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윤의 여행지리 칼럼] 의미 있는 여행, 다크투어리즘

다크투어리즘. 누군가의 기억을 위해, 우리의 평화를 위해

여행이란 무엇일까.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활동, 또는 노동에 대한 자신만을 위한 보상으로 보통 여겨진다. 나를 위한 여행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필자가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다크 투어리즘이다. 다크투어리즘이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 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냥 여행하기도 힘든 요즘 시기에 그런 곳을 가서 시간 낭비를 해야 하나?' 다크 투어리즘의 의미를 좀 더 깊게 살펴보면서 우리가 왜 다크 투어리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런 여행을 해봐야 하는지 알아보자.

 

 

"우리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전 세계의 역사 속 언제나 항상 흥했던 나라는 없었다. 지금 또한 없고 어느 나라든 아픈 역사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나라가 이런 아픈 역사를 무조건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 혹은 그 건물을 남겨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왜 그런 것일까? 슬픈 역사라고 하더라도 기억할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위 사진의 경우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이 갇혀 살았던 아우슈비츠의 비르 케아누 수용소이다. 독일이 어쩌면 부끄러울 수 있는 역사적 건물을 남겨둔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폴란드 남부에 있다. 아우슈비츠의 현재 지명은 오시비엥침) 특정 종교 인류를 학살한다는 것은 분명히 비인도적인 행위로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사건이다. 이 사건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면서도 꾸준히 반성하고 미래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크투어를 통해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평화로운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이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의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이다. 임진각은 분단과 냉전의 상징으로써 휴전 관계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받는 위치에 있다. 이런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런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파주시는 이곳에 평화공원을 조성하였다. 평화누리 공원은 캠핑장, 수상 카페, 대형 야외 공연장 등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약 3,000여 개의 바람개비가 있는 '바람의 언덕'이다. 바람개비는 문학적으로, 일반적으로 동심, 순수, 평화 등을 의미한다. 전쟁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평화라는 밝은 단어로 승화시켜 평화를 체험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한 평화누리 공원의 의의를 잘 담은 것 같다. 물론 또한 다크투어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이곳에 '국립 6.25 납북자 기념관'이 세워져 있고 평화와 통일에 관련된 행사나 프로그램들이 연중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곳 납북자 기념관에는 납북의 배경과 납북에 대한 과정 등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납북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해보면서 미래에는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크투어의 의미를 잘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크 투어리즘의 대표적인 장소는?"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있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광복절이 되는 날이면 항상 사람이 붐볐다. 유관순, 김구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에서 고문을 많이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는 가보지 못하였지만 이곳 안에서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이 당했던 고문을 체험할 수도 있고 역사해설가가 상주하고 있어 시간별로 해설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절이나 3.1 절에 많은 행사가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쉬는 날에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의미 있는 여행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국외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 위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를 소개하고 싶다. 이곳은 미국의 9.11 테러 현장으로 약 3,000여 명의 사상자가 나온 곳으로 '그라운드 제로'라는 단어 자체가 본래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이나 피폭 중심지를 뜻하는 군사용어인데 9.11테러 이후 세계무역센터에서 붕괴 지점을 뜻하는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국립 9.11 테러 메모리얼 & 박물관이 세워지면서 내부에 테러 이후 상처가 가득한 철근들이 전시되고 있고 실종자들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등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전시물들이 많이 즐비해 있다. 꽤 최근의 테러 사건이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다크투어를 계획한다면 이곳을 빼놓을 수 없다.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것 자체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여행이고 그 나라의 역사와 같은 배경지식이 꽤 필요한 여행이다. 그렇지만 일반 여행과는 달리 다크 투어리즘만의 여행의 기분이 있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다크 투어리즘에 더 관심을 두고 다크투어를 계획해보면서 전쟁 희생자들의 쓰라린 아픔을 공감하고 세계 시민으로써 자신이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어떻게 평화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볼 기회를 꼭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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