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담의 범죄예방 칼럼] 범죄의 원인 분석과 유전연구에 대하여

최근 미디어를 통해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수많은 범죄 사건들이 대중들에게 전달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과 사회적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사회의 안정을 이루기 위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범죄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범죄의 유전 여부에 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종교적 관점에서 해석하려 했던 초기 중세 시대에는 악마나 귀신같은 초자연적인 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부모의 자녀 역시도 똑같은 악마로 취급되었고 이들 역시 같은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여겨졌으며 이로 인해 마녀사냥 같은 비합리적이고 가혹한 처벌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의 영향으로 결정론적 경험론과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범죄 원인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시작되면서 이러한 인식은 범죄의 유전에 대한 연구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현대 범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롭브로소는 범죄의 원인이 선천적으로 변하지 않는 신체적 특성에 있다고 바라보고 범죄자와 비범죄자의 두개골을 비교하였는데, 범죄자의 두개골에서 이상이 더 많았음을 발견하였다. 이 연구는 환경의 원인을 배제하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범죄의 원인을 실증적으로 검증하려 한데 큰 의미를 가지는 연구였다. 또한 덕데일이라는 사람은 쥬크 가의 천여 명의 후손을 추적 조사하여 범죄는 유전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로 인해 우생학적 관점으로 강제 불임 수술 등 비인간적인 정책이 실현되어 비극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현대에는 유전과 환경 등 범죄의 복합적 요소에서 유전의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연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그 대표적인 연구로 쌍둥이 연구와 입양아 연구가 있다. 영국의 갈튼과 독일의 랑게가 처음 범죄 원인 연구에 도입한 쌍둥이 연구는 일란성 13쌍 이란성 17쌍 등 총 30쌍의 성인 남성 쌍둥이의 범죄일치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일란성쌍둥이는 10쌍 이란성 쌍둥이는 2쌍의 범죄성이 일치하였고 이를 통해 범죄 유전적 영향력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입양아 연구는 범죄자 중에서 양자인 경우를 조사하여 실제 아버지와 양아버지의 범죄성을 비교하여 실제 범죄성이 있는 친아버지를 둔 양자의 범죄율과 범죄성이 있는 양아버지 밑에서 자란 양자의 범죄율을 비교하는 연구이다. 이 방법은 허칭스와 매드닉이라는 사람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는데 조사 결과 생부가 전과기록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범죄율이 10% 높으며 범죄입양아의 생부 범죄 비율이 양부 범죄 비율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또한 실제 아버지와 양아버지가 모두 전과가 있는 경우 아이의 범죄율이 가장 높게 나왔는데 이는 범죄에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에는 범죄의 유전요인에 대한 분자적 접근도 시도하고 있는데, 익명의 범죄자 집단을 연구한 결과, MAO-A 모노아민 산화 효소를 관리하는 특정한 유전자가 다르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유전자는 모노아민 산화 효소의 활동을 방해하고 이 것의 활동이 낮은 사람은 반사회적 성향이 강해진다. 특히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사람이 모노아민 산화 효소의 활동이 적다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도파민을 조정하는 유전자 역시 범죄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파민은 특정 활동으로부터 성취감을 느끼거나 만족할 때 발생하는 물질인데, 이를 수용하는 수용기 중에 DRD 2와 DRD 4가 많은 경우 위험한 행동 즉,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침착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세라토닌의 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우울감과 성급함도 범죄의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테스토스테론도 뇌에 유입됬됐을 때 세라토닌과 도파민에 영향을 주어 범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유전과 환경 중 어느 것이 범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범죄의 발생에는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모두 상당한 이유로 작용한다는 것이며 범죄에 이런 상당한 이유가 존재한다면 범죄의 예방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의 원인을 단순히 생물학적 관점에 국한한다면 이는 우생학적 관점으로 이어져 범죄예방을 이유로 수많은 비인간적인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범죄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인 권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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