서 5년을 보내며 일어났던 일 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벡"은 미국의 백악관, 즉 우리나라로 치면 방금 내가 언급했던 청와대에서 일하는 '속기사' 이다. 책의 주인공, 전 백악관 속기사 또 이 책의 작가인 ''벡 도리-스타인"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동안 5년 동안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옆에서 일했다. 그래서, 이 책은 "벡"'이 겪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쓰였기에 백악관의 분위기도, 모습도, 그리고 인물들도 모두 정말 세밀하게 묘사가 돼 있다. 약간 설정 부분은 있을지라도 생생한 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을 이 책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벡"은 원래 속기사를 준비하려던 사람은 아녔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립학교에서 시간제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운동복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흔히 말해 미국의 '취준생'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속기사를 모집한다는 평범한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지원했다가 근무장소가 백악관인 줄도 모르고 덜컥 합격해 버린다. 하지만 백악관이라는 직장이니 만큼 넘쳐나는 엘리트들, 그리고 엘리트들 사이에 낀 평범한 "벡"은 자신을 집단에서 스스로 소외시키며 자존감 하락을 겪게 된다.

 

하지만 백악관 친구들을 사귀고, 글을 쓰며 그녀는 점점 단단해진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이게 끝이다. 하지만 이 책이 그저 이야깃거리가 전개만 되는 낡은 내용이 아니라, 중간마다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묘사들이 더욱 현실적으로 이 책을 받아들이게 한다.

 

이 삶에는 어떤 마법같은 힘이 있다. 압박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사는 사람들만의 즐거움이 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기 시작하면 해야 할 일이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P163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이라면 챕터들 사이의 일화들이다.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자신이 겪은 일을 일기(수필형식)로 풀어나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1인칭 시점으로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은 주인공의 행동은, 주인공 "벡"이 자신이 어떠한 사람에게 느낀 감정을 그 때 그 때 글로 써서 그 사람에게 그 글을 전달해주는 부분들이 정말 인상깊었다.

 

보통 어떠한 사람이 떠나가거나 그 사람한테 감명을 받으면 선물을 주거나 말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녀는 그 사람의 섬세한 부분들을 기억하여 자신의 글을 선물한다. 그로 인해 "벡"은 많은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고 그 글을 읽는 사람에게 말로는 표현 못 한 감동을 준다. 글을 선물하다니, 정말 낭만적이기도 하고 정말 의미있는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나는 글쓴이가 점점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앞서 말했듯이, 백악관에서 속기사는 그리 높은 직급이 아니다. 그에 비해 그녀의 백악관 친구들은 대부분 그녀보다 높은 직급에 있기도 하고, 주인공 주변에서 항상 주인공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던 여자(백악관의 고위급 직원 중 한 명으로, 책에서는 방울뱀이라고 언급된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와,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계속 어려움을 겪어서 더는 그녀는 의지할 사람이 없기도 했다. 

 

그런 무기력함을 반복시키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인공"벡"은 방울뱀의 눈치를 보며 옷을 입고, 행동을 하고,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또한, 새로운 사랑을 하려 노력하지만 사랑 역시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 곁의 친구들이, 우연히 만난 대통령이 평소 존경하던 사람이 자신에게 해준 긍정적인 말들은 토대로 삼아서 어느새 자존심을 회복한다. 그리고 그런 의미로 눈에 띄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핑크플랫슈즈를 신고 대통령과의 일정을 동행한다.

 

이 부분에서 부끄럽게 여기던 핑크플랫슈즈를 자랑스럽게 신고 있는 "벡"의 모습은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엉뚱한 일로 상처받으며 살기에 인생은 너무 짧아. 너를 올리는 사람들에게 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마. 그들에게선 네가 바라는 걸 얻을 수 없어. 그러는 사이에 즐겁고 소중한 시간만 놓치게 돼. 내가 하고 싶은 얘긴 그거야. P.439

 

#책에서 본 속기사의 삶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속기사의 삶이 부럽기도 했다. 대통령 옆에서 러닝머신을 뛰고, 대통령과 몇 마디 주고받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전 세계를 돌았다고, 에어 힘 전용기에 타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그러니까 외적인 부분만 보고 백악관의 속기사 "벡' 을 부러워했다. 그녀는 누구보다 인간관계도 좋았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해보지 못할 경험을 많이 해봤을 것이다. 모든 직업이 힘들듯 이렇게 더욱 중요한 자리에 있었던 터라 "벡"은 지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좋은 직장을 가진 만큼 그녀에게 딸려오는 스트레스들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이 책이 나에게 끼친 영향

이 책은 일기나 에세이 형식이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연장이 되는 부분은 전혀 거리낌없이 술술 읽힌다. 이건 소설인 것 같다. 읽는 내내 책에 집중하게 된다. 가벼운 내용이고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지만, 20대 후반~30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어른들의 삶의 고충과 주인공 "벡"의 고민거리들이 나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였다. 또한, 나에게 대통령과 함께 일해 보고 싶은 생각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렇게 속기사가 멋진 일인지 처음 알게 된 계기도 있다. 평소 잘 모르는 직업의 세계를 맛보기 하며 책을 읽는 만큼은 나도 주인공의 입장에 몰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감동이 있다기보다는 읽으면서 자연치유가 되는, 공부하다가 지칠 때 한 챕터씩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른들이 읽으면 더욱 상황에 공감되겠지만, 아직 어른의 입장이 돼보지 않은 학생들이 나처럼 이 책을 읽는다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새로운 기대감을 느낄 것이다. 속기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백악관에서 일하는 속기사가 엘리트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면 가볍지만 많은 생각을 들게 해주는 책을 찾고 있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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