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의 EPL Night] 실패한 중원 조합과 불안한 빌드업

20-21 EPL 2R 맨유vs크리스탈 팰리스 리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부터 지적받아온 문제점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크리스탈 팰리스와 맞섰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가며 팰리스를 뒤로 물러나게끔 몰아붙였으나 의미 없는 백패스만을 반복했고 이는 팰리스의 1선이 볼을 뻇어낸 뒤, 역습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맨유는 그만큼의 점유율을 가져갔음에도 17번의 슈팅 중 4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고 기대 득점 수치 1.1골을 기록한 한편, 점유율을 내준 팰리스는 총 14번의 슈팅 중 5번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며 기대 득점 1.9골이라는 수치을 기록했다. 이 단 2가지의 수치만 봐도 불필요한 공격만을 반복했고, 오히려 팰리스의 공격보다 퀄리티가 낮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뿐이다. 

 

맨유는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적인 부분에서도 약점을 노출했다. 필자는 솔샤르가 가장 크게 실수를 했다고 여기는 부분인데, 포그바와 브루노가 공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마티치를 기용하지 않았고 마티치를 대신해 맥토미니를 투입했다. 문제는, 맥토미니를 박스 투 박스가 아닌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야 포그바와 브루노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 맥토미니는 홀딩 미드필더로 나섰을 때 포지셔닝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하다는 점에서 맥토미니를 기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하나도 없었다. 

 

오늘의 'EPL night'에선 맨유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하나씩 살펴보기 전에, 맨유의 후방 빌드업 과정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팰리스의 4-4-2 두 줄 블록 수비에 막힌 맨유의 공격

 

맨유는 76 : 24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갔듯, 많은 패스를 시도하며 후방 빌드업을 전개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후방 빌드업을 전개할 때 4-2-3-1에서 3-2-5와 같은 대형이 형성하는데  포수-멘사(RB)을 중앙으로 좁혀 3백의 형태를 갖췄다. 기존처럼 마티치가 출장했다면, 왼쪽 센터백 자리에 마티치가 위치해있을 터이지만 출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수- 멘사가 3번쨰 센터백 역할을 대신했다.

 

 수비 라인 앞에 위치한 맥토미니(CM), 포그바(CM)는 수비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아 투볼란테를 이뤘고 그 앞에 브루노(CAM)가 2선과 3선에 위치하며 양 사이드에 있는 제임스(RW)와 루크 쇼(LB)은 터치 라인에 가깝게 위치해 전진했다. 이때 브루노는 중앙과 오른쪽으로 움직임을 가져가고 포그바는 왼쪽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며 맥토미니가 3백 앞에 위치한다. 

 

상황에 따라, 맥토미니(CM)와 포그바(CM) 중 한 명의 미드필더는 좀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을 전개했고 이에 따라 매과이어(CB), 린델로프(CB), 포수-멘사(RB), 맥토미니 or 포그바(CM) 4명이 다이아몬드로 구성하여 빌드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측면으로 전개한 이유는 크리스탈 팰리스는 4-4-2 포메이션을 꺼내든 것이다. 위 자료를 참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유(ST)와 자하(ST)는 맥토미니(CM)와 포그바(CM) 둘 중 한 명 혹은 둘 다 마킹했기 때문에 빌드업 리더인 매과이어가 중앙으로 볼을 연결했을 때, 팰리스의 1선이 맨유의 3선으로 연결된 볼을 탈취해내기 쉬웠다. 따라서 측면으로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이유로 맨유가 왼쪽 측면으로 전개한다고 가정해보자.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루크 쇼(LB)은 전방으로 볼을 전개해야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양 사이드에 있는 선수는 터치 라인에 가까운 위치에 서있었기 때문에 타운젠드(RM)와 맥아더(CM), 워드(RB)까지 3명의 선수가 동시에 쇼를 압박하러 가는 시간이 충분했고 때문에 맥토미니(CM)가 볼을 받으러 올라가준다고 해도 맥토미니 또한 맥아더가 압박을 가했기 때문에 결국 백패스를 하며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크리스탈 팰리스의 두 줄 수비를 뜷기 위해선 맨유가 어떤 전술을 , 또는 어떤 움직임을 가져가야만했는가? 두 줄 수비를 뜷기 위해서 사용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프 스페이스(half space)공간을 활용하가나,

빠른 사이드 체인지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있고, 롱볼을 통해 빠르게 역습하는 방법도 있다.

 

하프 스페이스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없었다. 현대 축구에서 하프 스페이스의 전술적 중요성은 엄청나기 때문에, 크리스탈 팰리스는 442 포메이션을 통해 중앙을 뚫리지 않으면서 이 지역을 방어했고, 맨유는 반대로 그 공간을 노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위에서도 루크 쇼에게 압박을 가했듯이,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하프 스페이스에 위치했을 떄 순간적으로 여러 사람이 온더볼 상태의 선수를 압박하기 때문에 쉽게 전진할 수 없었기에 이 방식도 포기해야한다. 

