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진의 영화 칼럼] 할리우드의 동양인들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의 역할은 한정되어 있으며 백인이나 흑인보다 비중이 매우 작다. 남캘리포니아대 애넌버그 혁신연구소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화, 드라마 등에서 동양인의 비중은 5.1% 정도였으며, 절반 이상은 동양인들을 아예 출연시키지도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몇몇 영화는 동양인 인물을 백인 배우로 대신하는 화이트 워싱을 하거나 백인 배우와 임금에 차이를 두는 등의 차별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 만화인 ‘공각기동대’의 영화화에서 일본인 주인공을 백인 배우로 대체하고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티베트임을 백인 배우로 대체하였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사람들의 화이트 워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만화를 원작으로 한 ‘헬보이’에서 백인 배우가 동양인 인물을 대신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거세져 배우가 자진하여 영화에서 하차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화이트 워싱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도 문제이다. 미국 드라마 ‘하와이 파이브 오’의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킴과 그레이스 박은 시리즈에서 하차하였다. 방송사가 그들에게 백인 배우 주연들에 비해 10-15% 낮은 계약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백인 배우들과 동등한 요금을 요구하였지만 방송사는 거절하였고, 결국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동양인은 주로 무술을 잘하는 사람, 괴짜(웃긴 역할), 모범생 등으로만 등장한다. 과거에는 이소룡과 성룡이, 최근에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치루트 임웨, ‘센스 8’의 선이 무술인으로 등장하였다. 또한,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코트니 크림슨과 같이 모범생이며 학업에 엄청나게 열중한 인물로 그려졌다. 영화 ‘메이즈 러너’에서 민호 역을 맡은 이기홍은 “아시아계 배우에게는 늘 적은 대사에 작은 역할만 주어진다. 상점 주인이나 네일 살롱에서 일하는 여성, IT 업계에서 일하는 남자를 연기하길 원한다면 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며 아시아계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주어지는 한정된 역할에 대해 토로하였다.  (자료 출처(인용): https://rewview.co.kr/magazine_detail.php?magazine_idx=4294966421)

 

 
이와 반대로 ‘아시안 어거스트’라고 불렸던 2018년 8월에 개봉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서치’, ‘크레

이지 리치 아시안’은 모두 아시아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역할을 선보였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남자들에게’는 한국계 가정의 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로맨스 영화를 그려내어 호평을 받았다. ‘서치’는 한국계 중산층 가정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영화 내에서 인종적인 특징을 내세운 표현 없이 평범한 아버지를 그려낸 것이 특징적이다. ‘서치’의 주연 배우인 존 조는 “<서치>는 아시아계 가족, 그중에서도 한국계 가정을 특정해 다루지만 그 설정은 이야기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종차별 타파의 최종단계를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자료 출처(인용): http://www.kocca.kr/n_content/vol10/vol10_16.pdf)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할리우드에서 ‘조이 럭 클럽’ 이후 25년 만에 주연, 조연 모두 동양인인 영화로 ‘크레이지’ 할 정도로 부자인 아시아인을 주인공으로 하였다. 이런 특징은 관객들에게 참신하게 다가왔으며 아시아계 영화인의 흥행을 기원하며 상영관의 표를 사들이는 #Goldopen 운동이 일어나며 미국에서는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는 하는 엄청난 흥행을 거두었다. 이 영화들을 통해 아시아계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동양인을 대하는 미디어의 태도가 많이 변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인에게 특정 역할을 부여하는 이유는 관객과 영화인들의 동양인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사라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특정 인종에게 특정 역할만 부여하는 것과 백인을 주인공으로 세워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헬보이’처럼 사람들이 앞장서서 차별을 막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으며, 제작자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이미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언제쯤 할리우드에서 인종에 대한 차별이 사라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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