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현의 정치 칼럼 2] 행정수도 이전과 균형 발전

바람직한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

필자는 몇 년 전 중학교 시절 한 사립고인 M 학교에서 진행하는 캠프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나에게 그 당시는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여기에서는 여러 일화 중 극히 일부분인 하나를 풀어보고자 한다. 그때 나는 강남 대치에서 왔다는, 한 아이와 같은 조가 되어 토론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갑자기, 몇 분이고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더란다.

 

“너 어디에서 왔다고 했지? (대답을 듣고) 거기 시골 아니야? 거기 이마트는 있어? 베라는? CGV는 있어? 그리고 또…”

 

매우 유감스럽게도, 그 아이의 말에는 서울이 최고라는, 그런 인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세세한 부분에서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단지 이 아이만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것들 가운데, 객관적인 요소들만 따져 보아도 현재 한국에서 서울을 따라올 곳은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이 약 2,000만 명 인구의 수도권 밀집과 현재의 지속적인 집값 상승 문제 등을 불러온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이 시점에 연일 보도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를 보며, 필자는 이러한 생각으로 몇 년 전 기억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고, 지금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은, 당시 필자가 그 아이를 보며 ‘아, 얼른 균형 발전이 이루어져서 저런 말이 안 들려야 할 텐데.’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을, ‘부동산 문제’라는 적절한 계기를 바탕으로 텍스트로 옮겨 적게 된 글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꽤 간단하다. 국토의 균형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해법으로써의 역할을 필두로, 국토의 균형 발전은 여러 해답을 안겨줄 수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상식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가자. 모든 경제 현상에는 일반적으로 ‘수요-공급 법칙’이라는 것이 통용된다. 어떤 재화든 상관없이,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적정 가격이라는 것은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의 교차점에서 형성된다. 이러한 경향은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즉 서울권 주택의 공급을 늘리든지, 수도권 주택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이 해결 방안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전자의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정책은 신도시 조성, 그린벨트 해제와 같은 방법으로 주택을 추가 공급하거나, 다주택자의 주택 소유를 제한해 집이 없는 이들에게 매물이 더 잘 공급되도록 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후자의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토의 균형 발전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인프라 차이이다. 서울에 집중된 인프라. 인프라의 측면에서, 서울에는 없는 게 없다. 인프라는 영어 ‘infrastructure’에서 유래한 말로, 본래는 항만・도로・철도・발전소・통신 시설 등 생활의 기반이 되는 건설 구조물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는 그 의미가 확대되어, 일반적으로 뉴스 등에서 ‘인프라’라는 용어는 교육・문화・보건・의료・복지 등 사회의 기본이 되는 각 분야를 구성하는 시설이나 체계를 일컫는 데 사용된다. 서울권에 있는 상위 대학들, 많은 대학병원, 수많은 무역 및 금융회사, 수도권에 집중된 전철과 고속철도 등의 교통망 등, 우리는 인프라의 차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토의 균형 발전은 국가 전역의 인프라를 수도권 수준으로 확충시킴으로써 서울에 집중된 인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적합한 국가 발전 전략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주장도 국토의 균형 발전과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현시점에서 논의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주장은 7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시작되었다. 김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등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하며 이러한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 수도권에의 집중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인용: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1700/article/584298_32510.html) 또 당일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하에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렸는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는 100여 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구상을 보고했다고 한다. (인용: http://m.newspim.com/news/view/20200720000643) 이후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박병석 국회의장,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자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의 행정수도 추진 찬성 의견이 연일 보도되었고, 여당에서 구성된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TF)’의 첫 활동과 국회 차원의 ‘행정수도이전특별위원회’ 제안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인용: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00728/102183051/1?ref=main) 이는 비록 부동산 위기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자 국면 전환용으로 내놓은 주장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렇게 국토 균형 발전의 관점에서 행정수도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필자가 우려되는 점은, 세종은 이미 한 번 정부세종청사 등 일부 공공기관이 옮겨간 전력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입지는 휴전선 이남의 위치상 국토 한가운데에 있는 세종이 적합할 수 있지만, 세종으로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다음의 논의가 없다면, 이번 행정수도 이전 논의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 속에서, 이번 논의가 수도권의 집값 안정이 아니라 세종의 집값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행정수도 이전 자체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참고: fnnews.com/news/202007270832540934)

 

이에 대해 필자는 단순히 행정수도 이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번 논의를 앞으로 국가 균형 발전의 대전략을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는 충청권, 강원권, 전라권, 경상권 등 각 지역에 맞는 개발 특화 전략과 지방 분권 등 인프라 확충의 측면에서 열띤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 분야에서는 국립대학 네트워크화를 필두로 하는 장기적인 대학 평준화 전략 수립이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국토의 균형 발전은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함으로써 부동산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국가 발전의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는 대전략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지역적 한계 없이 한국의 우수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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