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의 교육 칼럼] 사육사입니까, 교육자입니까?

인천의 한 학원 강사가 서울 이태원의 클럽을 방문한 뒤 코로나 19 감염자를 발생시킨 일명 ‘강사발 감염사태’. 최근 많은 사람을 분노케 한 이슈이다. 강사는 학생을 고려하는 마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고, 교육자가 학생을 그러한 태도로 대하는 것은 충분히 비난받아 마땅하다. 물론 이 사건도 교육자로서의 윤리를 어긴 사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필자는 얼마 전 사교육도 아닌, 학교 내에서 발생한 더욱 충격적인 사건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2020년 5월 20일, 필자가 이 글을 작성하는 현재 기준으로 참여 인원 21만 명을 넘긴 청원이 있다. 일명 ‘학교아빠 짐승주’ 사건에 대한 청원이다. 사건에 대해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 사건은 울산 모 초등학교 1학년 담당 남교사 김 씨가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에게 수 년간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아 온 일이다. 김 씨의 행위는 심히 충격적이고 비정상적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속옷 빨래해 사진 찍어오기, 속옷을 주제로 한 시 쓰기, 부모님의 등을 밀어드린 뒤 사진 찍기와 같은 의미가 왜곡된 숙제를 냈고, 아이들에게 ‘섹시 팬티’, ‘섹시하고 매력적이다’ 등 아이들을 성적 대상화 하는 언어를 사용했다. 그 외에도 학생들의 사진에 외모를 평가하는 댓글을 남기거나 심지어는 동료 교사에게까지 수시로 성적인 발언을 하는 등 그는 교육자라는 위치에 있다면, 그 이전에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성인이라면 하지 않을 소행을 저질렀다. (참고자료: https://www.sedaily.com/NewsView/1Z1NGRFQZI)

 

하지만 필자가 경악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김 씨는 과거 자신의 SNS에 ‘아이들은 짐승이며 자기들이 사육되는 것을 몰라야 한다’, ‘나는 짐승들을 사육할 주인, 짐승주’ 등의 말을 남겼고, 학급 아이들에게 자신을 ‘짐승주’ 라 칭하게 했다. 이는 그의 뒤틀린 교육관을 보여주는데, 교사가 아이들을 인간도 아닌 짐승으로 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태도이다. 제아무리 미숙하고 어린 아이들일지라도 그들은 한 명의 인간이자 또한 학생이다. 나는 그런 미성숙한 학생들의 지식과 지혜 함양에 이바지하며 그들을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바로 교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김 씨의 교육관을 보자. 그의 교육 철학이 정상적인 교육의 진리에 부합하는가? 추호도 그렇지 않다. 그의 교육 철학은 인간을 교육하는 것이 아닌, 짐승을 사육하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자아와 존엄성을 전부 무시하고는, 학생을 자신의 의도대로 길들이고 희롱하는 것. 이게 김 씨의 방식이다.

 

가장 위험한 점은, 그가 초등학교 저학년을 담당하는 교사라는 것이다. 모든 학생에게 교사는 중요하지만, 특히나 이제 막 배움을 시작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교사의 언행은 막중하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운 어린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말과 행동은 쉽게 정답(正答)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 봐도 김 씨의 방식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올바른 행동으로 각인될 수 있다. 김 씨는 아마도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을 간파하지 않았나 싶다. 그는 이 점을 악용해 자신의 왜곡된 성적 환상을 아이들에게 실현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머지않아 그루밍 성범죄(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성범죄를 가하는 것)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인용자료: 지식백과 그루밍 성범죄 항목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145821&cid=43667&categoryId=43667)

 

아마도 이 글을 읽기 전에 짐승주 사건에 대해 알고 있던 사람보다 글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은 너무나도 미적지근하고 빠르게 잊혀져 갔다. 심지어 김 씨는 이 사건이 공론화되기 불과 몇 개월 전에도 떳떳하게 ‘학교아빠 김승주’ 라는 이름으로 자서전을 출간했고, 이 책은 아직도 많은 판매처에서 아무 일 없는 듯 판매되고 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행한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자를 꿈꾸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우리나라 교육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수치스러웠고 이런 인간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다는 것에 격노했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혹은 주변 사람들의 자녀가 학교에 가서 짐승 취급을 받고 성적인 희롱을 당했다고 상상해 보라. 아직도 이 사건이 이토록 조용히 넘어갈 사건으로 보이는가?

 

이 사건이 이대로 묻히고 김 씨의 잘못에 합당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교육자라는 위치와 어린이의 특성을 악용한 범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교육이 아닌 사육을 당하는 것이 괜찮다면 이 사건을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계에 진정한 인간을 양성하는 교사가 있기를 원한다면, 이 사건은 절대로 등한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사육사가 아닌 교육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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