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채의 공학 칼럼] 현미경이 천 원이라고?

마누 프라카시, 과학적 경험을 공유하다; 폴드스코프와 페이퍼퓨즈

요즈음 사회에서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라고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 환자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염 여부를 진단하여 격리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 적은 수의 사람들의 감염 위험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균이 존재한다. 그중 말라리아만 봐도 연간 백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그리고 말라리아 감염 위험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검사가 필요하다. 이들을 진단하기는 매우 쉽다. 그저 혈액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현미경들은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무겁고, 크고, 관리하기도 힘들고, 비용도 정말 많이 든다. 개발도상국의 사람들은 말라리아의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어, 질병을 진단하는 현미경이 꼭 필요한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가의 의료장비를 마련하기는 어려울뿐더러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실정을 보고 한 사람이 나섰다. 그는 바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마누 프라카시(Manu Prakash)’박사이다.

 

 

먼저 그는 종이로 만든 현미경, 폴드스코프(foldscope)를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현미경’ 하면 금속 재질을 떠올리게 되지만 폴드스코프는 여러 겹의 종이를 붙여 만들었다. 그저 어릴 때 하던 종이접기 몇 번으로 현미경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렌즈를 갖다 대면 현미경에서 보는 이미지가 화면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 폴드스코프에는 정말 많은 장점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첫째, 가격은 모두 합해 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종이와 렌즈로만 만들었기 때문이다. 둘째, 배율이 2,000배나 된다. 이는 일반 고가 현미경들의 성능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셋째, 뛰어난 휴대성을 자랑한다. 폴드스코프는 연필 한 자루 정도 되는 무게이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는 데 무척 편리하다. 넷째, 충격에 잘 망가지지 않는다. 이것을 고층 건물에서 떨어뜨리고 발로 밟았을 때도 정상적인 현미경 역할을 하였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존까지 어려웠던 질병 진단에 폴드스코프를 활용하면서 훨씬 수월해졌다. (참고: https://www.ted.com/talks/manu_prakash_a_50_cent_microscope_that_folds_like_origami)

 

 

이 같은 획기적인 발명으로 많은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었는데, 프라카시 박사는 또 다른 훌륭한 제품을 선보였다. 혈액의 감염병균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저 혈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안 되고, 혈장과 혈구를 분리하고 관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심분리기가 꼭 필요하다. 원심분리기란 혈액을 채취해 튜브에 넣고 빠른 속도로 돌리면 원심력에 의해 혈액 속 성분들이 분리되는 기구이다. 프라카시 박사가 한 개발도상국에 갔을 때, 이 나라는 말라리아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원심분리기가 꼭 필요한데도, 원심분리기가 그저 문 버팀쇠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이유는 바로 전기가 없어서 작동이 안 돼, 아무리 고가, 고성능의 제품이라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심분리기는 부피가 크고 가격도 천 달러(약 122만 원) 정도로 비싸며 들고 다니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전기가 없이는 작동이 되지 않는다. 즉, 개발도상국 같은 저소득 국가에서는 사용하기에 거의 불가능하다.

 

프라카시 박사는 이들의 상황을 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였다. 요요, 팽이 등과 같은 회전하는 장난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원심분리기를 만들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줄과 원반으로 되어 있는 실팽이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종이로 만든 원심분리기, 페이퍼퓨즈(paperfuge)를 만들게 되었다. 수학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이것은 무려 분당 12만 회까지 회전한다. 이것은 중력의 3만 배나 되는 힘이다. 얇은 튜브에 혈액을 채취해 넣고 이 팽이의 원반에 부착하여 회전시키면 혈구와 혈장을 분리할 수 있다. 이것으로 말라리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뿐더러 분리된 혈장과 혈구의 비율을 확인하면 빈혈 여부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만드는 데 20센트, 약 300원밖에 들지 않는다.

 

 

이 뿐만 아니라 프라카시 박사는 끊임없이 연구하며 폴드스코프와 페이퍼퓨즈를 각기 다른 균에 알맞게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모기에서 발생하는 많은 균을 식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모기를 구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라카시 박사는 지난 2년간 5만 개의 폴드스코프를 만들어 130개 나라에 어린이들에게는 무료로 전달했다. 이것이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자. 사람을 살리는 데에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과학적인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말이다. 프라카시 박사는 이를 통해 경이로운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이 폴드스코프를 통해 한 소년이 모기 유충을 관찰해서 뎅기열 전염 모기를 가려내는 법을 알아내고, 약리학자가 가짜 약 구별하는 신기술 찾아내고, 결정체가 반짝거리는 이유를 궁금해 하던 소녀는 물리법칙 발견했다. 즉 과학적 경험을 공유함을 통해 또 다른 과학을 낳고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참고: https://www.ted.com/talks/manu_prakash_lifesaving_scientific_tools_made_of_paper)

 

 

 

프라카시 박사의 폴드스코프와 페이퍼퓨즈 발명은 획기적이었으며 생명을 구하는데 정말 큰 공을 세웠다. 프라카시 박사가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와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의료적 어려움에 공감하였고, 과학과 기술이 더해져 많은 사람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과학과 기술이 바람직하게 사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도 우리가 가진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주위를 둘러보며 바람직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도로, 전기, 사회기반 시설, 의료시설 등이 없이 빈곤하게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간단하고 최소한의 도구와 자원으로 감염병과 싸우는 것이 절실하다. 이뿐만 아니라 전세계는 환경문제, 식량문제 등 심각한 문제가 많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과학’ 뿐이다. 여유가 되는 사람만이 아닌 모든 사람 누구나 과학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을 특권이 아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인권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과학을 얻게 하면 미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동호지필(董狐之筆) : 사실을 숨기지 아니하고 그대로 씀

정직하고 청렴하게, 세상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