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우의 교육 칼럼] 대한민국의 성인지 감수성, 이대로 괜찮은가

우리나라 성교육 개편의 필요성

 

최근 사회를 가장 빠르게 변화시킨 사건은 단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 측은 지난 9일 기준으로 검거된 피의자 221명 중에 10대가 65명으로 3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인용: http://www.segye.com/newsView/20200412513574)  나는 피의자 중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수가 많은 이유를 올바른 성교육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한 번쯤 학교 보건 선생님께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성교육 전문가라는 직업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성은 부끄럽고 민감한 주제로 다루어진다. 또한, 학업 중심적인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성교육을 위한 시간이 주기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학생들의 참여도 또한 현저하게 떨어진다. 올바른 성 가치관이 확립되어야 할 시기에 성교육의 부재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에 비해 독일에서는 성과 관련해서 충분한 책임 의식을 갖도록 가르치면서도, 성을 매우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다룬다. 성을 신비화하거나 은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성교육은 단순히 보건 교육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교육이다. (인용: 김누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2020), 해냄 출판사, 72쪽) 젠더 문제는 단순히 부끄럽고 말하기에 창피한 주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시민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꼭 논의되어야 하는 주제이다. 이것이 성교육을 정치교육이라 일컫는 이유이다. ‘Me too 운동‘이후에도 계속해서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피해자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인 교육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나 독일 등의 국가에서 실행되고 있는 성교육을 도입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개편된 교과서가 너무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하여 음란물과 같아 보인다는 의견들이 대표적인 주장이다. 나는 이 주장에 대해 이러한 반응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의 교과서에는 올바른 피임법, 성 인지 감수성의 개념과 필요성 등 어린 나이임에도 분명하게 알아야 하는 내용이 나타나있지 않다. 이러한 내용을 가리고 숨기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이 다른 매체를 통해서 잘못된 지식을 가지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성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성 인지 감수성의 신장이다. 성 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의 불평등을 감지하고 이것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성인지 감수성은 단순히 피해자의 감수성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 문제에 공감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감정이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다른 국가의 성교육 체계를 따라가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교육 체계에 분명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성 인지 감수성은 독일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비해 확연히 부족하다. n번방 사건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고 해결 대책을 강구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근본적인 성교육 개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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