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EPL night] 맨유를 몰아세운 무리뉴의 전략

오랜만에 돌아온 EPL 30R에서 무리뉴의 토트넘은 중단 전까지 11경기 무패를 달리던 솔샤르의 맨유를 상대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되었으나 맨유가 사이드에서 빌드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게끔 몰아넣고 지역 방어를 바탕으로 철저히 막아낸 뒤 날카로운 역습을 보인 무리뉴의 전술은 리그 중단 전까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던 맨유를 몰아세웠다. 이 시간에는 무리뉴가 맨유를 상대로 최상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와 맨유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완벽하게 갖춰진 토트넘의 수비 밸런스

 

토트넘의 수비 밸런스는 완벽했다. 전반전, 토트넘은 오늘 경기에서 맨유에게 점유율을 내주되, 4-4-2 두 줄 수비와 지역 방어를 통해 패스를 끊어내고 빠른 카운터 어택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거에 초점을 두었고 이는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우선, 토트넘의 1선은 맨유의 3선을 적절히 때에 맞춰 압박하되. 최대한 2선에 있는 중앙 미드필더인 프레드와 맥토미니를 통한 공격 전개를 틀어막기 위해 노력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패스 길을 최대한 끊으려고 노력하되, 사이드에서 1차 패스를 전개할 수 있게 유도한 뒤, 사이드에 있는 제임스나 비사카에게 볼이 가면 재빠르게 윙어인 손흥민과 풀백인 벤 데이비스의 협력 수비와 더불어 중앙에서 시소코와 윙크스가 상황에 맞게 도움 수비를 가주면서 비사카와 제임스를 몰아세우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맨유는 사이드로 빌드업을 전개했을 때 윙어와 2선에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협력 수비를 오기 전까지 빠른 공격 템포를 유지하면서 창의적인 패스를 줄 수 있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시도 때도 없이 후방으로 내려와 1차 빌드업에 가담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문제점 또한 있었다.

 

우선, 수비 복귀가 너무 늦었고 빈 공간을 커버링해줄 선수도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맨유는 크로스 능력이 유독 떨어지는 오리에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맨유는 왼쪽 측면을 크게 위험하다고 여기지 않았기에 왼쪽 풀백인 루크 쇼가 2선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보일 정도로 높게 올라갔다. 이에 덧붙여, 토트넘은 2선과 3선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며 패스 길을 막고 2선 미드필더인 프레드와 맥토미니가 1차 빌드업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방해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맥과이어가 직접 볼을 몰고 1차 빌드업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래대로라면 맥토미니와 프레드 중 한 명이 왼쪽 측면과 센터백의 자리를 커버링해주는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래야만 역습 상황에서 쉽게 대처할 수 있다. 허나, 맥토미니와 프레드 둘 다 전방 압박에 가담했기 때문에 수비 숫자가 적을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이용해 *1다이어와 산체스가 적극적으로 클리어링을 시도하며 전방으로 볼을 걷어냈기 때문에 베르흐바인이 득점할 기회가 만들어졌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무리뉴의 전술 자체가 사이드로 상대를 몰아넣기 때문에 자연스레 반대쪽 측면에는 공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반전  *2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의 움직임을 보였을 때 실점 위기에 빠질 뻔했다는 점만이 이번 라운드 토트넘 수비의 유일한 약점이라 평가할 수 있다.

 

*1이 경기에서 토트넘의 센터백 듀오 다이어와 산체스는 각각 클리어링 9회, 7회를 하며 맨유의 수비 라인을 낮춤과 베르흐베인, 손흥민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카운터 어택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보였고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2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Overload to isolate) : 농구의 공격 상황에서 자주 사용하는 공격 전술로, 좌측과 우측 중 한쪽으로 과부하를 시켜 몰리게 한 뒤, 반대편 터치라인에 1대1 돌파에 능한 선수를 배치해 상대 풀백과 1대1 상황을 만들어주는 전술적 움직임이다.

 

 

솔샤르의 교체 작전 성공

 

우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후반전에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선 전반전에 보인 문제점을 고쳐야만 했다. 앞서 말했듯,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선 센터백과 레프트백이 공격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에 2선 중앙 미드필더가 커버링하는 움직임을 가져감으로써 수비 라인을 유지하고 보호해줘야만 전반전과 같은 실점이 되풀이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리뉴의 4-4-2 두 줄 수비를 뜷어내기 위해선 브루노가 좀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끔 수비적인 부담을 덜어줘야했고, 공격 템포를 조절하고 브루노와 함께 창의적인 패스를 해줄 선수가 절실히 필요했던 맨유이다.

 

그를 위해 솔샤르는 전술에 변화를 주었는데  2선 미드필더인 맥토미니와 프레드 중 한 명이 1차 빌드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브루노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었고 전반전과 같이 적극적인 압박보단 수비 라인 유지와 보호에 힘썼다. 그 덕에,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최대한 박스 근처에서 머무르며 좀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그리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기 위해 솔샤르는 그린우드와 이갈로, 포그바라는 3명의 교체 카드를 사용한다.  우선, 포그바는 왼쪽에서 메짤라의 움직임을 가져가며  브루노와 함께 창의적이고 정확한 패스 워크를 선보이며 공격 기회를 창출해냈고, 유독 빨랐던 공격 템포를 조절하기 위해 볼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점유하면서 득점 기회를 엿봤고,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PK까지 유도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갈로의 투입으로 롱볼을 통한 공격 전개 방식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토트넘은 더 이상 박스 안에서 버티고 있는 이갈로를 혼자 내버려둘 수 없었던 노릇이었다. 그래서 더이상 맨유를 사이드로 몰아넣은 뒤 협력 수비로 볼을 탈취해내는 무리뉴의 전술은 순순히 먹혀들어가진 않았고 그 후 포그바와 브루노는 최상의 호흡을 보일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비 강화를 위해 마티치와 바이의 투입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며 프레드와 맥토미니가 공격 쪽으로도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왔다.

 

주관적 경기 총평

 

무리뉴가 2선과 3선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며 맨유를 사이드로 전개를 하게끔 유도하여 협력 수비로 볼을 탈취하고 난 뒤 공격진의 재빠른 발을 이용한 카운터 어택은 인상적이었다. 다만, 라멜라가 수비적인 부분에서 큰 공헌을 해줬으나 2선에서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과 경기 템포를 죽인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비사카에게 1대1 정면 승부를 걸기보단, 박스 안쪽으로 돌아가는 판단과 침착한 드리블링과 패스는 안정적이였다. 수비적인 부분에도 큰 기여를 했는데, 팀원들과의 협력 수비를 통해 비사카와 제임스를 철저히 압박하며 볼을 탈취해내는 움직임은 맨유를 당황시키는데 충분했고, 시소코는 중원에 안정감을 더해주며 맨유의 많은 공격을 막아냈다. 

 

다이어가 센터백으로 나서면서 맨유의 수비 라인을 낮추게끔 하거나, 위협적인 역습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클리어링과 안정적인 수비를 도모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맨유는 우측면 활용이 아쉬웠다.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우측면으로 자주 움직여주며 최대한 살릴려는 노력을 보였으나 제임스와 비사카의 크로스는 여전히 아쉬웠고, 대부분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트를 보일 때만 위협적이었다.  베르흐베인과 오리에가 중앙으로 좁혀들어갈 것을 알았기 때문에 루크 쇼와 맥과이어를 높게 올렸을 때 공격 숫자에서 우위를 점할 수는 있겠으나, 이 공간을 마티치를 기용하였다면 수비 라인이 안정되면서 적극적인 커버링을 통해 무실점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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