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윤의 독서 칼럼] 다름을 사랑하는 방법

'우아한 거짓말'-김려령 작가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첫 페이지에 한 문구만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처음부터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별한 삽화가 있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작품에 빠져들 듯, 어느 순간 나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었다. 섣불리 말할 수 없는 한 소녀의 죽음 앞에서 소녀의 가족과 친구들, 그 주변을 둘러싼 여러 인물의 모습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짐작이 가면서도 잘 모르겠는,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와 첫째인 만지와 살고 있는 둘째 천지는 다를 게 없는 날, 갑작스레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결정을 내린다. 평소에 착하고 순진하기만 했던 천지가 자살했다는 말을 들은 가족은 충격을 받는다. 그 이후 천지의 죽음에는 필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원인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특히 만지는 천지의 단짝이라고 했던 화연과 천지와 알고 지낸 사이였던 옆집 아저씨 오대오, 천지를 도와주었지만 어느 순간 차가워진 같은 반 친구 미라 등등 천지와 관계돼있는 사람들을 만나며 천지가 죽어야 했던 이유를 찾는다. 결국 천지가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만지는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무능한 언니였음을 후회하며, 누군가가 원인이 아니라 천지 곁에 있었던 모든 사람이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은근슬쩍 괴롭혔던 화연과 방관자인 반 친구들, 천지를 만나고도 위로해주지 못한 오대오 아저씨의 행동이 천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주된 원인인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나는 읽으면서 진정한 원인은 ‘가족의 무관심’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언니 둘 다 천지와 같은 성격이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엄마와 언니, 그리고 천지는 달랐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같이 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상황이 왔을 때, 만지는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다닐 수 있었지만 천지는 그럴 수 없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중간에 천지가 엄마와 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이 나온다. 천지는 아이들이 자기만 술래 시킨다고, 같이 놀 친구가 없으면 어떡하냐고 묻는다. 그의 대한 엄마와 언니의 답은 “그럼 하지 마”였다. 천지가 원한 대답은 심드렁한 대답이 아니었다. 해결책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정성 그리고 관심, 그거면 충분한 대답이었다. 천지는 피곤할 정도로 속이 깊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의 속을 이해하지 못한 엄마와 언니의 행동이 천지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만든 주된 원인은 아니었을까?

 

 

쉽게 누군가의 탓이라고 결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복합적인 원인 안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를 알아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천지와 같은 아이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엄마와 언니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그들이 천지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천지 또한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족의 모습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보다 자신의 일에 치중하면서 가족에게는 소홀히 하는, 무관심하며 사랑이 없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가족에 속한 각각의 개인은 부모님이나 자녀의 역할이 있기 전에 한 명의 사람이다. 사람은 똑같을 수 없기 때문에 다름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가족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점에 관심을 두며 '다름을 사랑해줄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른 누구보다 가족의 다름을 알고 사랑했었는지, 이 책을 읽어보며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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