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의 독서 칼럼] 익숙한 그 책, 우리 어디서 만나지 않았나요

 

 

2014년 1월, 아직 찬 바람이 쌩쌩 불 무렵에 엄마와 서점에 갔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제목을 보는 순간 엄마에게 저 책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저 책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이 보던 책이란 말이야.” 그 당시 배우 김수현이 나오는 드라마에 푹 빠져 있던 저자는 작품 중 인물인 도민준이 읽던 책을 샀다. 저자와 같이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지 2009년에 출간돼 2013년까지 10,000부가량 판매되었던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드라마에 노출된 이후 2014년 6월까지 약 25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과 같은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 홍보 효과를 얻어 주목을 받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미디어셀러’라고 한다. 저자는 미디어셀러로 등극한 도서와 그의 장단점을 알아보려 한다.

 

 

2018년 11월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SKY 캐슬>, 탄탄한 스토리와 매회 반전을 거듭하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력을 끌어냈다. 입시 논술을 위해 결성된 스카이캐슬 입주민들의 독서 모임 ‘옴파로스’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독서 토론 선정 도서로 등장시켰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이 두 책은 <SKY 캐슬>에 방송에 노출된 이후 한 달간 판매량이 각각 10%, 1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인용 : https://blog.naver.com/thepolestar01?Redirect=Log&logNo=221445364076)

 

 

같은 2018년 12월에 방영된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서는 한 시집이 김진혁(박보검 분)과 차수현(송혜교 분)의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매개체로 등장한 후 시청자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미디어셀러로 등극했다. 그 시집은 바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시집이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6위를 기록했으며, 시·에세이 부문에서는 2위를 달렸다고 한다.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지난 2015년 출간 당시보다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참고 :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11401032939179001)

 

 

2018년 4월 tvN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은 인적이 드문 숲속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 소지섭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소지섭은 식사 후 편안한 자세로 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소지섭이 읽은 도서로 화제를 모은 사노 요코의 <죽는 게 뭐라고>도 미디어셀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방송 다음 날 예스24에서만 1천 부 가까이 팔려 주요 서점에서 시·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16위에 올랐다. (참고 : http://ch.yes24.com/Article/View/36131)

 

이처럼 시청자들은 미디어에 노출된 책에 관심이 있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셀러는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특히 낮은 독서율을 가진 대한민국에서는 사람들에게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는 출판 불황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출판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미디어셀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미디어에서 소개된 책들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독차지하면서 일각에서는 자연스러운 독서 수요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독서 편식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있다. 게다가 PPL이 가능한 대형출판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출판계의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참고 :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128211724)

 

 

요즘에는 미디어셀러에 이어 아이돌이 읽은 도서를 직접 추천하는 ‘아이돌셀러’ 또한 유행이다. 물론 이것들은 우리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는 견인차 같은 역할을 하지만 점차 책의 주도권이 상실해가는 것은 사실이다. 미디어셀러를 통해 독자는 공감되는 인생 책을 발견할 수도, 미디어에 속아 재미도 감동도 잃고 돈만 날리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물론 그 판단은 미디어 시청자와 책을 구매하는 독자의 몫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출판계와 방송계, 시청자와 독자 모두가 올바른 선택과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1인당 독서율이 줄어드는 시대에 여러 도서를 접해보며 진정한 도서의 의미를 찾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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