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균의 시사칼럼] 협동조합, 대기업 중심 경제의 대안

- 노작마을에 무궁무잼 만들기 -

산업화의 부작용을 일찍 경험한 서구 사회는 버거킹이나 델몬트, F C 바르셀로나 같은 익숙한 상표들을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해오며 천문학적인 판매 이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장점이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 관련 문화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에 대한 국민의 인식 때문이다. 조합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고, 알고 있더라도 조합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대다수는 협동조합을 사회적 기업과 혼동하여 조합원으로서 활동하는 것을 ‘굶으면서 이상만 좇는 일’, ‘돈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6월 18일, 나는 국내 협동조합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관련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전문가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수익을 위해 당장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하였다. 이어 라이트 하우스에서 생산 중인 '무궁무잼'를 설명하며 협동조합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각종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무잼은 나의 관심을 끌었지만, 상품으로 판매하기에는 이 제품의 디자인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디자인을 직접 고안해보고자 노작마을에 위치한 바나나아트 공방에 방문하였다.

 

공방 주인은 '무잼'이 지역 농산물로 만든 웰빙 상품인 만큼,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가 외형을 보완해준다면 상품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용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다양한 공방들이 자리한 노작마을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역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무잼'이라는 특성을 활용하여 무궁무잼 관련 협동조합이 마을에 입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상품은 획일적이다. 각종 상품을 생산하는 직원들은 기업 내의 수직적 위계질서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반면 협동조합의 구성원은 공동의 노동을 투입해 출자금을 모으며 위계질서에 구애받지 않는다. 상업적 상품을 신뢰하지 않는 현 경제 체제에서 조합원이 생산한 상품은 소비자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은 복잡한 화학처리 과정이 필요하지 않으며, 상품을 가까운 지역에 판매하거나 스스로 소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즉, 협동조합은 조합의 특성상 마을 공동체로의 적용이 쉽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마을 연계형 협동조합'을 구성한다면, 주민 다수가 지역 특산물을 소비함으로써 상품 생산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발생한 수익으로 수익금을 나누며 조합의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국내 협동조합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인과 조합원 모두가 공생하는 협동조합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피어날 생명으로 가득 찬 '불탄 숲'처럼 협동조합이 자신만의 길을 새롭게 개척하여 사회적 경제의 대안으로 우뚝 솟기를 기대한다.

 

                                                                                                                    「 사진 출처 : 류경균 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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