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솔기의 국제칼럼]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통해 보는 세상 : 아름다워서 더욱더 아프다

지난 2018년 3월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국내에서 개봉했다. 당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영화 포스터로부터 풍겨 나오는 아름다운 색감과 배경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고, 나 또한 영화의 내용을 궁금해하기보단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매우 가벼운 마음을 갖고 영화를 시청했다. 하지만 왜일까, 영화를 다 보고 극장에서 나온 나는 왠지 모를 찝찝함과 무거운 기분이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디즈니랜드, 즉 올랜도 외곽에 위치한 모텔 ‘매직 캐슬’에 사는 빈민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매직 캐슬의 분홍색 외관은 플로리다의 맑고 아름다운 하늘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실상은 엘리베이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낡은 모텔이다. 주인공인 ‘무니’는 아직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엄마 ‘핼리’와 함께 매직 캐슬에서 단둘이 살아간다. 무니와 핼리는 부유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지만 나름 행복하게 살아간다.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핼리의 친구 애슐리에게서 공짜 음식을 받아 플로리다의 풍경을 즐기고 노래를 들으며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친구인 ‘스쿠티’와 ‘젠시’와 함께 디즈니랜드 외곽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걸을 해 조그마한 아이스크림을 셋이서 나눠 먹으며 작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일명 ‘소확행’을 느낀다.

 

하지만 무니의 주변에는 항상 불안정함과 위험이 존재하고, 이는 아이들의 정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어린아이들이 모여 놀고 있는 놀이터에 소아성애자로 추정되는 의심스러운 중년의 남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핼리는 무니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마리화나를 피운다. 심지어 같은 모텔에 장기투숙하고 있는 백발의 노인이 모텔 내 수영장에서 벌거벗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며 무니는 어린 아이가 입에 담을 것이라곤 상상하기 어려운 욕설을 마구 내뱉는다. 마땅한 직업이 없어 항상 방세 독촉에 시달리던 핼리는 향수를 길거리에서 싸게 파는 등 생계를 유지하려 여러 노력을 하다가 결국 매춘을 택하게 된다. 무니는 그 이후 별 이유도 모른 채 욕실에서 혼자 목욕을 하고, 처음 듣는 목소리의 남자가 방 안에서 엄마와 대화하는 것을 듣기도 한다.

 

무니와 핼리에게 시련은 계속해서 찾아온다. 애슐리는 핼리가 인터넷에 올린 매춘 관련 게시물을 보고 나선 핼리와 만나지도, 식당에서 공짜 음식을 주지도, 스쿠디가 무디와 놀게 허락하지도 않는다. 결국 누군가의 신고로 사회복지사들이 무니네를 찾아와 이 둘을 갈라놓으려고 한다. 무니는 핼리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하지만 국가에서는 핼리가 좋지 않은 엄마이고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하며 무니를 위탁가정에 데려가려고 한다. 사회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있는 무니와 핼리를 ‘복지’라는 이름으로 도우려고 하지만 무니는 사회 복지사의 손으로부터 도망쳐 친구 젠시와 함께 마법의 나라 디즈니랜드로 도망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과연 핼리를 좋은 엄마라고 할 수 있을까? ‘좋은 엄마’의 기준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아직 어린아이가 보고 경험하기엔 너무나도 거칠고 위험한 행동들을 하는 핼리에게 좋은 엄마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도우려고 했던 사회의 ‘복지’는 무니와 핼리에겐 맞지 않는 퍼즐이었다. 국가에선 나름대로 좋은 환경에서 무니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려 했겠지만, 무니에게 복지는 단지 사랑하는 엄마와 자신을 떼어놓는 유년의 상실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가난하고 안정적이지 못 한 생활 속에서도 환상을 꿈꾸며 긍정적이었던 무니는 복지라는 이름에 의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 체 아름다웠던 매직캐슬에서의 유년을 종료해야 했다. 이들의 생활이 불행했을진 몰라도 그들의 삶 자체는 아름다웠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무니와 젠시가 앉아 빵에 잼을 발라 먹으며 늘푸른나무에 관해 얘기하는 장면, 무지개 끝에는 문지기가 산다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등에서 느껴지는 아이들의 순수함은 플로리다의 핑크빛 하늘과 더불어져 더욱더 미적이고 아름답게만 다가온다. 정말 아름답다. 하지만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더 아프고 슬프다. 이별을 택해야만 했던 무니와 핼리, 그와 배경을 이루는 올랜도 외곽은 대조가 되어 우리의 감정을 부추긴다. 마치 우리가 환상으로만 보던 미국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조된다는 것을 의도한 장면과 같이 느껴진다.

 

아직도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는 무니와 같은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 나라에서는 복지라는 명목으로 이들을 치유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이들의 상처를 깊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는 필요하다. 무니가 후에 어른이 되어 또 다른 무니를 낳게 될 것이고, 점점 더 사회와 동떨어져 안정적인 삶을 살긴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복지는 더욱더 신중하고 조심히 다루어져야만 한다. 우리와 기준이 다른 사람들을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하기 위해선 그들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회가 취해야 할 복지의 형태가 무엇일지 더 많은 고민과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매직 킹덤이 만들어내는 꿈과 허상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제2의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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