 

그렇다면 롱볼을 통해 전개하는 방식을 떠올릴 수 있다. 주로 롱패스를 자주 뿌리는 매과이어가 전방으로 롱볼을 연결한다고 가정했을 때, 마샬은 경기당 공중볼 경합이 0.6개 이며, 래쉬포드는 경기당 공중볼 경합 횟수가 0.7개이다. 심지어, 크리스탈 팰리스 수비진들은 대부분 키가 크며 *포백의 작년 경기당 공중볼 경합 횟수를 보면 2.5개, 1.9개. 1.2개이다. 

 

이 이외에도, 게리 케이힐(3.5개), 제임스 톰킨스(3.3개)등 높이와 공중볼 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되어있다. 즉, 롱볼을 통해 전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맨유가 베스트 라인업으로 꺼내 든 선수로는 공격을 전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미첼은 작년부터 크리스탈 팰리스에 뛰었고, 지난 시즌 2경기만을 뛰었기에 집계하지 않았다.

 

포그바-맥토미니 조합은 실패했다.

 

이처럼 포그바와 맥토미니를 투볼란테로 둔 상태에서 공격은 전개될 수 없었다. 만약, 공격만 문제였을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지난 19-20 시즌이 마무리된 후, 불안정한 빌드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마티치와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는 홀딩 미드필더의 역할은 지나칠 정도로 중요하다고 언급했었고 맥토미니는 마티치를 대체할 수 없고 수비 시에는 오히려 불안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오늘이 딱 그랬고, 그 불안을 현실화시켜줬다. 맥토미니는 마티치와 같은 위치에서 위험 지역에서 3개의 턴오버를 범했으며 안정적으로 지켜내지도 못했다.  

 

하지만, 프레드와 뛰었을 때와 달리 포그바는 오른쪽 볼란테에 위치했지만 좌측에서 움직임을 가져갔고, 프레드보다 좀 더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하기를 선호하는 포그바였기 때문에, 이러한 간단한 문제는 수비진이 붕괴되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3실점을 하며 패배했다. 

 

 

 

이 과정에서 포수-멘사(RB)이 언더래핑을 시도하기 위해서 올라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오른쪽 측면 공간이 빌 수밖에 없게 되고 린델로프는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센터백과 센터백 사이에 공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맥토미니는 양 센터백 사이에 위치했어야했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홀딩 역할에 맞지 않았던 맥토미니는 센터백과 센터백 사이에 위치해 포수-멘사가 언더래핑을 하는 움직임을 가져간 상황에서 커버링하는 움직임을 가져갔어야만했다. 하지만 맥토미니는 공격수들 사이에 위치해있었고 애초에 맥토미니는 박스 투 박스처럼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뛰어다니며 움직임을 가져갔을 때 위협적인 선수인 만큼,  빠른 커버링을 들어갈 수 없었다.

 

빠른 스피드와 피지컬로 상대 공격수을 빠르게 따라잡아 공격을 차단해내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 또한 한 두번일 때의 이야기일 뿐 대부분 센터백이 앞으로 나오게 되어 뒷공간을 내줄 수밖에 없었고 기존에도 불안했던 린델로프의 수비력까지 합쳐져 환장의 수비를 선보인 것이다.

 

솔샤르는 맥토미니를 적극적으로 올리기 위해선 수비에 강점을 가진 비사카를 투입해 빈 오른쪽 공간을 커버해야했고 그게 아니였다면, 맥토미니 대신 마티치를 투입하고 포수-멘사가 적극적으로 언더래핑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갔아야했다. 즉, 선발 선수들의 조합을 생각하지 않은 채 기용한 솔샤르는 선수들의 약점을 극대화시키고 강점을 최소화시키는 불필요한 일을 했다.

 

*맨유의 지난 19-20 시즌 리뷰 https://goeonair.com/news/article.html?no=17456

 

총평 : 전혀 나아지질 않은 맨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금과 같은 '라볼피아나' 대형을 가져가기 위해선, 전술의 변화와 센터백 또는 홀딩 미드필더 보강이 필요하다. 마티치처럼 언제든지 후방으로 내려와 '라볼피아나' 대형을 형성하여 안정적인 볼 소유를 가져갈 수 있는 홀딩 미드필더, 린델로프의 불안한 공중볼을 대신하고 매과이어의 빌드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센터백 보강은 필요하다.

 

또한, 중원 조합도 여전히 고민해야한다. 박스 투 박스에 최적화된 맥토미니는 포그바와 공존할 수 없고, 

포그바와 브루노가 공존하기 위해선 마티치 유형의 선수가 필요하며, 포그바를 기용하기 위해선 오른쪽 측면을 홀로 커버할 수 있는 비사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솔샤르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한다. 

 

고무적인 부분은, 영입생 반더비크는 그저 정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던 맨유에 활기를 불어주었다. 박스 안으로의 적극적인 침투와 활발한 움직임이 한동안 답답했던 맨유 공격진의 혈을 뜷어주었다는 것이다. 

 

솔샤르는 앞으로 더욱 고민해야한다. 위에서 언급한 2가지의 문제점은, 지난 시즌부터 지적받아왔던 문제점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없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