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경의 광고 칼럼] 술을 광고하는데 ‘술 마시는 장면’이 없다

2020년부터 ‘술’ 광고에 ‘술 마시는 장면’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하물며 옥외광고에서도 자취를 감추었다. 보건복지부의 ‘음주 폐해 예방 실행계획’ 때문인데 보건복지부의 뜻은 이해가 되지만 ‘술 마시는 장면’을 금지하는 항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이 항목을 추가한 이유는 ‘술을 마시고 싶게끔 음주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인데 단지 술을 마시는 장면이 이 욕구를 자극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술을 마시는 장면보다 톡 쏘는 탄산, 컵에 맺힌 물방울을 보여주는 장면이 음주욕구를 치솟게 할 것이고 반대로 술을 마시는 장면은 그 욕구를  어느정도 해소해 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는 장면보다 술의 탄산과 시원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더 소비욕구를 자극한다.'는 주장에 근거로 '음식을 광고할 때 광고 시간이 짧게 주어지거나 매체가 인쇄물이라면 아트디렉터는 연예인이 음식을 먹는 장면을 빼고 상품의 색과 신선도를 최상으로 살려 광고물을 제작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예시. 맘스터치, 맥도날드 등 햄버거 가게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 가게들 ) 보건복지부의 생각대로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는 장면이 사람들의 소비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낸다면 아트디렉터들은 상품의 이미지가 작아지더라도 사람이 음식을 먹는 장면을 먼저 넣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음식을 먹는 장면보다 음식 자체의 장점을 살리는 게 소비를 끌어내는데 더 효과적이기에 많은 광고인이 시간이 짧게 주어지는 상황에서 두 장면 중 상품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장면을 선택한다.

 

결정적으로 이 주장은 대리만족이 뒷받침한다. 알기 쉽게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며 ‘먹방(먹는 방송)’을 즐겨 찾는 이유를 살펴보자. 우리는 먹방을 볼 때 음식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음식이 주는 소리와 색, 모습, 이전 경험으로부터 맛을 기억해내며 먹고 싶은 욕구로 휩싸이다가 마침내 ‘유튜버(youtuber)’가 음식을 먹는 부분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식욕을 해소하기에 다이어트를 하며 먹방을 찾는다. 정리하면, 음식을 먹는 장면보다는 음식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광고가 더 효과적으로 소비 욕구를 올리고 오히려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는 대리만족감이 들게 하여 소비 욕구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그런데 2020년부터 술 광고에선  술의 색, 톡 쏘는 시원함으로 당장이라도 소비자들이 술을 마시고 싶게끔 욕구를 자극하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부분을 금지하는 것은 욕구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을 사라지게 하는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전보다 소비자들은 술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이고 이것은 술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다른 사항들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까지 도달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다른 항목은 충분히 납득하지만, 이 항목은 보건복지부의 예상을 뒤집는 변수가 될 것이라 감히 지레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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