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아의 시사/예술 칼럼] 한국 역사의 살아있는 숨결, 간송. 앞으로의 행방은?

82년 만에 처음으로 경매에 나선 간송 전형필의 문화재와 앞으로 한국 문화재 보존 방향성에 관한 개인적 고찰

             

 

                   

 

              ▲ 출처 : http://kansong.org/collection/kumdongyeoraeipsang/          ▲ 출처 : http://kansong.org/collection/kumdongbosalipsang/

 

2020년 5월 27일, 우리나라 문화계에 큰 파동을 불러올 경매가 열린다. 경매 대상 물품은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이다. 이 두 작품은 7세기 무렵 고대 한국 불상의 특징과 변천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각각 부처의 자연스러운 자태와 수행자의 한국적인 얼굴을 담아냈다. 두 작품의 경매가는 각 15억 원, 합계 30억 원부터 시작한다.  (중앙일보 기사 인용 : https://news.joins.com/article/23781914

 

1938년, 일제의 험악한 감시 속에서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 보화각에서 시작한 ‘간송 미술관’은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의 자취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닿아 있다.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쏟아부어 모은 국보급 문화재들은 후대 학자들이 삼국시대부터 시작해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있었던 수많은 사건과 역사를 파악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훈민정음해례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혜원 신윤복 풍속도 화첩’ 등이 있다. 유명한 일화로는 훈민정음해례본을 사들일 당시 전형필은 문화재의 가치를 정확히 치러야 한다 생각해 판매자가 요구한 천 원보다 열 배 많은 만 원을 치렀다고 한다. 당시 천 원으로 기와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다고 하니 가히 놀라운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간송미술관 홈페이지 참고 : http://kansong.org/museum/

 

자칫하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 퍼져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을 수많은 문화재가 우리나라에 명백히 남아있는 데에 간송의 역할이 컸음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진정한 ‘문화 보국’을 실천한 그의 업적과 정신을 그대로 이어 서울 성북구 소재의 ‘간송 미술관’에서 그의 자손들은 1년에 두 번 정도씩 전시를 개최하고 숨겨진 작품들을 대중에게 보인다. 그곳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모두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이는 간송의 뚜렷한 신념과 가치관에 맞게 독자적인 연구와 간섭 없는 전시를 지속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2년 전 전성우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이 별세하면서 뒤를 이은 전인건 미술관장에게 막대한 양의 상속세가 붙었다. 이는 간송 미술관의 감당할 수 없는 재정난으로 이어졌고, 이에 간송 미술관의 메인 타깃인 회화와 도자기에서 제외된 두 작품을 엄선하여 경매에 내놓게 된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 참고 : https://news.joins.com/article/23781914

 

여론의 반응은 두 분류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엄청난 미술품들의 가치를 국가의 도움도 일절 받지 않는 간송 재단이 감수하기엔 무리가 있다. 소유자와 보존력이 정확히 보장된다면 팔아도 된다.’라는 입장과 ‘전형필 선생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후대 경영의 폐해 아니냐.’ 라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간송 전형필의 올곧은 애국정신과 투철한 문화재 보존 의식에 박수를 보내던 터라 간송의 컬렉션 중 두 작품이 빠져나간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운 행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의 위상과 조금은 맞지 않는 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문화의 개발과 조사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간송 재단 또한 충분한 고심 끝에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일 것이기에 함부로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이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경매를 시작으로 각종 불상들이 차례로 경매에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술관 측의 입장대로라면 간송 미술관의 주 작품에서 벗어나는 여러 작품은 더 품격 있는 전시를 위해 판매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위대한 문화재 수집가 전형필 선생에게 큰 아픔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고 그의 정신에 어느 정도 위배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정부와 여러 문화재단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시민이 알고 있는 전형필 선생의 수집품들이 하나둘씩 흩어지게 된다면 문화재의 제대로 된 보존 여부도 미지수일 뿐만 아니라 전시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게 될지도 미지수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소중한 우리나라 역사의 산증인인 문화재들이 훼손되는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만큼 나라에 큰 손해를 끼치는 일이 있을까?

 

“예술만큼 세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예술만큼 확실하게 세상과 이어주는 것도 없다.” 괴테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예술품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몇 없는 기록 중 하나이다. (네이버 블로그 명언 인용 : http://memolog.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ingknight77&logNo=70083826894&parentCategoryNo=&categoryNo=&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List" target="_blank">http://memolog.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ingknight77&logNo=70083826894&parentCategoryNo=&categoryNo=&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List) 선조들의 지혜와 고양된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예술품을 통해 우리 후손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고,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간송 전형필은 문화예술과 역사의 중간다리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해낸 위인이다. 앞으로 그가 모은 수많은 보물이 그의 곁에 끝까지 남아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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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정보

이승아 기자

동탄국제고등학교 소속 미디어 경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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