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가입 목적이 '취재'였다면 정당화될 수 있는가?

언론윤리 위반에 대한 윤리적 쟁점

 

 

방송피디에 관심많은 나는 생활과 윤리 수업에 언론윤리에 대한 논쟁들을 조사하면서 최근 발생한 방송국 기자의 텔레그램 '박사방' 가입 논란을 윤리적 관점에서 살펴봤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가입비 명목으로 돈을 보낸 MBC 기자가 있었다. 그는 취재목적으로 '박사방'에 들어가려고 돈을 보냈지만 '박사방'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MBC는 취재목적이 분명치 않다며 취업규칙 위반으로 해고시켰다. 경찰은 기자의 가입 목적이 '성 착취물 관전'인지 '취재'인지 조사하고 있다.

만일 기자가 취재목적으로 '박사방'에 가입한 게 맞다면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윤리학적으로 세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먼저 칸트처럼 '의무론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들은 기자의 행동은 잘못됐다고 볼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거짓말은 나쁜 것이고 기자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옳은 일을 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며 어떤 행동은 언제나 옳고 어떤 행동은 언제나 그르다는 것이 의무론적 윤리관의 내용이다.

 


반면 마키아벨리나 존 듀이처럼 '목적론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은 기자의 행동이 옳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취재를 위해 신분을 속인 거짓말은 나쁘지만 이를 통해 박사방의 실체를 알릴 수 있었다면 그 결과는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목적론적 윤리'는 상대적이며 어떤 행동이 윤리적이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행동 자체가 아니라 행동의 결과라고 보는 관점이다. 주로 경영이나 언론분야에서 많이 쓰인다고 한다.

 

존 스튜어트 밀처럼 '상황윤리'에 충실한 사람들은 좀더 구체적인 상황을 지켜봐야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에 설것이다. "상황 윤리'는 윤리적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행동과 행동의 결과가 똑같이 중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가지 관점 가운데 여러분은 어떤 입장이 더 설득력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행동과 행동의 결과를 똑같이 중시하는 존 스튜어트 밀의 상황윤리에 입각해 기자의 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신분을 속인 기자의 행동은 거짓말이었고, 조주빈에게 돈을 보낸 행동의 결과 성폭행 희생자들에게 고통을 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보는 뉴스가 생산되기까지 다양한 취재윤리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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